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비까지 내렸지만 20.54%
민주당 “샤이 진보 결집”-국민의힘 “분노투표 결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4일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통합관제센터에서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장소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샤이 진보’가 투표장에 나선 것일까, 분노하는 표심이 뭉친 것일까. 역대 최고치를 찍은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자 지지층 결집의 효과라며 반색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3일 재보선 사전투표에 전체 선거인 1216만1624명 가운데 249만7959명이 참여해 투표율 20.54%를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지난 2019년과 2017년 재보궐선거 때와 견줘 각각 6.17%포인트, 14.64%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지난해 4월 21대 총선 사전투표율(26.69%)보단 낮지만 이번 선거가 서울·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만 치러지는 재보선임을 감안하면 낮은 투표율이 아니다. 7일 본투표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최종 투표율도 재보선 중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평일(2일)과 폭우가 내린 주말(3일)까지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에 두 당 모두 고무된 분위기가 엿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밀렸던 민주당은 현장에서 감지되는 ‘바닥 민심’이 돌아서고 있으며 이런 흐름이 사전투표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은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 민주당 기호 1번을 찍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유권자들의) 결집이 시작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1번을 찍었다는 한 학부모가) 아무리 민주당이 밉다지만 거짓말 하는 후보가 시장이 되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는 없다. 그 정도로 망가진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씀을 하시더라”며 거듭 표심 결집을 주장했다. 반면 야권은 ‘정권심판’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분노가 기록적인 사전투표율로 표출됐다고 평가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역대 최고의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은 정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쏟아지는 폭우도,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도, 위선 정권을 심판해 우리 삶을 바꿔보자는 유권자들의 행진을 막을 수 없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2030 세대를 포함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이 박 후보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는 점을 부각하며, 사전투표 때부터 선거가 ‘흥행 국면’을 보이는 것은 국민의힘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숨어있던 진보 지지층 결집일까, 분노 표심일까
사전투표율 상승은 젊은 세대로 대표되는 ‘투표 무관심층’이 움직인 결과라는 분석이 많고, 이 때문에 높은 사전투표율은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30~31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서울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사전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47.4%, 국민의힘 지지층 가운데 24.4%가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답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지난해 총선을 기점으로 ‘사전투표 불신론’이 확산되기도 했지만 젊은 층에서도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야권 지도부는 직접 사전투표에 참여하며 투표를 독려했다. 이런 캠페인이 사전투표기간에 보수 진영 유권자를 얼마나 움직였을지도 관심사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린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한겨레>에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 지지를 표한 20~30대가 실제 투표장에서 2번을 찍기까지는 ‘지지 정당 전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21대 총선 때보다도 낮은 사전투표율을 분노 표심 결집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꼭 투표해야 했던 민주당 지지층이 대거 투표장에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박성민 정치컨설팅 그룹 ‘민’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정권심판론’이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분노 투표’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유추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사전투표율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제도의 안착’으로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노현웅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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