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뉴스1
법관에 대한 사상 첫 탄핵심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28일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중 임 전 부장판사가 임기만료로 법관직에서 퇴직한 사안”이라며 “재판관 5인의 각하의견으로 이미 임기만료로 퇴직한 피청구인에 대해서는 본안 판단에 나아가도 파면 결정을 선고할 수 없으므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탄핵심판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내리는 기각 의견과 달리 탄핵심판 청구의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한 경우 청구를 각하한다. 임 전 부장판사를 파면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해야 한다.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이 각하 의견을 내고 이미선 재판관이 같은 결론이지만 다른 이유를 들어 각하 의견을 냈다. 이선애 재판관 등 4명의 재판관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등 관련 규정의 문언과 취지, 법관 임기제와 탄핵제도에 관한 헌법제정권자의 의사 등을 종합하면 탄핵심판을 할 이익이 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탄핵결정을 선고할 때까지 임 전 부장판사가 해당 공직을 보유하는 것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전 부장판사가 올 3월 1일 법관직에서 퇴직하면서 공직을 보유하지 않게 됐고 이에 따라 공직을 박탈하는 파면 결정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임 전 부장판사는 공직에서 퇴직했기 때문에 공직자를 파면하기 위한 탄핵 청구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반면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 김기영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를 파면할 수는 없다면서도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한다는 의견을 냈다. 유 소장 등은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등의 재판에 관여한 행위는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며 “법관의 강력한 신분보장을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탄핵심판에서 면죄부를 주게 된다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하게 된다”고 밝혔다. 문형배 재판관은 인용이나 각하 의견과는 별도로 임 전 부장판사가 공직에서 퇴직했기 때문에 심판절차를 종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주요기사
앞서 국회는 올 2월 4일 본회의를 열고 당시 현직 법관 신분이었던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288석 중 찬성 179명으로 가결했다.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등은 “임 전 부장판사는 재판 절차에 개입하고 판결 내용을 수정하는 등 ‘사법농단’ 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에 관여한 의혹에 대해 탄핵심판 사건과 별도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임 전 부장판사는 1,2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올 8월 서울고법은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2심 판결을 선고하며 “재판에 관여한 것은 부적절하지만 형법상 직권남용죄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상고심은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에 배당됐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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