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서대문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마친 뒤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케이(K)-방역은 불공정했다. 정부가 감당해야 할 방역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겼고,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책임은 덜어주는 대신 자영업자 같은 사회적 약자나 공공병원처럼 정부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기관이 과중한 책임을 지도록 했다. 그래서 케이-방역이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지만 절반의 성공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불공정한 케이 -방역은 되풀이 될 것 같다 . 정부가 내놓은 단계적 일상 회복 계획에 정부의 방역 책임을 강화하고 우리 사회 기득권층과 사회적 약자가 방역의 고통을 고르게 나누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 첫째 , 보건소 역학조사 인력을 늘릴 계획이 없다 . 우리나라처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지 않은 나라에선 자영업자의 영업과 사적모임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보다는 역학조사를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 신속한 역학조사를 통해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찾아내 격리하면 감염이 더 이상 전파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최근 연구에 의하면 역학조사를 통해 확진자 수를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 하지만 정부는 확진자가 늘면 보건소 역학조사 인력을 늘리는 대신 거리두기의 단계를 올려왔다 . 하루 확진자 수가 수십 명에 불과하던 지난해나 2천명을 넘나드는 올해나 보건소의 역학조사 인력 수는 비슷하다 .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보건소 인력을 늘리는 대신 국민의 사적모임과 자영업자의 영업을 제한하는 손쉬운 선택을 했다 . 정부는 2천~3천억원을 투입해 보건소 인력을 늘리면 될 일을 20조 ~30조원에 달하는 자영업자의 피해가 발생하는 거리두기를 해 온 것이다 . 보건소 역학조사 인력을 2천~3천명 늘리면 하루 확진자 수가 5천~7천명이 발생해도 신속한 역학조사가 가능하다 . 정부가 보건소 인력을 늘리지 않은 채로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통제하기 위해 다시 거리두기로 회귀하거나 백신 패스를 크게 강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 둘째 , 의료인력과 병상을 늘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운영할 계획도 없다 . 우리나라의 병상 수는 미국이나 유럽에 견줘 2배 넘게 많지만, 이들에 견줘 수십 분의 일에 불과한 코로나 19 확진자만 생겨도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강력한 거리두기를 해야 했다 . 우리 국민이 얼마 되지 않는 확진자에도 가족과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자영업자가 문을 닫아야 했던 진짜 이유는 정부가 민간병원과 갈등을 피하기 위한 손쉬운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 코로나 19 환자를 위한 중환자실은 1.5배 , 일반병실은 2배 늘려야 한다 . 이 정도까지 늘려도 응급환자와 중환자 진료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 이제까지 정부는 확진자가 늘어나면 그때그때 병원에 코로나 19 환자를 진료할 병상을 요구해왔다 . 그런데 병원들이 병상만 내놓고 인력을 확충하지 않아 정작 병상은 있는데 환자는 못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 지난 3차 유행 이후 정부가 코로나 19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에 환자 진료비 이외에 3조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주었는데도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다 . 정부의 재정지원에 상응하는 코로나 19 환자 진료책임을 병원에 요구하는 것이 맞다 . 코로나 19 감염병 센터를 지정하고 병상뿐만 아니라 인력과 장비 , 진료체계를 정비하도록 해야 한다 . 미국과 유럽의 수십 분에 일에 불과한 확진자에도 의료체계가 감당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시 거리두기로 회귀하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 셋째 , 코로나 19 방역 과정에서 노인과 저소득층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더 많이 죽는 초과사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없다 . 초과사망이란 과거 3~5년 동안의 사망자 수에 견주어 늘어난 사망자 수를 말한다 .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 19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한 초과사망이 코로나 19 사망자 수의 4배에 달했다 . 이들 대부분은 노인과 저소득층이었다 . 코로나 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21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공병원이 대부분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 전체 병상의 10%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75%의 환자를 진료하고 90%를 차지하는 민간병원이 25%의 환자밖에 보지 않고 있다 . 공공병원에서 쫓겨난 저소득층과 노인 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이는 정부가 코로나 19 환자 진료를 꺼려하는 민간병원을 동원하려다 갈등을 빚는 대신 공공병원에 코로나 19 환자진료를 떠넘기는 손쉬운 선택을 한 결과다 . 이제는 공공병원의 코로나 19 환자 진료를 조금씩 줄이면서 공공병원의 진료기능을 복원해야 한다 . 노인이나 장애인의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 넷째 ,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지원도 부족하다 . 우리나라는 거리두기는 미국이나 유럽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면서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은 이들 국가의 절반 수준밖에 하지 않았다 . 손실보상법 제정 이후에 발생한 피해만 보상하면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21개월 가운데
3분의 1인 7개월에 대해서만 보상을 하는 셈이 된다 . 소급해서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 .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 중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한 손실만 보상하고 사적모임 제한 등으로 인한 손실은 보상하지 않는 것도 부적절하다 . 코로나 19 와중에 대기업의 수출이 늘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국민과 자영업자가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을 잘 따른 결과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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