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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헌재 임성근 탄핵심판 각하 비판… “법복 벗으면 책임 없나” - 천지일보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법농단’ 등 혐의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 소추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 피청구인석에 앉아 있다. ⓒ천지일보 2021.6.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법농단’ 등 혐의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 소추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 피청구인석에 앉아 있다. ⓒ천지일보 2021.6.10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민주사회를위항변호사모임(민변)이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을 각하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규탄했다.

민변 사법센터는 29일 성명을 내고 “이 판단은 헌법질서를 유지·수호하고, 권력분립의 차원에서 기능적 권력 통제 수단의 역할을 담당하는 헌법재판소의 책무를 방기한 것으로 심히 부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전날인 28일 임 전 부장판사 탄핵 심판 사건을 재판관 5인의 다수의견에 따라 각하했다. 인용 의견은 3명이었다.

헌재는 “이미 임기만료로 퇴직한 임 전 판사에 대해 본안판단에 나아가도 파면결정을 선고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탄핵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헌법 65조 4항은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고 규정한다. 53조 1항도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 헌재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명시했다.

즉 탄핵심판은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이므로, 이미 올해 2월 28일 임기만료로 공직에서 물러난 임 전 부장판사를 파면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 민변은 “이는 ‘법복을 벗으면 책임 없다’는 논리로, 잘못한 사실이 드러나면 바로 법복을 벗고 책임을 면피하던 법원의 오랜 관행을 재확인시켜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재 다수의견에 따르면 임기만료 즈음에 발생하는 공직자의 위헌·위법행위에 대 그 헌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형사재판 등으로 심판절차의 진행이 지연되는 동안 임기가 만료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가 본안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부당한 결론으로 귀결된다”며 “이는 탄핵심판 제도의 실효성 자체를 헌법재판소 스스로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주사회를위항변호사모임(민변)이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을 각하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29일 규탄했다. 사진은 입장문. (제공: 민변)
민주사회를위항변호사모임(민변)이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을 각하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29일 규탄했다. 사진은 입장문. (제공: 민변)

민변은 미국 탄핵심판을 담당하는 상원이 올해 2월 9일 임기가 만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본안판단에 나아갔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하원 의원들은 ‘퇴직 후 대통령’도 탄핵 대상이 되고,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재임 제한 등의 실익이 있다고 주장했고, 상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퇴임 대통령 탄핵심판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 민변은 “재판관 3인(김기영, 유남석, 이석태)의 인용의견이 강조했듯, 탄핵심판은 공직의 강제 박탈이라는 주관소송으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헌법질서의 회복과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객관소송으로서의 성격도 겸유하고 있다”며 헌재가 본안 판단을 통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임 전 부장판사 행위에 대해 위헌성을 확인하고, 공무담임권 제한, 변호사 등록 제한 등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정 사상 최초의 법관 탄핵심판이라는 중대한 헌법적 의미에도 위헌 여부에 대한 공적 확인을 물론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경종도 울리지 못했다”며 “헌재의 이번 각하 결정은 사법부의 과오를 스스로 바로잡을 기회를 포기한 것이자,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다시금 저버린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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