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화력 공사여파로 해안 침식 빨라져
‘은빛모래’ 백사장 모래포대로 유실 막아
강원도에만 신규 화력발전소 4기 건설 중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과도 배치돼
삼척 맹방해변 백사장에 해안침식을 막기 위해 수백개의 모래 포대가 쌓여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곱고 부드러운 백사장이 10리에 걸쳐 있어 이름 붙은 ‘명사십리’, 강원도 삼척 맹방해변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찾은 맹방해변 백사장엔 모래 포대 수백개가 줄을 맞춰 늘어서 있었다. 해안침식으로 모래가 깎여 나가 모래 절벽을 이루자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둔 것이다. 홍영표 상맹방1리 현안대책위원장은 “한때 ‘은빛 모래’라고 불리던 맹방해변 모래가 다 쓸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백사장 유실을 막기 위한 사람 키높이의 모래 포대가 쌓여 있다. 박종식 기자
환경부 사후환경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맹방해변의 면적은 2005년 이래 최저 수준이었다. 기후변화 등으로 해안침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삼척화력발전소 항만 건설이 더해지며 가속화된 것이다. 조사 결과 2018년 삼척화력 1·2호기 건설과 함께 시작된 석탄 운반용 대규모 접안 시설 공사가 한 원인으로 꼽혔다. 동해안의 파도는 여름철에 남동쪽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겨울에는 반대로 움직이는데 방파제 등 인공시설물이 만들어지니 모래의 이동 통로가 막혀버려 해안침식이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모래 포대로 유실을 막아놓은 해변에 출입을 제한하는 경고문이 걸려있다. 박종식 기자
이에 환경부는 단계별 침식 저감시설 설치와 대책 강구를 명령했고, 조치가 이행될 때까지 방파제 공사를 멈추도록 해 현재 항만공사도 중단된 상태다. 발전소 쪽은 환경부 조치에 따라 저감시설 설치에 나서면서도 맹방해변은 공사 시작 전부터 연안침식 관리구역으로 지정됐다며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공사 때문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맹방해변 모래사장 너머로 공사 장비가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삼척화력발전소는 2013년 7월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지만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사업 인허가가 보류돼오다, 2017년 12월 발표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건설이 확정됐다. 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오염물질 배출을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건설은 강행됐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강원도에서 건설 중인 삼척화력과 안인화력 1·2호기는 100% 수도권 전력 수요를 위한 것이라, 송전선로 건설로 인한 추가적인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해변침식 정도를 알 수있는 해빈폭(간조 때의 해안선부터 지형이 뚜렷하게 변하는 곳이나 식물이 잘 자라는 곳까지의 거리) 현황표가 맹방해변에 세워져 있다. 박종식 기자
강원도에는 삼척화력 1·2호기뿐 아니라, 강릉 안인화력 1·2호기가 2023년 3월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삼척·안인 화력이 완공되면 전국적으로 화력발전소 7기가 신규 가동되는데, 이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과도 배치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된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이들 화력발전소 총 7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4년부터 2050년까지 5018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맹방해변 항만공사 현장의 모습. 박종식 기자
한국은 2050 탄소중립 선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은 한국 정부가 석탄발전소 7기를 신규로 건설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계획에 미온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이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이 시급하다. 삼척/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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