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의료기부, 감염병-소아암 지원
‘이건희 컬렉션’ 2만3000여점 기증… 미술계 “평가 어려운 귀한 컬렉션”
상속세 12조… 역대 최대 규모
28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은 삼성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고인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며 기부 계획을 밝혔다. 1조 원 기부는 한국의 의료 발전에 쓰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한국 최초의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등에 700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3000억 원은 소아암과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
국보-보물 60건 국립중앙박물관에… 국립현대미술관, 모네 작품 첫 소장
지역미술관 5곳-서울대에도 기증, 감정액 2조 추정… 정부도 “역대급”
문화재계에선 박물관 기증품 중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와 단원 김홍도(1745∼?)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를 첫손에 꼽는 이가 많다. 조선 회화사를 대표하는 두 거장의 그림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문화재계 인사는 “겸재와 단원의 그림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지만 이들의 대표작으로 내세울 만한 작품은 거의 없다”며 “기증품들은 이런 빈틈을 메울 수 있는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영조 27년(1751년) 겸재가 그린 인왕제색도는 가로 138.2cm, 세로 79.2cm의 대작으로, 인왕산에 비가 내린 후 안개가 피어오르는 순간을 담았다. 거대한 암벽을 그릴 때 아래로 붓을 내리긋는 대담한 필치가 인상적이다. 이 그림은 중국 산수화를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선의 산수를 직접 보고 그린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추성부도는 단원이 중국 송나라 문인 구양수의 시를 읽고 그 감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단원 그림의 상당수가 작자나 연도 미상인 데 반해 이 그림은 단원이 1805년 동지 사흘 후 그렸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이수미 국립광주박물관장은 “단원의 말년 작으로 그의 쓸쓸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시적인 그림”이라고 평가했다.
클로드 모네의 대표작인 수련 연작 중 ‘수련이 있는 연못’(1919∼1920년)도 눈길을 끈다. 말년에 백내장으로 시력을 거의 잃은 모네가 그린 대작(가로 2m 세로 1m)으로 미술계에선 400억 원대의 가치를 지녔다는 추정이 나온다. 이로써 미술관은 이중섭의 황소와 모네 그림을 처음 소장하게 됐다. 미술관은 올해 8월 서울관에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명품전’(가제)을 시작으로 9월 과천관, 내년 청주관에서 전시를 연다.
박진우 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장은 “발굴 매장 문화재가 대부분이었는데 우리 역사 시대 대부분을 아우르는 회화, 공예 등 문화재를 고루 소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 작가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거장의 작품을 상설전으로 볼 수 있게 됨에 따라 우리 국민의 문화 향유권이 한층 높아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는 “세계 미술계의 시간표가 어떻게 짜여졌는지 항상 볼 수 있어야 예술적 안목을 키워 한국 미술을 국제화할 수 있다”며 “대단히 중요한 작품들이 기증돼 엄청난 선물을 받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삼성이 ‘한국의 메디치가’에 비견될 정도의 역할을 해 한국 박물관과 미술관이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단숨에 마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술계 인사들은 이번 기증이 이뤄진 배경에는 이 회장이 일찌감치 기증을 염두에 두고 걸출한 미술품들을 수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기도 한다.이 회장은 과거 일본 오쿠라호텔의 뒷마당에 있던 조선 왕조 왕세자의 공부방인 자선당의 기단을 구입해 정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97년 펴낸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동아일보사)에서 국립박물관을 관람한 경험을 전하며 “상당한 양의 빛나는 우리 문화재가 아직도 국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실정이다. 이것들을 어떻게든 모아서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손효림 기자 / 김상운 sukim@donga.com·김태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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