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28일 “재건축·재개발은 공공 주도가 최선은 아니다. 입지·상황에 따라 민간의 활력·효율이 더 필요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부동산 공약 발표를 통해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신규 개발과 함께 재건축·재개발을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 공공이 나서 지원할 곳과 민간이 중심이 될 곳을 잘 나눠 추진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원활한 주택공급을 위한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공공·민간 참여형 재건축·재개발’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입지·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협조하는 방식이다. 민간 아파트 단지를 재건축할 때 공공이 도서관을 대신 지어주고 (분양가 등을) 참여형으로 협약해 조절을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지만, 상세한 로드맵까지 언급하진 않았다. 대신 “각 사업 지구별로 진행이 안된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빠르게 내놓겠다. 직접 찾아가서 챙겨보겠다”고 덧붙였다.
재건축·재개발의 속도를 높일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①특별대책팀을 구성해 원스톱 행정처리 지원 ②분담금 여력이 부족한 조합원·세입자·영세상인 지원책 마련 ③35층 층고제한 해제 등이다.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서울이 다시 투기판이 되지 않도록 부동산 감독기구를 만들겠다. 뉴타운 광풍 시즌2가 돼선 안 된다”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메시지의 초점은 규제 완화에 맞춰졌다. 박 후보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도 “강남 재개발·재건축은 공공주도만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까지도 ‘공공주도’ 공급 원칙을 줄곧 강조한 것과 정면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공공주도형 부동산 공급대책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전에도 “변창흠 국토부 장관 주도로 추진된 공공주도형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 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3월 12일, 변 장관 사의표명 직후), “도심지에서도 공공의 주도로 충분한 물량의 주택공급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변창흠표 부동산 정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2월 16일, 국토부 업무보고) 등 공공주도 공급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박 후보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울시장이 되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확실히 달라지는 부분이 많이 있고,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서울시장 후보가 대통령과 엇갈린 메시지를 낸 것을 두고, 민주당 안팎에선 분노한 부동산 민심을 진화하기 위한 위기의식의 발로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공공주도 공급 만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은 여권 내에도 있다. 공시가 인상률 완화 제안 등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차별화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재개발 후보 지역에서 야당 시장이 들어서면 개발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 상황도 의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지난 26일 “9억원 이하 주택의 공시가 인상률이 10%를 넘지 않도록 조정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민주당에 강력하게 건의하겠다”며, 국토부가 지난해 발표한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2030년까지 현실화율 90%)에 브레이크를 걸기도 했다. 28일 기자회견에서는 “민주당 국회의원 직계존비속 부동산 소유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투기·이상거래 판단 부동산은 즉시 매각하고 이익금 전액을 사회 환원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의 역시 LH사태 등 부동산 민심 진화에 초점을 맞췄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현행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투기 이익 뿐 아니라 투기 부동산 전체를 몰수하게 돼있다. 합수본에서 투기 부동산 몰수를 추진하고, 그럼에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 되면 부당이익을 몰수하기 위한 소급적용 법안 입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비리가 확인되면 가혹할 만큼 엄벌하고 부당이득 그 이상을 환수하겠다”고 했다.
한영익·남수현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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