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부산 연제구 황령산에서 내려다 본 도심의 모습. 멀리 있는 건물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뿌옇게 보인다. 기상청은 이날 강원 영서를 제외한 전국에 ‘황사 경보‘를 발령했다. 부산에 황사 경보가 발령된 것은 201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29일 오전 경남 진주시 도심을 운전하던 이모 씨(64·여)는 차량 운행 중 두어 번이나 창문을 내리고 밖을 내다봤다. 유리창 너머 바라본 건물이 워낙 뿌옇게 보여서다. 이 씨는 “온 세상이 희뿌연 데다 눈도 따가워져 외출하려다 말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진주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m³당 1064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까지 치솟았다.
대구에서는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으로 프로야구 삼성-두산 시범경기가 취소됐다. 이날 오후 대구의 시간당 미세먼지 농도는 1348μg에 달했다. 삼성 라이온즈 관계자는 “선수 안전을 생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구 외에 부산, 광주, 대전 등 4곳에서 프로야구 경기가 멈췄다.
몽골 고비사막과 중국 네이멍구 고원에서 발원한 황사가 16일에 이어 두 번째로 한반도에 상륙했다. 같은 곳에서 발원했지만 29일 한반도를 덮친 황사의 농도가 훨씬 높았다. 기상청은 이날 강원 영서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에 황사경보를 발령했다. 황사특보 중 가장 높은 단계다. 황사경보가 전국에 내려진 건 약 11년 만이다. 전국의 미세먼지 일평균 농도는 ‘매우 나쁨’(m³당 151μg 이상)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황사 영향을 직접 받는 제주의 시간당 농도는 1992μg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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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황사와 함께 초미세먼지(PM2.5)까지 국내에 영향을 미쳤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동시에 높아지면서 대기질이 급격히 나빠졌다. 황사와 초미세먼지가 가장 강하게 유입된 제주 서귀포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51μg으로 ‘매우 나쁨’ 기준의 약 4배에 달했다. 황사가 심해지자 기상특보와 별도로 환경부는 전국에 황사 위기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전국 17개 시도 전역에 주의 경보가 발령된 건 2015년 해당 제도 도입 후 처음이다. 주의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올라가는 위기경보 중 두 번째 단계다. 주의 경보 단계 발령에 따라 환경부는 중앙황사대책 상황실을 설치하고, 유관 기관과 해당 지자체 등에 학교 실외수업 금지와 실외 근무자 마스크 착용 등의 대응을 요청했다. 이번 고농도 황사 현상은 최소 31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 양쪽에 고기압이 위치해 대기가 정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 황사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30일부터는 황사 농도가 차츰 낮아지지만 중국 산둥반도 등의 황사 농도가 여전히 높은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 역시 수도권과 충청권 중심으로 4월 1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30일 부산과 광주, 제주 등 중남부 7개 시도에서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해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사업장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몽골에서 폭염과 가뭄이 반복되면서 토양 내 수분이 줄어든 것을 대규모 황사 발생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정지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초목 지역이던 몽골의 사막화가 해마다 가속화되고 있다”며 “몽골과 중국 네이멍구 지역이 건조해지면 봄철 황사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지 kej09@donga.com /대구=명민준 / 강동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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