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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 드디어 만났군요” 콕 찍은 윤여정 소감 - 국민일보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과 유니온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시상을 한 브래드 피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한국시간)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윤여정의 수상 소감은 이번에도 빛났다.

윤여정은 이날 미국 최대 영화상인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마리아 바칼로바(‘보랏2: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를 꺾고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배우가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 건 1953년 제3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탄 일본 배우 고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이자 63년 만의 일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LA돌비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 무대에 오른 윤여정의 수상소감은 시작부터 웃음을 선사했다. 지난해 남우조연상을 수상, 이번 여우조연상 시상을 맡은 브래드 피트에게 이름이 호명된 윤여정은 “브래드 피트, 마침내 만나서 반갑다(Finally nice to meet you). 우리가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나요?”라고 콕 집는 유머로 좌중을 폭소케 했다.

그는 또 “내 이름은 요정, 야정이 아니라 여정”이라면서 미국 현지인들이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한국어 이름 ‘윤여정’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잘못 불렀어도 오늘 용서해주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어 “정말 만나 뵙게 되어 반갑다.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다. 사실 아시아권에서 살면서 서양 TV 프로그램을 자주 봤다. (그래서)TV로만 방송프로그램 보듯 아카데미 시상식을 봤었는데, 오늘 직접 이 자리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소감을 이어간 윤여정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잠시 “제가 조금 정신을 가다듬어보겠다”면서 숨을 돌린 뒤 “나에게 투표를 해준 아카데미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표를 던져주신 분 너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이어 “미나리 원더풀”이라면서 “스티븐, 정이삭 감독님, 한예리, 노엘 우리 모두 영화를 찍으며 가족이 됐다. 무엇보다 정이삭 감독님이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설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감독님은 우리의 캡틴이자, 제 감독이셨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나는 경쟁을 믿지 않는다”고 소감을 이어갔다. 그는 “어떻게 내가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경쟁해 이기겠는가. 다섯 후보는 다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미국 분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특히 환대를 해주시는 것 같다”면서 “나는 이긴 게 아니라 아마 다른 배우들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겸손’과 ‘의미’를 담은 그의 말에 배우들은 박수를 보냈다.

윤여정은 또 “우리 두 아들에게도 감사하다. 두 아들이 항상 저에게 일하러 나가라고 하는데 이 모든 게 아이들의 잔소리 때문이다.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며 특유의 유머를 담은 감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기영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나의 첫 번째 영화를 연출한 첫 감독님이다. 여전히 살아계신다면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것”이라면서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윤여정은 지난 11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뒤 화상을 통해 “특별히 감사하다. ‘고상한 체하는’ 영국 사람들이 좋은 배우로 알아줬기 때문”이라며 재치 있는 소감을 전해 영국 언론 등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도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후 윤여정의 소감에 대해 “그는 브래드 피트에게 진한 농을 던지고,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모두를 용서하고, 미나리를 제작한 이들에 대해 진지하게 감사하고, 글렌 클로즈를 이긴 것에 대해 진심으로 당황해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일하게 만든’ 아들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소감을 마무리했다”면서 “이 얼마나 대단한 승자인가”라고 전했다.

윤여정은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영화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생생한 연기를 펼쳐 극찬을 받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미국 내 각종 지역 비평가상을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배우조합상(SAG), 영국 아카데미(BAFTA)에서도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일명 ‘오스카상’이라고도 하며,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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