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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측정기 옆 공기청정기, 제대로 측정될까요? - 한겨레

전국 655개 지하철역 승강장서 초미세먼지 측정·농도 공개 중
전문가 “불확실한 측정·예산 낭비”, 환경부·코레일 “조치하겠다”
도곡역 분당선 승강장. 김동술 교수 제공
도곡역 분당선 승강장. 김동술 교수 제공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이달 1일부터 전국 지하철 승강장 655곳의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를 실내공기질 관리 종합정보망 누리집과 애플리케이션 ‘인에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지하철 역사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환경보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미세먼지 측정기는 제대로 설치되었을까요?
 공기청정기 옆에 나란히 세워둔 미세먼지 측정기 
29일 오후 <한겨레> 기후변화팀 기자들이 서울 지하철역 승강장 곳곳을 살펴보았습니다. 한겨레신문사 건물이 있는 공덕역 중앙선에 있는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측정기 사이의 거리는 약 3~4m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같은 시각 신도림역 2호선에 있는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측정기 사이도 3.5m 였습니다. 충무로 3호선도 자판기를 가운데 두고 비슷한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숙대입구역 4호선 승강장도 3~4m 내외 거리를 두고 두 기기가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종로3가역 5호선 승강장의 경우는 1m 정도 떨어진 오른쪽 상단에 환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김동술 경희대 공과대학 교수도 최근 분당선 도곡역과 구룡역에서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측정기가 서로 딱 붙어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도곡역·구룡역 분당선과 공덕역 중앙선은 코레일이 운영하고, 신도림역 2호선, 숙대입구역 4호선, 충무로역 3호선 등은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합니다.
구룡역 분당선 승강장. 공기청정기와 나란히 선 미세먼지 측정기. 김동술 교수 제공
구룡역 분당선 승강장. 공기청정기와 나란히 선 미세먼지 측정기. 김동술 교수 제공
신도림역 2호선 승강장. 공기청정기(회색)와 미세먼지 측정기가 마주보고 있다. 이근영 기자
신도림역 2호선 승강장. 공기청정기(회색)와 미세먼지 측정기가 마주보고 있다. 이근영 기자
숙대입구역 4호선 승강장. 미세먼지 측정기와 공기청정기가 3~4m 떨어져있다. 최우리 기자
숙대입구역 4호선 승강장. 미세먼지 측정기와 공기청정기가 3~4m 떨어져있다. 최우리 기자
미세먼지 측정기는 2019년 4월 실내공기질 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지하철역에 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법 4조7항은 “환경부장관이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공기질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다중이용시설의 소유자·점유자 또는 관리자 등 관리 책임이 있는 자에게 측정기기를 부착하고 법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운영 관리할 것을 권고할 수 있다”고 되어있습니다. 미세먼지 측정 위치도 실내공기질 관리법 시행규칙으로 정해두었습니다. “다중이용시설별로 흡기구와 배기구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점 또는 시설의 중심부 1개 지점 이상으로 하되, 시설의 규모와 용도에 따라 측정 위치를 추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인 측정 방법, 설치 위치 등은 나와있지 않지만 측정 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은 피하라는 것입니다. 대기오염 제어·관리를 전공으로 하는 김동술 교수는 청정기 옆에 있는 측정기들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김 교수는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일 것 같다. 역사 내 평균적인 공기질을 측정해야 하는데 공기청정기나 환기구 옆에 있으면 농도에 영향을 준다”며 “3~4m 떨어뜨려놓았다고 해도 너무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서울 지하철 역사마다 환기 방식이 다 다른데, 환기구 영향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 측정기를 두는 주변은 환기구를 막거나 공기청정기를 두지 않아야 한다. 법에 규정이 없다고 해도 상식적으로 의심이 들지 않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환경부가 설치한 미세먼지 측정기는 한 대 당 약 4천만원입니다. 국고만 104억원이 투입됐는데, 전체 예산의 30~40% 정도라고 합니다. 나머지는 지자체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이를 합치면 250억 정도의 예산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2015년 6월 감사원은 환경부와 서울시 등을 감사해, 수도권 실외에 설치된 초미세먼지 자동측정기 65대 중 54%(35대)의 정확성이 기준에 미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환경부 “다음달 중 점검” - 코레일 “5개역 이동 조치”
환경부는 미세먼지 측정기를 관리해야 하는 책임은 지하철 시설을 운영 관리하는 코레일이나 서울교통공사같은 다중이용시설 사업자에게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는 환경부도 아직 점검하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박용규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다음달 중 측정기 위치를 포함해 지난 한 달 동안 측정하면서 관리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평가하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공덕역 중앙선 승강장.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측정기가 의자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다. 김민제 기자
공덕역 중앙선 승강장.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측정기가 의자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다. 김민제 기자
종로3가역 5호선 승강장. 미세먼지 측정기 오른쪽 위로 작은 환풍기가 있다. 최우리 기자
종로3가역 5호선 승강장. 미세먼지 측정기 오른쪽 위로 작은 환풍기가 있다. 최우리 기자
충무로역 3호선 승강장.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측정기가 자판기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 있다. 최우리 기자
충무로역 3호선 승강장.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측정기가 자판기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 있다. 최우리 기자
코레일은 <한겨레> 취재가 시작되고 하루가 지난 30일 아침 “고객 동선과 혼잡도, 안전 등을 고려해 측정기를 설치한 것”이라며 “코레일이 운영하는 서울·수도권 61개 역사 중 5개 역사(구룡역·선바위역·개포동역·인덕원역·도곡역)에서 미세먼지 측정기와 공기청정기가 인접해 설치된 것을 확인해 이동 조치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서울교통공사도 1~8호선 283개역 중 지적받은 역들을 확인 중입니다. ‘청정기 옆 측정기’ 설치는 여러 시설물로 가득 찬 각 역사의 사정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해명도 있습니다. 환경부 생활환경과 담당자는 “역사 별로 차이가 있지만 여러 시설물로 공간이 협소한 문제가 있다. 이미 공기 청정기가 역사 별로 10개 가까이 있고 그 사이에 측정기를 놓는 곳도 있었다”며 “공기청정기가 고르게 있는 역사에 청정기가 있었다면 측정값이 대표성을 띠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부러 좋은 값을 얻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또 다른 코레일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께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측정기가 가깝게 있는 역사에서 시험 측정을 해봤을 때, 오히려 공기측정기 옆에 둔 미세먼지 측정기에서 수치가 나쁘게 나왔다”라며 “공기질이 좋다는 값을 얻기 위해 위치를 잡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도 “측정기 위에 있는 배기구는 지하철 역사 전체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배기구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실내 공기질과 동일한 공기로 볼 수 있어 측정 기기에 미칠 영향이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행정안전부가 1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1m 이내 설치한 역사가 발견될 경우 이전 설치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지하철 대기질 측정이 쉽지 않다. 시민 민원때문에 비싼 기기부터 들였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제대로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우리 김민제 이근영 기자 ecowoori@hani.co.kr 30일 오후 4시 환경부는, 2015년 감사원이 정확도를 지적한 초미세먼지 측정기는 지하철 승강장과 같은 실내 측정기가 아니라 실외 측정기였다고 알려와 기존 문장에 '실외' 단어를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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