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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은 행정가 아닌 정치인···중요한 것은 '책임윤리' -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339
우리나라 최초 민선 서울시장은 김상돈
조순-고건-이명박-오세훈-박원순-000
1995년부터 민주당 성적 ‘8전 5승 3패’
4·7 보선 더불어민주당 쉽지 않은 선거
여당층 이완-야당층 절박-중도층 결집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서울지역 중진 정치인들이 지난 11월 2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만찬 회동을 위해 각각 입장하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 위원장, 나경원, 김성태, 김용태, 이혜훈, 박진, 권영세, 오세훈.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서울지역 중진 정치인들이 지난 11월 2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만찬 회동을 위해 각각 입장하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 위원장, 나경원, 김성태, 김용태, 이혜훈, 박진, 권영세, 오세훈. /연합뉴스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장입니다. 참 대단한 자리입니다. 시도지사 가운데 유일하게 장관급 대우를 받습니다. 국무회의에도 참석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한성판윤이라고 했는데, 지금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정부 수립 이후 역대 서울시장 명단을 보면 거물이 많습니다. 윤보선, 이기붕, 허정, 고건, 최병렬, 이명박 등 대통령, 부통령, 국무총리, 장관을 지낸 사람들이 즐비합니다.
여기서 상식 문제 하나 풀어볼까요? 우리나라 최초의 민선 서울시장은 누구일까요? 조순? 아닙니다. 김상돈 전 서울시장입니다. 1960년 4·19 혁명으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뒤 1960년 12월 29일 서울시장 및 시도지사 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됐습니다. 1961년 5·16 쿠데타로 물러났습니다. 제헌의회와 3대, 4대, 5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 오래전에 잠시 서울시장을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이후 서울시장을 지낸 사람은 대개 다 아실 겁니다. 조순, 고건, 이명박, 오세훈, 박원순 시장입니다. 역시 거물들입니다. 내년 4월 7일 보궐선거에서 우리는 1995년 이후 민선 서울시장으로 여섯 번째 인물을 선출합니다. 누구를 뽑아야 할까요? 누가 당선될까요? 선택과 전망을 위해서는 약간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입니다. 서울시장 선거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기반이 중요합니다. 최근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정당 지지도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람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역대 선거 주요 후보 득표율> 1995년 6·27
민주자유당 정원식 20.67%
민주당 조순 42.35%
무소속 박찬종 33.51% 1998년 6·4
한나라당 최병렬 43.99%
새정치국민회의 고건 53.46% 2002년 6·13
한나라당 이명박 52.28%
새천년민주당 김민석 43.02% 2006년 5·31
열린우리당 강금실 27.31%
한나라당 오세훈 61.05% 2010년 6·2
한나라당 오세훈 47.43%
민주당 한명숙 46.83% 2011년 10·26 보궐선거
한나라당 나경원 46.21%
무소속 박원순 53.40% 2014년 6·4
새누리당 정몽준 43.02%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56.12% 2018년 6·13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52.79%
자유한국당 김문수 23.34%
바른미래당 안철수 19.55%
1995년 제1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의 주인공은 민주당의 조순 서울시장 후보였습니다. 조순 후보는 포청천이라는 별명과 함께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 유권자들이 “조순을 찍고 싶은데 왜 우리 지역엔 조순이 안 나오는 것이냐”고 아우성을 칠 정도였습니다. 집권 민주자유당의 정원식 후보는 노태우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사람입니다. 외국어대 학생들에 의해 밀가루를 뒤집어썼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무소속 박찬종 후보가 2등, 정원식 후보가 3등을 했습니다. 여당으로서는 치욕이었습니다. 1998년 6·4 선거는 외환위기 와중에 치러졌습니다. 1997년 12월 18일 대통령 선거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공천한 고건 전 국무총리가 최병렬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관선과 민선 서울시장을 모두 지내는 특이한 기록을 세운 것입니다. 2002년 6·3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새천년민주당 김민석 후보가 맞붙었습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하는 바로 그 김민석 의원입니다. 1964년생이니까 2002년 당시 38세였습니다. 집권여당 서울시장 후보가 38세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선거 시기가 하필 김대중 정부 임기 말이었습니다. 김민석 후보는 떨어졌고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는 이명박 대통령 탄생의 서막이었습니다. 2006년 5·31 선거는 노무현 정부의 인기가 바닥을 치던 시기에 치러졌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얼굴에 칼을 맞은 바로 그 선거였습니다. 오세훈 61.05% 대 강금실 27.31%라는 득표율 격차에서 알 수 있듯이 여당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선거였습니다. 2010년 6·2 선거에는 서거 1주년을 맞은 노무현 전 대통령 바람이 불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이 약진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선전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벽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오세훈 47.43%, 한명숙 46.83%였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다음 해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안철수 교수의 양보로 박원순 변호사가 시민후보로 나섰고,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 민주노동당의 최규엽 후보와 단일화까지 이뤄내 승리했습니다. 2014년 선거는 세월호 참사 직후 치러졌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누리당의 정몽준 후보를 여유 있게 꺾었습니다. 2018년 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가 가라앉지 않은 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와중에 치러졌습니다. 야당이 이길 수 없는 선거였습니다. 자유한국당의 김문수 후보가 2등,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후보가 3등을 했습니다. 결산하면, 1995년 이후 2018년까지 서울시장 선거는 여덟 차례 치러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계열 후보가 다섯 차례,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세 차례 이겼습니다. 4·7 보궐선거는 어느 쪽이 이길까요? 이번에는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11월 1~2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가 있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어느 당 후보가 당선되길 원하나’라는 질문에, 37.9%는 민주당 후보, 34.5%는 국민의힘 후보라고 답변했습니다. 여당과 야당 격차가 별로 크지 않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리얼미터는 정례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해서 발표합니다. 그런데 전국의 정당 지지도와 서울의 정당 지지도에 차이가 있습니다. 10월 1주차부터 ‘주중 집계’ 수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앞의 수치가 더불어민주당, 뒤에 있는 것은 국민의힘 지지도입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10월 1주차
전체 35.7% 대 28.7%
서울 30.2% 대 28.6% 10월 2주차
전체 31.3% 대 30.2%
서울 27.6% 대 32.8% 10월 3주차
전체 35.3% 대 27.3%
서울 35.5% 대 27.8% 10월 4주차
전체 36.7% 대 27.6%
서울 35.3% 대 31.2% 11월 1주차
전체 34.7% 대 27.7%
서울 30.3% 대 31.4%
쉽게 말해서 전국적으로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여전히 높지만, 서울에서는 그 격차가 좁혀지거나 심지어 국민의힘이 더 높은 경우도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한국갤럽이 11월 6일 발표한 정례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39% 대 국민의힘 20%지만, 서울에서는 더불어민주당 34% 대 국민의힘 20%로 격차가 좁혀집니다.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도 전국적으로는 ‘잘하고 있다’ 43%, ‘잘못하고 있다’ 47%지만, 서울은 ‘잘하고 있다’ 38%, ‘잘못하고 있다’ 54%입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정부·여당으로서는 “서울의 민심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더 사납다”고 읽어야 합니다. 저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여당에 절대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세 가지 정도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여당 지지층의 이완입니다. 쉽게 말해 여당 지지층은 그동안 전국 선거에서 연전연승하는 바람에 배가 좀 부른 상태입니다. “뭐 한 번쯤 져도 괜찮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방심은 패배로 이어집니다. 둘째, 야당 지지층의 결집입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선거 승리에 목이 타는 상태입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 이후 지금까지 8년 동안 전국 선거에서 이겨 본 일이 없습니다. 절박감은 이변을 낳습니다. 셋째, 중도층의 견제 심리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 유권자들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4·15 국회의원 총선거 압승 이후 문재인 정부 장관들이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말과 행동이 조금 오만하게 비치기 때문입니다. 중도층의 쏠림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이제 사람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앞에서 소개해 드린 <아시아경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박영선 13.6%, 박주민 10.3%, 추미애 7.7%, 임종석 6.6%, 우상호 4.5%, 정청래 3.6%, 기타 인물 4.8%, ‘없음’ 및 ‘잘 모름’ 48.8%로 나타났습니다. 범야권 후보는 오세훈 17.6%, 안철수 15.9%, 금태섭 8.4%, 윤희숙 6.5%, 조은희 6.2%, 김동연 5.1%, 기타 인물 5.0%, ‘없음’ 및 ‘잘 모름’ 35.3%였습니다.
인지도 높은 정치인들이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도 일단 앞서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후보 가운데 추미애·임종석·정청래, 범야권 후보 가운데 오세훈·안철수·금태섭·윤희숙·김동연 등은 서울시장으로 나설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각 정당의 후보 경선 규칙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깁니다. 어쨌든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정당 못지않게 ‘후보 변수’가 꽤 작동할 것입니다. 모든 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정당 지지도 등 기반적 요소가 중요하지만, 대통령 선거나 서울시장 선거 같은 경우에는 ‘후보 변수’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지금 거론되는 서울시장 후보 가운데 누구를 가장 좋아하십니까? 누구를 가장 싫어하십니까? 민주주의는 유권자가 공직자를 선출하는 제도입니다. 좀 더 많은 유권자가 지지하는 인물이 권력을 잡게 됩니다. 특히 여러분이 투표권을 가진 서울시민이라면 여러분의 호불호가 서울시장을 결정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선택을 위해 제가 딱 한 가지만 도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서울시장은 행정가가 아닙니다. 행정가는 선출직 공직자인 정치인의 지시에 따라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전문 관료입니다. 서울시장은 정치인입니다. 공약을 내세워 권력을 획득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선출직 공직자입니다.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면 행정가는 영혼이 없고 정치인은 영혼이 있습니다. 행정가는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정치인은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집니다. 지금 거론되는 서울시장 후보 가운데 누가 정치인의 영혼과 책임윤리를 갖춘 사람인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열렬히 지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그가 다음 서울시장이 될 것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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