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착용해 주세요. 마스크 업!(mask up) 마스크 업!"'핼러윈 데이'인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는 거리 통제에 나선 경찰들이 행인들을 상대로 쉴새 없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방송을 했다.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턱스크'는 물론 아예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는 이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를 하루 앞두고 열린 '핼러윈 데이' 축제에 '숨통이 트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핼러윈발(發)' 대규모 유행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이태원은 여러 분장을 한 시민들과 이를 구경하기 위해 온 시민들이 모이면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이태원세계음식문화거리'의 경우 인파가 몰려 한때는 100미터를 이동하는데 10분 이상 소요되기도 했다.
만화 세일러문의 캐릭터로 분장을 한 남성 A씨는 "코로나19를 물리치는 미소녀 전사 컨셉으로 분장을 했다. 위드 코로나를 하면서 바이러스를 없앨 수는 없지만 재미로라도 극복해 보자는 것"이라며 "백신을 다 맞았고 분장을 했어도 마스크는 꼭 끼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며 안전하게 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놀지 못해서 많이 답답했는데, 이제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여서 다행"이라며 "앞으로 확진자가 많이 안 나와서 이렇게 재밌게 놀 수 있는 기회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A씨는 '대규모 감염 우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미 백화점만 가도 사람이 바글바글 한데, 핼러윈 파티라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게) 딱히 위험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방역수칙만 잘 지키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만화 캐릭터로 분장한 B씨는 "다 같이 코로나를 한번 이겨내보자는, 힘내보자는 의미의 컨셉"이라며 "핼러윈 당일이기 때문에 오늘 나올 수밖에 없었다. (대규모 감염 우려에 대해) 당연히 할 수 있는 비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정도는 각자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 이제 위드 코로나인데 방역수칙 잘 지키면서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반기는 분위기였다. 인근 바(Bar)에서 일하는 C씨는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손님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핼러윈 시작한 지난 금요일부터는 예전 매출을 잠시 회복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10시까지만 영업해야 하기 때문에 아쉬운 상황"이라며 "영업시간 제한도 풀리면 점점 괜찮아 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1일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일부 유흥시설을 제외하곤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
이태원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D씨 또한 인근 식당들을 가리키며 "이곳들은 요즘 계속 문 닫고 있다가 거리두기 풀리고 위드 코로나 한다고 하니까 문 연 것"이라며 "여기 있던 상인들 코로나 기간 동안 폐업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으니까 버텨왔다. 다들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외국인들이 지금 많이 나가 있다는 것"이라며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외국 사람들이 한 절반 정도였는데, 지금은 많이 안 보인다. 이들이 돌아오는 것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나흘째 2천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핼러윈 데이'였던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다시 대규모 유행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대본 전해철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 또한 중대본 회의에서 "핼러윈 데이를 계기로 확진자 규모 증가 가능성도 큰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이태원 거리에서는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 바로 옆에서 마스크를 다 벗고 흡연을 하는가 하면, 입술까지 분장을 하면서 아예 마스크를 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식당 테이블 간 거리두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핼러윈 특수를 노려 기존보다 테이블 수를 늘린 듯 대부분의 테이블들이 간격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또 식당 테라스에서 음식을 먹다가 분장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마스크를 벗은 채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서울시와 정부는 합동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시 식품정책과 직원들과 민생사법경찰단, 서울경찰청, 법무부 등에서 총 20여명이 이태원 단속 현장에 동원됐다. 3개조로 나눠서 음식점과 술집 등을 돌며 출입자 명부 관리와 인원 제한, 춤추기 금지 등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단속했다.
서울시 식품정책과 이용호 외식업팀장은 "핼러윈 데이를 위드 코로나로 가는 마지막 관문으로 생각하고 특별방역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방역수칙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운영 중단, 과태료 등 행정조치와 더불어 필요시 형사고발, 손해배상 청구 등에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31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061명으로 집계됐다. 4차 유행이 시작한 지난 7월 7일(1211명)부터 117일 연속 네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위드 코로나'는 1일 오전 5시부터 시작된다. 사적모임은 백신 접종 구분 없이 수도권에선 10명까지, 비수도권에선 12명까지 가능하다. 다만, 식당·카페 등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곳에서 백신 미접종자는 4명까지만 합류할 수 있다. 유흥시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은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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