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세 모녀 살인' 김태현, "필요하다면 가족도 죽일 수 있다" 진술 - 경향신문

서울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태현이 9일 오전 도봉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검으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 최민지 기자

서울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태현(25)이 “피해자인 큰딸 A씨를 살인하는 데 필요하다면 가족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일주일 전부터 범행을 준비했으며, 피해자의 주거지 인근을 한 차례 방문하는 등 추가적인 스토킹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9일 오전 이 사건을 서울북부지검에 송치한 뒤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와 A씨는 지난해 한 온라인 게임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카카오톡 등으로 연락을 주고 받기 시작했고 지난 1월에는 강북구 모처에서 처음 만나 함께 게임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둘이 한 차례, 게임에서 만난 지인 등과 함께 한 차례 등 총 3차례 오프라인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이 사이가 틀어진 것은 지난 1월23일 김씨와 A씨, 지인 2명과 함께 만난 식사자리에서였다. 경찰 관계자는 “당일 김씨와 A씨 사이에 다툼이 있었고 그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고 보고 있다”며 “A씨가 김씨의 연락을 차단하고 만나주지 않자 화가 나고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씨의 스토킹이 시작됐다. 김씨는 다음 날인 1월24일 A씨 거주지 인근을 찾아가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A씨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사건 약 일주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또 다른 아이디와 닉네임으로 다른 사람인 것처럼 위장해 A씨와 게임을 하면서 A씨의 근무 일정을 확인했다.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인터넷에서 ‘급소’ 등을 검색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사건 당일 A씨 거주지 인근 PC방에 잠시 들러 화장실을 이용한 뒤, 마트에서 범행 도구인 흉기를 훔쳤다. 이후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피해자들의 자택에 침입했다. 혼자 집에 있던 A씨의 여동생과 뒤이어 귀가한 어머니, A씨를 차례로 살해했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 이후 A씨 휴대전화를 검색해 공통으로 알았던 사람 2명의 카카오톡을 검색해 그 내용을 확인한 뒤 이들에 대해 수신을 차단한 사실도 확인했다. 김씨는 자신의 휴대전화 기록을 사건 3~4일 전 스스로 삭제해 현재 포렌식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당시 주거지 안에서 벌어진 범행의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씨의 정신과 치료와 관련한 기록에 대해서도 “확보한 자료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김씨에게 살인과 절도,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 정보통신망 침해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서울북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이날부터 김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도 시작된다. 프로파일러와의 면담 결과를 정밀 분석해 사이코패스 여부를 가린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뒤에도 여죄가 있는지 수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북부지검은 이날 “송치된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에 대해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에서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김씨는 인권감독관, 주임검사의 면담을 거친 후 동부구치소에 입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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