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30·가명)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정신과를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지면서 외출 횟수가 줄자 급격히 우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배달음식을 시켜먹다 보니 쓰레기 버릴 때 외에는 밖으로 나갈 일이 없었고, 화상회의 때 말고는 누군가와 대화도 거의 하지 않았다. 김씨는 "하루 종일 우울한 날이 며칠씩 지속됐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병원을 찾았다"며 "우울증 진단을 받고 3개월 정도 약을 복용하며 상담을 받았더니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울증 등 기분장애로 병원을 찾은 이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막연한 불안, 우울감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유행까지 더해져 기분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난 것이다.
20대·여성 환자 특히 많아... 우울증, 조울증이 대부분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분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총 101만7,000명에 달했다. 기분장애 질환 진료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5년 전(77만8,000명) 대비 23만9,000명 증가한 것으로, 연평균 증가율은 6.9%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6.8%로 가장 많았고, 60대(16.2%), 50대(14.4%)가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약 67만1,000명으로, 남성(약 34만5,000명)보다 2배 많았다. 기분장애 질환의 1인당 진료비도 66만5,000원으로, 5년 전 대비 20.3% 증가했다.
기분장애 진료 원인 중에서는 우울증과 조울증 관련 질환이 많았다. 우울에피소드 질환이 76만6,000명이었고,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질환은 11만2,000명, 지속성 기분장애 질환은 8만4,000명이었다.
우울증 치료 인식 개선, 코로나19 영향 탓
전문가들은 우울증에 대한 인식 개선,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가 기분장애 진단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봤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산업화, 핵가족화와 함께 고령화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면서 우울증도 필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다만 예전과 달리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이 줄면서 병원을 찾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과 교수도 "코로나19 이후 정신과만 환자가 늘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정신과 진료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특히 20대와 여성에게서 두드러진 건, 취업과 고용불안 문제가 더 심각하게 다가와서 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20·30대 여성의 음주와 자살률은 급격히 상승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 이후를 준비할 때 경제 안전망뿐만 아니라 정서 안전망을 어떻게 구축할지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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