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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121억원을 벌었다...누가? - 경향신문

봄비에 촉촉하게 젖은 낙엽. 산림청 제공

봄비에 촉촉하게 젖은 낙엽. 산림청 제공

이번 주말에는 봄비가 촉촉하게 내렸다. 토요일(27일) 시작된 비가 일요일(28일)까지 이어졌다. 벚꽃 구경을 비롯한 야외활동을 계획했던 사람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일이었다. 이제 막 피어난 벚꽃이 비에 젖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아팠다.

하지만 봄비가 반가운 사람도 많다. 산림청 직원이 그렇다. 산림청 직원들은 보통 봄철에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수시로 발생하는 산불때문이다. 더구나, 사람들의 외출이 잦아지는 토·일요일, 산림청 직원들이 느끼는 긴장감은 상상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번 주말에는 봄비 덕분에 편안하게 발 뻗고 잤어요.”

한 산림청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기상청은 27·28일 봄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한 바 있다. 예보대로 비는 28일까지 내렸다.

■봄비의 산불예방 효과는 얼마나 될까.

국립산림과학원은 최근 봄비의 산불 예방 효과를 과학적으로 따져보는 연구를 실시했다고 28일 밝혔다.

산림과학원은 산불 발생 위험성이 가장 높은 시간인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산림 내 낙엽 수분량을 측정·분석한 결과, 봄철의 낙엽 수분량은 평균 22.6%로 연평균 수분량(30.4%)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낙엽의 수분함량이 18%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산불 발생 가능성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봄철 낙엽은 말라있어 산불이 나기 쉽다는 얘기다.

하지만, 비가 내리면 낙엽의 수분량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 내 낙엽의 수분량을 측정한 결과 비가 내리는 경우에는 전날보다 수분량이 97%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의 양에 따른 산불 예방 효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가 10㎜ 내리는 경우 50.2시간(2.09일) 동안 산불을 막아주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5㎜의 비가 내리면 25.1시간, 다시 말하면 약 하룻동안 산불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에 1㎜의 비가 내리는 경우에는 약 5시간 동안 산불을 예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헬기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헬기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봄비의 산불 예방 효과를 돈으로 따져봤더니…

산림과학원이 봄비의 산불예방 효과를 계산해봤다. 기준 연도는 2019년으로 했다. 2019년에는 4월 고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등으로 2881.2㏊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그해에는 하루에 19건의 산불이 발생이 발생한 적도 있다.

산림과학원은 2019년 산불이 난 곳에서 산불이 나기 전에 비가 내렸다면, 하루에 최고 121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산불로 인한 나무 피해액, 산불에 따른 산림 평가액 감소분, 산불 진화에 드는 비용 등이 반영됐다. 산불진압에 투입되는 헬기 비용(연료비 등)도 물론 포함됐다.

■산에서는 ‘불씨’를 만드는 행위를 아예 하지 말자.

산림청은 매년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를 ‘산불조심기간’으로 설정, 대대적인 산불예방대책을 마련하고 감시태세에 돌입한다.

하지만, 산불은 이 기간에 주로 발생한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불의 66%(3110건)가 이 시기에 발생했다. 봄철이 그만큼 산불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봄철 산불은 진화가 어렵기 때문에 피해가 큰 것이 특징이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불 피해면적의 93%(1만369㏊)는 산불조심기간에 발생한 산불에 의한 것이었다. 여의도 면적의 35.8배에 해당하는 산림이 산불조심기간에 불에 타버렸다는 얘기다.

2021년 3월말~4월말까지 산불발생위험 전망. 산림청 제공

2021년 3월말~4월말까지 산불발생위험 전망. 산림청 제공

봄비가 내려주면 고맙겠지만, 봄비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내리지 않는다.

산불을 막는 방법은 딱 하나다.

봄철에는 산림과 산림 인접지에서 소각·흡연·취사 등 산불의 원인이 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만 한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이달말부터 4월까지 전국에서 산불이 발생할 위험성이 아주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강원과 경북 동해안지역의 산불발생위험은 최고 단계인 ‘매우 높음’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언제 내릴 지 모르는 봄비만 기다릴 수는 없다. 산림이나 산림 인근에서는 불씨의 원인이 되는 행위를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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