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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독고다이' 홍준표-'반문 검찰주의자' 윤석열, 누가 이길까 -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03
‘민심’의 홍준표냐 ‘당심’의 윤석열이냐
홍준표 “민심을 거역하는 당심은 없다”
윤석열 쪽, “홍 지지 민심은 민주당심”
2007년 경선은 민심 앞선 이명박 승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연합뉴스
이번 주 가장 뜨거운 정치뉴스는 11월 5일 결과가 발표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일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조차 기자들에게 “윤석열이 되는 거냐, 홍준표가 되는 거냐”고 물어보기 바쁩니다. 국민의힘 경선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 여론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제1야당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국민의힘 경선의 최종 승자가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큰 것입니다. 물론 실제 대선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경쟁은 앞으로 수도 없이 많은 기사를 써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그중에서도 선두 각축을 벌이고 있는 홍준표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에 대한 얘기를 집중적으로 해보겠습니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무척 대조적인 인물입니다. 홍준표 의원은 1954년생, 67세입니다. 경남 창녕 출신으로 대구 영남고와 고려대 법대를 나왔습니다. 사법시험 24회에 합격해 검사를 했습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처음 당선된 5선 국회의원입니다. 원내대표, 대표를 했고, 경남지사,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를 했습니다. 홍준표 의원의 정체성은 ‘주류 속 비주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변방’ 출신입니다. 어린 시절 밥을 굶을 정도로 어렵게 살았습니다. 검사를 할 때 출신 학교 때문에 설움을 받았습니다. 그는 늘 혼자였습니다. 정치에 들어와서도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스스로 ‘독고다이’라고 하겠습니까. 홍준표 의원의 이런 스타일은 사실 정치인으로서 큰 결함입니다. 정치의 본질은 ‘무리를 짓는 것’이고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당내 의원 영입 경쟁에서 윤석열 전 총장에게 밀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홍준표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긴다면 2017년 대선에 이어 재수가 됩니다. 우리나라 대선에는 ‘재수 강세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선이나 경선에서 떨어져 본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김영삼, 김대중,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이 그랬습니다. 홍준표 의원이 과연 재수 강세의 법칙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홍준표 의원에게 2017년 대선은 사실 무리한 도전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대선이었던 탓에 당선자는 문재인 후보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2위를 홍준표 후보가 차지할지 안철수 후보가 차지할지 관심이었습니다. 홍준표 의원으로서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대선을 다시 치러볼 기회를 잡게 되는 셈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1960년생, 61세입니다. 서울 출신으로 서울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습니다. 사법시험 33회에 합격해 오랫동안 검사를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을 했습니다. 선출직 공직 경험은 한 번도 없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정체성은 ‘엘리트 검사’입니다. 최근 공개한 돌잔치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사법시험에 늦게 합격했지만, 특수부 검사로서 뛰어난 수사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형님 리더십’으로 유명했습니다. 출신 학교를 따지지 않고 실력만 보고 검사들을 발탁해서 썼습니다. 부하 검사들과 세 시간 동안 저녁 식사를 하면 엄청난 양의 술을 마시며 세 시간 내내 거의 혼자 떠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검찰주의자입니다. 말을 함부로 하는 이유도 검사 시절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이 경선 승자가 된다면 그 자체가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큰 이변입니다. 두 가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첫째, 반정치주의입니다. 1992년 정주영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대선은 고건, 정운찬, 안철수, 반기문 등 비정치인 후보의 도전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다 실패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승리는 ‘반정치주의 후보’가 마침내 제1야당 대선 후보를 차지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둘째, 검찰 공화국입니다. 우리나라 검사들이 술자리에서 “정권은 유한하고 검찰은 영원하다”라고 구호를 외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경선 승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우리나라 검찰이 선출직 권력까지 장악하는 기회를 잡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명 전당대회는 11월 5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립니다.
네 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한 본경선은 책임당원 투표 50%, 여론조사 50%로 이뤄집니다. 여론조사는 11월 3일과 4일에 합니다.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합니다. 최근 거의 모든 여론조사는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전 총장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11월 3일과 4일에도 이런 흐름이 변할 것 같지 않습니다. 문제는 책임당원 투표입니다. 책임당원 투표는 11월 1일과 2일 모바일 투표, 3일과 4일 자동응답 장치(ARS) 투표로 합니다.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은 57만명 정도입니다. 이준석 대표가 선출된 6월 11일 전당대회 당시에는 28만명이었습니다. 새로 들어온 책임당원 중에는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습니다. 그러나 책임당원 전체로는 여전히 50대 이상 고연령층이 많습니다. 권역별로는 대구·경북이 24%, 부산·울산·경남이 19%입니다. 43%가 영남 지역 당원들인 셈입니다. 수도권은 35%인데 영남 연고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책임당원들의 표심이 어떨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정치 고관여 계층인 만큼 끝까지 상당히 고심해서 신중하게 결정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당심’은 윤석열 전 총장이 앞서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대구·경북에서도 홍준표 의원 지지가 올라가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11월 1일부터 4일까지 책임당원 투표에서 연령대별, 권역별 투표율과 후보별 지지도에 따라 홍준표 의원과 윤석열 전 총장의 승부가 갈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누가 될까요? 물론 알 수 없습니다. 하루 전에도 맞추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선거입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수치를 가지고 국민의힘 대선후보 본경선 결과를 추산해 보겠습니다. ‘일반 국민의 후보별 지지도’를 국민의힘 경선 여론조사 결과로, ‘국민의힘 지지층의 후보별 지지도’를 국민의힘 책임당원 투표 결과로 환산해 보겠습니다. 네 개 여론조사 회사에서 같이 하는 전국지표조사가 있습니다. 매주 결과를 내놓습니다. 10월 28일 발표한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는 홍준표 25%, 윤석열 20%, 유승민 13%, 원희룡 4%였습니다. 네 사람의 지지도 합계는 62%입니다. ‘없다’와 ‘모름/무응답’을 뺀 것입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네 사람의 지지도 합계 62%를 100%로 환산하면, 홍준표 40.3%, 윤석열 32.2%, 유승민 20.9%, 원희룡 6.4%가 됩니다. 국민의힘 본경선에서는 여론조사를 절반 반영하기로 했으니까, 이 수치를 절반으로 나누면, 네 사람의 ‘일반 국민 지지도’는 홍준표 20.1%, 윤석열 16.1%, 유승민 10.4%, 원희룡 3.2%입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후보별 지지도는 홍준표 38%, 윤석열 47%, 유승민 4%, 원희룡 4%였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환산하면, 네 사람의 ‘국민의힘 지지층 지지도’는 홍준표 20.4%, 윤석열 25.2%, 유승민 2.1%, 원희룡 2.1%입니다. 이제 일반 국민 지지도와 국민의힘 지지층의 후보별 지지도를 합치면, 홍준표 40.5%, 윤석열 41.3%, 유승민 12.5%, 원희룡 5.3%가 됩니다. 당심에서 앞서는 윤석열 전 총장이 홍준표 의원을 근소한 차이로 이긴다는 결론입니다. 10월 29일 <케이비에스>가 보도한 여론조사가 있습니다. 일반 국민 지지도는 홍준표 26.9%, 윤석열 20.8%, 유승민 11.7%, 원희룡 3.8%였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 지지도는 홍준표 33.3%, 윤석열 47.3%, 유승민 3.8%, 원희룡 5.7%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전국지표조사와 같은 방식으로 환산했더니, 홍준표 39.6%, 윤석열 42.6%, 유승민 11.3%, 원희룡 6.1%로 나타났습니다. 역시 당심에서 앞서는 윤석열 전 총장이 홍준표 의원을 이긴다는 결론입니다. 쉽게 말해서 지난주에 국민의힘 본경선을 했더라면 민심에서 밀리고 당심에서 앞서는 윤석열 전 총장이 홍준표 의원을 꺾고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됐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민심이든 당심이든 유권자의 마음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최근의 흐름은 홍준표 의원의 상승세입니다. 더구나 민심과 당심이 다를 경우 민심을 등에 업은 후보가 당심을 등에 업은 후보를 이기는 것이 정치판의 경험칙입니다. 역대 대선후보 경선에서 가장 치열했던 것으로 평가되는 2007년 한나라당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명박 후보는 49.1%로 박근혜 후보의 49.4%에 뒤졌습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가 51.6%로 박근혜 후보의 42.7%를 앞섰습니다. 원희룡 후보와 홍준표 후보도 경선에 참여했지만, 성적이 미미했습니다.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이명박 후보가 49.6%를 얻어 48.1%의 박근혜 후보를 1.5%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됐습니다. 그리고 2007년 12월 대선에서 대한민국 17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사실은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지난 6월 11일 국민의힘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도 여론조사에서 앞선 이준석 후보가 당원투표에서 앞선 나경원 후보를 꺾고 대표에 당선됐습니다. 따라서 11월 1일부터 4일까지 이뤄지는 국민의힘 본경선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예측 불가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어쨌든 이번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의 가장 흥미로운 관찰 지점은 “윤석열 전 총장이 과연 ‘당심 우위’를 지켜내서 대선후보가 될 것인지, 아니면 민심을 앞세운 홍준표 의원이 당심을 뒤집을 것인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두 후보의 막판 선거운동 전략도 바로 이런 구도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홍준표 의원은 10월 30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TK가 돌아오고 PK·호남에서 압승하고 서울·경기가 백중우세로 돌아서고 충청·강원도 백중세로 돌아오니 이제 승세를 굳힌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민심의 바람입니다. 결국 당심은 민심을 이기지 못한다는 선거 공학의 결과입니다. 어제 KBS 여론조사에서 홍준표만이 당내후보 적합도에서 많이 앞서고 양자대결, 4자 대결에서 유일하게 홍준표만이 승리한다는 여론조사는 국민과 당원들에게 쐐기를 박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경선 승리 후 모든 후보자님들 모시고 원팀이 되어 꼭 정권교체를 이루겠습니다. 국민과 당원 동지들의 원(願)과 한(恨)을 풀어 드리겠습니다.
대단한 자신감이지요? 이에 비해 윤석열 전 총장은 ‘반문재인 당심’을 한껏 자극해 책임당원 투표에서 표 차이를 크게 벌리겠다는 전략을 채택한 것 같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10월 28일 국회에서 ‘정권교체와 대한민국 정상화를 위한 윤석열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마지막 대목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누가 선명한 정권교체의 기수입니까? 누가 현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입니까? 누가 얼치기 진보정권의 신적폐를 청산할 수 있겠습니까? 누가 낡은 정치와 부패카르텔을 혁파할 수 있겠습니까? 윤석열로 이기는 것이 문재인 정권에 가장 뼈아픈 패배를 안겨주는 것입니다. 저 윤석열을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의 도구로 써주십시오. 반드시 대한민국 정상화를 이루겠습니다. 승리의 큰길에서 만납시다.
윤석열 전 총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0월 29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는 여론조사 결과는 진짜 民心이 아니고 民主黨心입니다. 10.22-23 PNR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후보 지지자 중 정권연장을 원한다는 응답자가 39.6%이고, 대장동이 국힘게이트라는 응답자가 35.4%였습니다. 민주당심을 대변하는 "396, 354" 후보가 정권교체 위한 야당 후보가 될 수 있습니까? 민주당 지지층, 정권연장 응답자,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층, 특검 반대층, 대장동 국힘게이트 응답자, 호남지역에서 이례적으로 홍후보에 대한 지지가 몰립니다. 민주당심이 뒷받침하고 있는 홍후보 지지는 그래서 홍준표 지지가 아니라 "꿔준표" 지지입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권연장을 획책하는 "트로이의 목마"입니다.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는 여론조사 결과는 진짜 民心이 아니고 民主黨心”이라는 대목이 무척 자극적입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차단하기 위해 국민의힘 책임당원들이 윤석열 전 총장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맞는 말일까요? 국민의힘 책임당원들은 지금 머리가 복잡할 것 같습니다. 책임당원들이 대선후보 선출 투표에 참여하는 이유는 결국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그런데 본선 경쟁력이 누가 더 강한지 지금은 알기 어렵습니다. 확장력은 홍준표 의원이 앞서지만, 응집력은 윤석열 전 총장이 앞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이재명 전 경기지사입니다. 강적입니다. 홍준표 의원 못지않은 변방 출신에, 윤석열 전 총장보다 훨씬 더 거친 사람입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들의 손에 홍준표 의원과 윤석열 전 총장의 운명이 달려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의 운명도 달려 있습니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운명까지 달려 있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경건하게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하시기 바랍니다. 11월 5일 그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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