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인 의원등 더불어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9일 오후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출범시키고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일정을 앞당기는 ‘수습책’을 내놓은 지 하루 만인 9일 민주당 안팎에선 더 철저한 반성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해 총선 이후 당내 현안에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이날 모임을 열어 “당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고 밝혔다. 재선 의원 49명도 오는 12일 회동을 열어 당의 쇄신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50여명은 이날 아침 7시30분부터 모여 3시간여 동안 재보궐선거 패배의 원인 분석과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민주당 초선의원 공동 입장문’을 내어 “민주당 당헌·당규에 의하면 이번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시행도 해보지 않고 국민적 공감 없이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해 후보를 낸 뒤 귀를 막았다”며 “그 의사결정에서 치열하게 참여하지 못한 점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선들부터 민주당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뒤늦은 반성’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초선들이 4·15 총선 이후 첫 단체 성명에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며 이낙연 전 대표, 김태년 전 원내대표가 주도하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당헌은 고정불변이 아니다”라고 한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의 정당성을 비판한 건 의미가 작지 않다. 성명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이날 초선 의원 모임에선 민주당을 오만하게 비치도록 강경론을 주도한 인사들의 차기 지도부 선거 불출마 요구,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손절론’, ‘청와대와 민주당의 도덕적 우월주의를 앞세운 내로남불 등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보선 참패를 계기로 분출한 이런 변화의 요구가 향후 원내대표, 당 대표 선거 등 차기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당 쇄신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제 이들은 ‘더민초’(가칭)라는 이름으로 향후 활동을 이어가며 당 지도부 구성에도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간사 역할을 맡은 고영인 의원은 “오는 16일 원내대표, 5월2일 당대표 선거 전에 초선 의원 주최 토론회와 요구전달식 등을 해보려고 한다”며 “최고위원 (선거) 등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81명에 이르는 초선 의원이 집단의 힘을 바탕으로, 지도부 선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민주당 20~30대인 이소영·전용기 의원 등 5명도 별도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당헌·당규 개정을 통한 선거참여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했다. 이들은 “검찰개혁은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책이었으나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점철된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공감대를 잃었다”며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했다. 도종환 비대위원장과 20~30대 초선 의원들이 만난 자리에서 이소영 의원은 “우리 당의 책임으로 제1, 제2 도시에서 선거를 한 상황임에도 9개월간 당의 대처를 보면 매우 부끄럽다”며 “새 지도부가 들어서도 이 문제는 철저하게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변화를 촉구했다. 원외 인사들은 더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원조 친노’로 불리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동안 민주당이 해온 모습은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받아준 것”이라며 ‘강성 지지층 경도’를 가장 큰 패착으로 지목했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권이 신뢰를 잃은 이유로 ‘3무’를 짚었다. 잘못한 일이 생겨도 △사과와 반성이 없고 △문책이 없으며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4년 동안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 정책적 오류가 ‘촛불 정부’라고 하는 정치적 후광 효과를 완전히 휘발시켜 이제 완전히 원점에서 국민의힘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며 “4년 민주당의 의사결정 구조가 소수의 폐쇄적 소통망을 중심으로 형성돼 바깥 민심의 흐름을 감지하는 통로가 닫힌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노지원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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