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햄이 태스크포스를 이끌 때만 해도 백신이 존재할지조차 불확실했다. 그래도 “가능한 한 빨리 전도유망한 백신을 확보하자. 50펜스(770원) 깎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란 입장을 정했다. 어디서 오느냐(geography)가 아니라 오느냐가 결정적이었다는 의미다. 그러곤 위험 분산 차원에서 네 개 범주의 7개 백신을 추려냈다. 과학적으로 ‘섹시한’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mRNA 백신인 화이자와 모더나가 한 축이라면 덜 섹시하지만 믿을 만한 단백질 백신인 노바백스, 비활성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용한 발네바 등이 다른 축이었다.
급한 백신 대신 방역 비서관직 신설
그간 정부 두둔한 데 대한 보은인가
까다로운 정은경 제어 위해서인가
배우자가 아닌, 당사자를 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기 기획관의 그간 발언을 떠올리는 게 좋겠다.
“화이자 것을 (계약)해놨는데, 더 좋은 게 나오면 물릴 수도 있다. (중략) 가격도 화이자와 모더나가 가장 비싼 축에 들어가는데 아스트라제네카는 4달러 정도밖에 안 한다.”(지난해 11월), “(다른 나라가) 예방접종을 먼저 해 위험을 알려주는 것은 우리가 고마운 것이다. 별로 우리가 직접 하고 싶지는 않다.” “백신은 급하지 않다. 공공의료를 먼저 강화시켜야 한다.”(이상 지난해 12월)
그가 백신 아닌 방역기획관인 게 다행이지 싶다. 사실 전문성도 논란이다. 청와대에선 방역 전문가라는데 그의 이력을 아는 인사들은 회의적이다. 주로 암 관련 역학 연구를 해서다. 한 인사는 “전문가라면 정부를 칭찬할 때도, 비판할 때도 있는데 기 교수에게선 어느 순간 비판이 사라졌다”고 했다. 근래엔 정부 두둔 논리의 단골 제공자가 됐다. 이 때문에 야당에선 ‘보은 인사’(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라고 본다.
보은에서 멈추면 다행이련만 일을 하려 할 테니 걱정이란 사람도 적지 않다. 청와대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을 불러내고, 비서관이 전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장관이 원전 사업을 고사시키는 ‘청와대 정부’ 아닌가. 재정기획관 때문에 부총리의 기획재정부도 패닉에 빠졌었다. 방역기획관이 차관급 질병관리청을 압도하리라는 건 불문가지다. 질병청 사람들은 벌써 “당혹스럽다”고 하소연한다.
괴이함도 있다. 급하기로 따지면 백신이다. 세계에서 칭송한다는 ‘K방역’ 아닌가. 그런데도 백신기획관이 아닌 방역기획관이 신설돼야 했던 이유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백신 접종 진행이 잘 안되고 보급도 잘 안된다. 11월 집단면역 달성이 어려우니 여권으로부터 ‘그래도 방역을 완화할 대안이 뭔지 내달라’는 시달림을 받고 있다. 그때까지 해결 못 하면 대선도 물 건너가니까.” 정은경 청장이 보수적으로 접근해 여권에선 불만이 많다는 얘기도 했다. 그렇다고 “K방역의 영웅”(문재인 대통령)인 정 청장을 바꿀 수도 없으니 기 기획관을 임명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이런 가운데 16일 오후 정 청장이 오송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이임하는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행사 때문이었다. 지난해 9월 질병청 승격 때 문 대통령은 “한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오송으로 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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