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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센 언니’들의 장관 성적표는? - 경향신문

문재인 정부, 주요부서에 기용… 추미애·박영선·유은혜·김현미·진선미 등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20년 12월 21일 아침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20년 12월 21일 아침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의 화제는 ‘센 언니’다. 이효리·박세리 등 ‘센 언니’들이 <환불원정대>, <노는 언니>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정치 뉴스에서도 ‘센 언니’ 장관들이 줄곧 화제의 대상이 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추·윤 갈등으로 2020년 후반기 내내 뉴스의 중심인물이 됐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부동산 정책을 놓고 2020년 후반기에 화제가 됐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올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출마가 거론되면서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문재인 정부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현장이 늘 국민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하지만 나름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센 언니’ 장관에게 연말 연초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추 장관은 사퇴 의사를 밝혔고,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박범계 의원이 지난해 12월 30일 내정됐다. 박범계 의원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추 장관은 1년간의 장관생활을 마무리하게 된다.

부처에서는 일단 ‘센 언니’들 환영

김현미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28일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 초대 장관으로 취임 후 3년 6개월 만에 야인으로 돌아간 것이다. 박영선 장관은 올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출마를 앞두고 있다. 조만간 있을 3차 개각에서 차기 장관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 장관의 경우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옮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지만, 소문에 그쳤다. 차기 비서실장에는 유영민 전 과기부 장관이 임명됐다. 지난해 12월 30일 개각에서는 또 다른 ‘센 언니’ 장관이 내정됐다. 한정애 의원이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다른 정부와는 달리, 여성 정치인에게도 비중이 큰 장관직이 배정됐다. 법무부 장관과 국토부·교육부 등 알짜배기 장관직을 맡긴 것이다. 이들에 대한 장관 성적표는 어떠할까. 기대치는 높았다. 이미 여의도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데다 민주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많이 맡아온 경험 때문이다. 특히 이들 장관은 정치 초년병 시절에 대부분 대변인직을 맡으면서 현안에 대한 파악 능력과 대응 능력이 체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센 언니’들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부터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변하는가 하면, 잘못된 질문에 대해서는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이들은 여의도가 아닌 정부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가장 큰 장점은 조직 장악력이다. 다선 의원의 경험 덕분에 공무원 조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측 한 인사인 A씨는 “문재인 청와대에서 이들 정치인 출신 여성 장관에게 일을 맡기면 청와대의 뜻대로 부서 조직을 잘 이끌어나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서 “무엇보다 이들 장관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잘 파악하고 청와대가 요구하는 개혁 임무를 잘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정부인사인 B씨는 “고위 관료가 어떤 사안을 놓고 다른 부처의 미협조나 예산문제, 국회에서 문제 등으로 잘 해결되지 않는다고 하면 대부분의 장관은 고위관료가 적당히 알아서 처리하길 원한다”면서 “하지만 이들 정치인 출신 여성 장관은 바로 다른 부처 장관이나 의원들을 직접 만나 해결에 나선다”고 말했다. B씨는 “때문에 부서 내에서는 여성 정치인 장관에 대한 평가가 외부에서의 평가보다 더 높다”고 말했다.

과정은 좋았지만 결과까지 좋은 것은 아니었다. 김두수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치인 출신 여성 장관이 여성 비율을 채우기 위해 배려를 받은 것이 아니라 굵직굵직한 부처의 역할을 맡아 나름대로 훌륭한 성과를 남겼다”면서 “하지만 너무 센 개혁 과제에 부딪히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전 장관(왼쪽)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20년 12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전 장관(왼쪽)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20년 12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미애·김현미 장관 비판론에 몰려

1차 개각과 2차 개각 대상에 포함된 김현미 전 장관과 추미애 장관은 평가가 박하다. 김 전 장관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장관이 모두 떠안게 됐다. 추 장관 역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밀어붙였으나, 행정법원이 징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역풍에 휩싸였다. A씨는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센 언니’가 이른바 ‘센 부서’에 갔을 때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에서는 추 장관이 검찰개혁이라는 힘든 과제를 떠안아야 했고, 국토부에서는 김 전 장관이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했다. A씨는 “검찰개혁이나 부동산 가격 안정은 해당 부서의 장악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라면서 “부처 안에서 반대가 있을 경우 이들 여성 정치인이 돌파는 할 수 있었으나, 그것이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평가를 보장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B씨는 “부동산 가격 폭등의 경우 종합적인 여건을 고려해야 하는데 국토부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2019년 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기 싸움 끝에 물러난 뒤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그때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과 맞서서 검찰개혁을 밀어붙여야 하는 역할을 맡아야 했다. 때문에 장관직이 ‘독이 든 성배’로 비유됐다. 추 장관은 여의도 정치권에서 ‘추다르크’라고 불릴 만큼 뚝심이 있는 정치인이었다. 2017년 5월 대선에서는 민주당 대표로, 대선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여권 핵심인사인 B씨는 “검찰개혁은 정말 어려운 과제였고, 저항 또한 만만치 않았다”면서 “국민과 검찰의 싸움이 되어야 하는데 결국 추·윤 갈등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B씨는 “추 장관이 좀 더 세련되게 대처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추 장관으로서는 검찰과 날선 감정 대립만 하다가 오히려 검찰이 조직적으로 더 거세게 반발하는 형국을 만들었다. 게다가 윤석열 총장의 위상을 역으로 높여주는 결과만 낳았다. 김두수 정치평론가는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처리에서) 검찰 권력이 얼마만큼 센지를 국민에게 각인시켜줬다”면서 “추 장관이 아니면 저렇게 밀어붙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 추 장관과 김 전 장관은 늘 공격 대상이 됐다.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와 국토부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추 장관의 “소설을 쓰시네”라는 발언도 이 과정에서 터져나왔다. 국민의힘 C의원은 “여성 정치인이든 남성 정치인이든 장관이 되어 국무위원이 되면 야당 정치인의 비판에 대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생각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하지만 자신들이 의원일 때는 목소리를 높여놓고 장관일 때도 목소리를 높인다”고 말했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국회에서 ‘내로남불’식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다.

박영선 장관이나 유은혜 장관은 장관직 수행에 대해 무난한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장관은 바로 앞의 전직 장관이 비교적 빠른 시기에 물러난 후에 조직을 맡아 무난하게 일을 처리해왔다는 점에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 장관은 교육부의 업무를 관장했던 국회 교육문화위(현재는 교육위와 문화위로 분리)에서 줄곧 활동했다. 게다가 금배지를 달기 전에도 당 부대변인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박 장관은 여러 상임위에서 활약했지만, 특히 법사위원장으로 인상 깊은 활약을 남겼다. 당시 야당 몫이었던 법사위원장으로서 장관들을 쩔쩔매게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박 장관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가게 되면서 중기부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권 내 인사인 A씨는 “정치권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했던 ‘센 언니’들이 적합한 부처에 가게 되면 그 부처에서 일단 환영을 받게 된다”면서 “그동안 다른 부처나 입법부에서 치여 설움을 받다가 다선 경력의 여성 정치인이 오면서 부처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자신 있게 처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0년 12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0년 12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영선·유은혜 장관 무난한 평가

문재인 정부는 여성 장관 30%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30%라는 숫자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비중 있는 자리에도 여성을 배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현재까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인정받은 여성 정치인들 역시 비중 있는 자리에서 활약했다. 추미애·박영선·유은혜·김현미 전 의원 외에도 김영주 의원이 고용노동부 장관을 맡기도 했고, 진선미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을 맡았다.

국회에서 이들 장관의 의원 시절 보좌진으로 일했던 D씨는 “다선 정치인이었던 만큼 현안을 파악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뛰어나며, 곧바로 자기의 것으로 체화한다”고 말했다. D씨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여성 정치인과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여성 정치인에 대한 차이에 대해서 “부처의 특성이 다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통을 잘한 여성 정치인들이 장관직 수행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C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중량감 있는 여성 정치인을 중량감 있는 자리에 배치한 것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남성 정치인과 다르게 섬세함이나 부드러운 정치로 야당과 협치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오히려 국회에서 목소리만 높인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30% 여성 장관이라는 숫자를 채우는 것 못지않게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 발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민주당 E의원은 “재선이나 3선 정도의 의정활동을 거치게 되면 자신의 정치적 주관이 뚜렷하고 기존 남성 중심의 관료 사회를 뛰어넘는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라면서 “하지만 장관을 맡길 경우 그 부처에 맞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그 부처의 일을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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