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접종 한달 지났는데⋯ 더딘 접종률에 자영업자들 망연자실 - 조선비즈

입력 2021.03.26 15:47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이 시작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백신 부작용에 대한 공포 탓에 접종률이 예상보다 저조하다. 백신 접종을 통해 경제상황이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기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더딘 접종률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26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현재까지 총 76만7451명이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자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는 70만7481명, 화이자 백신 접종자는 5만9970명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우리 국민 전체(약 5182만명) 중 1.4%만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 것이다. 코로나 백신은 한 차례 접종으로는 효과가 없어 두 차례 접종이 필요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0주, 화이자 백신은 3주 간격으로 2차 접종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상반기까지 1200만명분 백신 접종을 완료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백신 부작용 공포 확산에 따른 더딘 백신 접종률 영향으로 상반기까지 "국민 4명 중 1명은 백신 접종을 마치겠다"는 당초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최근 정부의 조사에서도 국민 68%만 백신을 맞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자, 올해 경제 회복을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한 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구로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52)씨는 "빨리 백신 접종이 완료돼 집단 면역이 생겨서 예전처럼 거리가 북적북적하고 예전처럼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는데, 올해 장사도 공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박모(57)씨는 "목욕탕에 손님이 끊긴지 벌써 1년이 넘었다"면서 "올해 코로나 백신 접종에 희망을 걸었는데, 역시나 올해도 장사가 어렵게 됐다"고 아쉬워 했다.

자영업자들의 이같은 반응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지난해 세 번에 걸친 코로나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점차 강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은 매장 영업이 금지되거나 영업시간이 제한되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매출이 반토막 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코로나 백신은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돌파할 유일한 희망이었다.

정부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같은 강도높은 방역지침을 펼쳤음에도, 지난 3개월간 확진자가 줄지 않은 점도 자영업자들의 백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원인이 됐다. 지난 25일 국내 누적 확진자 수는 10만명을 처음으로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20일 국내 누적 확진자 수가 5만명을 넘긴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휴업하거나 폐업하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는 서울 이태원의 한 음식점 유리창에 ‘장사하고 싶다’는 문구가 붙어있다. /장련성 기자⋅조선일보DB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오는 11월까지 전국민의 70% 이상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좀처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접종이 시작된 전국 요양병원의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접종 동의율도 93%에서 최근 77%로 떨어진 상태다. 보건업계 한 관계자는 "백신 접종 동의를 거부하는 사람이 지금 추세로 계속 늘면 올해 안에 전 국민 집단 면역 형성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건 백신 부작용에 대한 공포 때문 만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많다. 정부의 소극적인 보상 정책도 더딘 백신 접종에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백신 접종 후 문제가 생겼을 때 인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보상을 해주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과성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한달간 백신 접종 이후 17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1만여건의 이상반응이 신고됐다. 그러나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해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 쇼크) 1건, 혈압저하 1건 등 총 2건에 불과했다. 사망자에 대해 인과성을 인정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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