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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다 진한 사이라도...장례 못 치르는 '사회적 가족' - 한겨레

장사법에 규정된 연고자 자격
혼인·혈연 중심 ‘정상가족’ 기준
생계·돌봄 함께한 사람들 배제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차별”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치러지는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 모습.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치러지는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 모습.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2020년 11월, 폐암으로 숨진 이종준(가명·66)씨의 공영장례식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는 혼자였다.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미혼이었다. 고시원이 그의 마지막 주소지다. 그런데 이씨가 숨진 줄도 모르고 그를 애타게 찾는 이들이 있었다. 이종준씨를 ‘이긴다 아버님’이라고 부르던 이들이다. 이씨는 세월호 유가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곁에 항상 있던 ‘촛불시민’이다. 항암 치료 중인 2020년 7월에도 이씨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손팻말 시위에 나섰다. 9월께부터 연락이 뚝 끊겼다. 방형민씨는 무작정 ‘이종준, 구로’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검색을 한 끝에 이씨의 마지막 흔적을 찾아냈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 공고문이었다. 조미선씨는 “항상 베풀고 사람들 손 잡아줬는데 돌아가셨을 때 아무도 울어주지 않았다는 게 너무 죄송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기도 파주 ‘무연고 추모의 집’에 봉안된 이씨의 유골함을 뒤늦게 모셔오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연고자는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자매 등 오로지 ‘혈연’ 중심인 탓이다. 보건복지부 행정처리지침인 ‘장사 업무 안내’에 “친구, 이웃, 사회적 연대활동 등에 따라 장례 주관을 희망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다는 문구를 찾아내, 2021년 5월 겨우 이씨를 봉하마을에 수목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복지부 행정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지자체가 따를 의무도 없다. 2020년 4월 공영장례를 치른 무연고 사망자 김영성(가명)씨 지인들은 이 조항을 토대로 ‘가족 대신 장례’를 치르고 싶어 했으나 담당 구청과 경찰서에서 “불가능하다”고 하는 바람에 포기했다. 삶의 마지막 기로에서 ‘가족이지만 가족이 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사실혼이나 생활동반자 관계로 오랫동안 삶을 함께 꾸렸지만 ‘연고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른바 ‘정상 가족’이 아닌 이들이 대표적이다. 1인 가구 역시 무연고 죽음은 당면한 두려움이다. 2020년 기준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다.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나눔 사무실에는 최근 ‘공영장례를 예약할 수 있냐’는 문의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 김민석 나눔과나눔 팀장은 “30대 중후반 되는 분들이 상담센터로 전화해서 ‘혼자 산다’며 공영장례를 묻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장사법에 규정된 가족과 연고자의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종걸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은 “다양한 가족형태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생계와 돌봄을 같이한 이들이 장사법의 연고자 지위를 갖지 못하는 건 배제이자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박다해 <한겨레21>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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