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5명 확진…진단검사·역학조사 어려움
휴대전화 없는 노숙인도 있을뿐더러
검사결과 통보까지 격리 장소도 없어
“서울시, 노숙인 머물 공간 마련해야”
11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관계자들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 손을 난로에 대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서울역 주변 노숙인시설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돼 방역당국은 물론 복지시설도 비상이 걸렸다. 17일 시설 종사자가 처음 확진된 이후 29일까지 관련 확진자가 35명에 달한다. 방역당국이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밀접접촉자의 범위를 최대한 넓혀 대규모 확산을 막고 하루빨리 주거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9일 오전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통해 서울 중구 노숙인복지시설 집단감염 확진자가 전날 노숙인 14명이 추가돼 35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서울역 앞 다시서기희망지원센터 근무자가 지난 17~18일 1명씩 확진된 뒤, 이곳을 이용한 노숙인 가운데서 확진자가 나왔고, 근처인 용산구 갈월동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이용자들도 확진됐다. 확진자가 다녀간 희망지원센터·종합지원센터는 노숙인들이 한파를 피해 하룻밤을 지낼 수 있는 숙소를 제공한다. 시설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음성판정을 받은 이들만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거리두기를 위해 이용인원을 줄여 운영했지만 집단감염을 막지는 못했다. 노숙인들이 감염과 방역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계속 지적돼왔다. 방역의 기본이라 불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시민들에게 ‘집에 머물라’고 방역당국은 권고하지만, 노숙인에게는 ‘집’이 없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설 이용에 제약이 많아지면서 목욕과 같은 위생수칙을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또한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를 통한 역학조사가 어려워 밀접접촉자 분류와 동선추적도 어렵다. 하지만 서울시 쪽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역학조사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다시서기센터 종사자들이 시설 이용자 명부를 잘 관리하고, 노숙인들의 얼굴을 대부분 알고 있어서 밀접접촉자 파악에 굉장한 도움이 되고 있다”며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역학조사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역당국이 밀접접촉자의 범위를 좁게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가 밝힌 노숙인 집단감염의 밀접접촉자는 70여명으로, 센터당 하루 이용자 숫자 60~70명에 견줘 매우 적은 수준이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확진자와 만나고 대화한 노숙인 가운데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은 사람도 있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밀접접촉 기준을 넓게 잡아 대규모 전파가 이뤄지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노숙인시설 종사자와 이용자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방역당국은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은 뒤 휴대전화로 검사결과를 통보받기까지 ‘자가격리’에 준해 생활할 것을 권고하지만, 휴대전화가 없는 노숙인도 있을뿐더러 노숙인들은 결과 통보까지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이날 오전까지 확진판정을 받았지만 소재 파악이 안 되는 노숙인이 3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확진자가 병원과 생활치료센터에, 밀접접촉자가 임시격리시설에 이송되기까지 머물 공간 역시 마땅치 않다. 결국 노숙인들에게도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머물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그동안 서울시는 노숙인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기만 했을 뿐 적극적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노숙인이 개별-분산된 주거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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