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 권리당원 그들은 누구인가
안철수 탈당 계기 온라인으로 대거 유입
5·2 전대 선거권 있는 권리당원 70만명
‘문자폭탄’ 주도 강성파 2000명 안팎 추정
‘문재인 대통령 지키는 번호 114’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5·2 전당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선 ‘114 운동’이 한창이다. 당 대표는 1번 홍영표 후보, 최고위원은 1번 강병원, 4번 전혜숙 후보를 찍자고 독려하는 운동이다. 29일 기준 권리당원 게시판에 114를 검색하면 나오는 글은 500여건이다. 권리당원들은 왜 이 셋만 ‘콕’ 찍은 것일까.
친문 당원들은 왜 친문 후보 두고 비문 응원하나
당내에서는 114 운동을 친문재인 성향의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본다. 홍영표·강병원 의원은 친문 의원들 모임인 ‘부엉이 모임’ 출신으으로 친문 권리당원들이 표를 몰아주자고 움직이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최고위원 후보 중엔 강 의원 외에도 노무현·문재인 청와대에서 비서관을 지낸 김영배 의원(7번)도 친문 색깔이 강하다. 반면 전혜숙 의원은 친문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한 친문 의원은 “나조차도 114 운동 기준이 뭔지, 누가 어떻게 시작한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범친문계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단순한 친문 후보 지지라면 ‘117운동’이 맞을 거 같은데 114운동이 벌어져서 좀 의아했다”고 말했다. 당원 게시판에는 114운동을 독려와 함께 “이번 선거 패배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탓으로 돌리고, 강성당원들을 적대시하며 민심이 아니라고 한 백혜련은 아웃시킵시다”라는 내용의 글이 자주 등장한다. 민주당 당헌·당규엔 득표율과 관계없이 5명의 최고위원 중에 반드시 1명은 여성을 포함시키도록 돼 있다. 즉 두 여성 최고위원 출마자 중 백 의원이 떨어지도록 전 의원을 밀어주자는 얘기다. 백 의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고, ‘당심-민심 괴리’ 논쟁에서 민심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다른 의원은 “강성 권리당원이 두려운 이유는 평소 눈밖에 나면 공천을 위한 예비경선이나 전당대회 때 표적 삼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는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을 반대하며 쓴 강성 지지자의 글이 트위터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고 결국 경선에서 떨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114운동은 지난해 8 ·30 전당대회 때 벌어진 ‘118운동’과도 흡사하다. 당시엔 당 대표 1번 이낙연 외에 최고위원 1번 신동근·8번 김종민 후보를 찍자는 글이 권리당원 게시판에 확산됐고 실제 이들은 높은 권리당원 득표율로 당선됐다. 보궐선거 패배 이후 반성문을 쓴 더불어민주당의 20~30대 초선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이 쏟아지면서 다시 권리당원들의 ‘결집력’과 ‘행동주의’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권리당원은 누구일까. 이들은 모두 강성 친문 지지층인가. 이들은 과연 당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걸까.
2015년말 온라인당원 대거 입당…권리당원 체질변화
현재 민주당엔 입당 원서만 쓰면 가입되는 일반당원과 매달 부과되는 당비 1천원을 한 번이라도 내면 자격이 주어지는 권리당원이 총 410만명에 이른다. 이중 권리당원은 약 160만~17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선거일을 기준으로 1년 이내 6차례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에겐 투표권이 주어진다. 이번 5·2 전당대회에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당원은 69만4559명으로 집계됐다. 권리당원의 구체적인 정보는 비공개지만,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3분의 1, 호남이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 지역이 3분의 1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당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는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을 탈당하며 문재인 대표 체제가 흔들리던 2015년 12월이다. 정당법 개정으로 인터넷으로 본인 인증만 거치면 입당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2015년 12월16일 온라인 당원 가입 시스템을 도입했고, ‘문재인을 지키자’며 인터넷 입당 원서가 물밀듯 쏟아졌다. 온라인 신입 당원의 주류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30~40대 남성’이었다. 당시 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장을 맡았던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시 일주일 사이에 10만여명의 온라인 당원이 입당했다. 당원 가입 절차가 간편해진데다,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이대로 가면 총선에 필패한다는 위기의식이 이들을 결집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권리당원의 성향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들은 문 대통령을 비롯해 친문 성향이 강한 인사들을 지지하는 ‘팬덤 문화’를 구축했다. 물론 예전에도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등 팬덤이 없었던 건 아니다. 민주당의 한 원로 정치인은 “노사모 및 친노 지지자들은 참여정부 말기에 실망감으로 돌아섰지만 친문들은 오히려 더욱 결속력이 강해진다는 점이 다르다”며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우리는 절대 배신해선 안 된다’는 프레임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2015년 말~2016년 초 입당자들이 현재 권리당원의 여론 형성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들은 기존 당원들과 달리 적극적, 자발적으로 의견 표시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수십만명의 권리당원과 과도한 집단행동을 하는 열성 당원들은 다르다고 말한다. 한 당직자는 “실제로 의원들을 ‘좌표 찍기’ 하고 문자 폭탄을 보내는 사람들은 2천명 안팎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클리앙 등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친문 성향 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재빠르게 정보가 공유되고 이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으로 확산시키는 속도와 집중력 때문에 과잉대표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젠 더 이상 이런 행위를 ‘양념’이라고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악성 문자 폭탄은 자제해야 한다고 밝힌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나중에 단호한 태도를 취할 수 있을지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현황> △권리당원 월 당비 1천원 1회 이상 납부. 160만~170만명 추산 △선거권 가진 권리당원 1년 이내 6회 이상 당비 납부. 69만4559명(5·2전당대회 기준) △지역별 권리당원(추정) 서울·경기·인천 1/3 전북·전남 1/3 기타 지역 1/3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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