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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무한 가능성의 공간' 클럽하우스…누가 먼저 깃발을 꽂을 것인가 - 경향신문

화제의 음성기반 SNS ‘클럽하우스’ 한국 상륙 한 달 관찰기

■‘인싸’의 조건? 열린 가능성의 공간!

음성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선 제한된 수의 청중을 사로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그래픽 | 엄희삼 기자 heesam@kyunghyang.com

음성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선 제한된 수의 청중을 사로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그래픽 | 엄희삼 기자 heesam@kyunghyang.com

지난 3일 오후 11시30분. 음성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하우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자 일명 ‘복도’로 불리는 피드가 눈앞에 펼쳐졌다. 갖가지 주제의 방들이 눈에 띄었다. ‘인싸 되고 싶은 30·40대에게 20대의 트렌드·생각·유행어 들려줄래요?’ ‘우울했던 썰 푼다!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힐링하는 방. 깜짝 선물 드려요!’ ‘스타벅스 매장 음악방, 24시간 플레이’…. ‘이제는 들어갈 방이 없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란 이름의 대화방에선 “클럽하우스에서 들을 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이야기를 20여명이 듣고 있다.

다른 결의 대화방도 눈에 띄었다. 방제는 ‘변희수 하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침묵의 방(대화 없음)’. 대화가 없는 이 방에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더니 자정을 넘긴 4일 0시30분엔 참여자가 300명으로 늘었다. 일부는 말을 하는 대신 프로필 사진에 무지개 띠를 둘렀다. “트랜스젠더의 권리는 인권이다(#TransRightsAreHumanRights)”라는 문구가 쓰인 사진을 내건 이들도 보였다. 말은 없었지만, 수백명이 한 공간에 모여 누군가를 추모하고 연대했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출시된 클럽하우스는 지난달 말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건을 돌파했다. iOS 운영체제로 운영되는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이용자만 다운로드가 가능하며, 초대장이 없으면 입장할 수 없는 폐쇄성은 되레 호기심을 자극했다. 한국에선 지난 2월 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이제는 32만명이 사용하는 인기 앱이 됐다.

이용 양태를 둘러싸고 갖가지 분석이 오간다. 집단지성의 창구, 정보격차 해소의 장, 소수자 친화형 SNS라는 수식부터 SNS계의 스카이캐슬, 권력화된 소통 등 비판적 시선도 적지 않다. 틀린 말은 없다.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만든 가상의 맹학교가 있는 곳도, 기업가가 연예인을 초대해 서로의 친분을 과시하는 곳도 모두 클럽하우스다.

“SNS 플랫폼 하나로 왜들 난리야?” 일각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유튜브를 통해 플랫폼 시장에서 선점효과가 얼마나 중요했는가를 지켜본 이들은 ‘SNS는 시간 낭비’라는 전제를 부정한다. 클럽하우스 내 제한된 수의 청중을 사로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2021년 SNS 생태계의 현황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클럽하우스’의 지난 한 달을 살펴봤다.

■초기: 한국의 일론 머스크는 누구인가

[커버스토리]‘무한 가능성의 공간’ 클럽하우스…누가 먼저 깃발을 꽂을 것인가

정세균 총리·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
유명인사들 다수 등장해 초기 붐 이끌어

노출 적은 기업인들, 상대적으로 인기
비트코인·중국·CEO·일론 머스크 등
관련 기사 속 중요 키워드 ‘돈’에 쏠려

해외와 마찬가지로 초기 클럽하우스 붐을 이끈 건 유명인사들이다. 연예인은 물론 정세균 국무총리,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조정훈 시대전환 서울시장 후보,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장혜영 정의당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등 정치인들이 클럽하우스에서 유권자와 만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다수 재계 인사가 클럽하우스에 등장했다.

정치인보다는 기업인들이 더 인기다. 여러 매체를 통해 발언을 쏟아내는 정치인보다 노출이 적은 인물의 발언이 ‘청취 가치’가 높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정태영 부회장이나 정용진 부회장 등이 개설한 방에는 많게는 7000명, 평균 3000여명이 몰린다. 관심이 관심을 부르는 관심경쟁 시장에서 이들은 피라미드 꼭대기를 차지한다. 직장인 김해리씨(32)는 “대화방에 참여한 인원이 급격히 줄어들면 ‘아, 또 연예인이나 CEO가 떴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럽하우스에선 기본적으로 녹취와 기록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유명인의 발언은 곧장 기사화된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클럽하우스를 통해 “우승 반지를 끼고 싶어 야구단을 인수했다” 등 야구단 인수와 관련한 뒷얘기를 털어놨다. 정태영 부회장은 15일, 21일 두 차례 현대카드가 수년간 진행하고 있는 슈퍼콘서트 관련 이야기를 쏟아냈다.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나 체인스모커스와 밤새 술 마신 일화 등은 기사를 통해 ‘박제’됐다. 대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CEO의 클럽하우스 활동에 대해 “돌발 상황에 대한 긴장감은 있지만, 홍보와 기업에 대한 긍정 이미지 상승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국내 54개 매체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 2일 기준 ‘클럽하우스’와 관련된 기사는 총 391건이 검색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클럽하우스에 등장한 2월1일 첫 보도가 나온 지 한 달 만이다.

[커버스토리]‘무한 가능성의 공간’ 클럽하우스…누가 먼저 깃발을 꽂을 것인가

클럽하우스를 다룬 기사 속 키워드의 중요도와 가중치도 이름과 돈에 쏠렸다. 비트코인(71.58)이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중국(42.98), CEO(34.46), 일론 머스크(30.85), 지지자(30.56)가 이었다. 상위 30개 키워드 중 일론 머스크, 정세균 국무총리(14.57), 푸틴 러시아 대통령(11.91), 용진이(7.83), 최태원(7.79), 마크 저커버그(5.71) 등 6개가 인명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가 클럽하우스에 초대해 화제가 됐으며, ‘용진이’는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을 “용진이형이라 불러달라”고 말한 데서 파생됐다.

발언의 파급력이 세고 기사량이 많을수록 앱 다운로드도 늘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1월31일 국내 iOS 앱 전체 다운로드 순위 921위에 불과하던 클럽하우스는 열흘 만인 지난달 9일 전체 1위로 빠르게 올라섰다. 이날은 클럽하우스를 언급한 기사량이 가장 많은 날이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가 클럽하우스에서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고 발언한 것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클럽하우스 초대장이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 두 축을 이뤘다. 이날 하루 빅카인즈 집계 기준으로는 50건,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 기준으로는 214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유명인의 이름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클럽하우스 초대권을 3만원에 내놓은 한 이용자에게 ‘초대장이 왜 이리 비싸냐’고 물었다. 그는 최초 초대자가 프로필에 영구 박제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렇게 답했다. “제 프로필을 4번만 타고 올라가면 마크 앤드리슨이 있어요. 잘 모르실 수도 있는데 최초로 모자이크라는 그래픽 웹브라우저를 만든 사람입니다. 아무 초대장이나 사는 것보단 제 거 사시는 게 나아요.ㅋ”

■중기: 새로운 인플루언서의 탄생

대학생 정영한씨(오른쪽)는 클럽하우스 인플루언서 ‘시리(siri)’ 계정을 운영한다. 계정은 개설 2주 만에 팔로어 2만명을 넘겼다. 클럽하우스 캡처·정영한씨 제공

대학생 정영한씨(오른쪽)는 클럽하우스 인플루언서 ‘시리(siri)’ 계정을 운영한다. 계정은 개설 2주 만에 팔로어 2만명을 넘겼다. 클럽하우스 캡처·정영한씨 제공

이용자 늘며 오락·예능 콘텐츠 부상
관심 자본 없이 ‘인플루언서’ 되기도

말 한마디에 관심이 쏠리는 ‘셀럽’은 극소수다. 모두가 마크 앤드리슨과 같은 유명인과 연결된 초대장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관심자본 없이 경쟁에 뛰어든 이들은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한 달간 클럽하우스 내 유행도 빠르게 변했다. 클럽하우스가 막 대중에게 알려진 2월 초까지만 해도 셀럽이나 콘텐츠 산업·정보기술(IT) 스타트업·프리랜서 등 각종 업계 전문가들이 사회자로 나선 정보공유방이 활발했다. 하지만 설연휴를 기점으로 증가한 신규 이용자들이 오락·예능 콘텐츠를 찾기 시작하면서 성대모사방과 노래방이 급부상했다. 얼굴이나 스펙을 평가해주는 각종 평가방이나 각자 역할을 맡아 상황극을 하는 역할놀이방도 등장했다.

특히 성대모사방 참가자들은 자신이 목소리를 흉내내는 인물의 사진을 프로필로 설정하고, ‘부캐’(부캐릭터)에 완벽히 이입한 모습을 보였다. 배우 주현, 이경영, 김수미, 가수 지드래곤, 아이유 등 연예인을 흉내내는 계정부터 스타벅스 아르바이트생, 홈플러스 점장 등 특정 직종의 말투를 흉내내는 이도 있었다.

성대모사로 하루아침에 명성 얻고
인지도 높아지자 광고 협업 제안도

관심 시장 선점하려는 20대 초중반
“인맥 확보해 유리한 고지 서고 싶어”
맞팔방 통해 팔로어 늘리기 ‘꼼수’도

‘벼락 스타’는 클럽하우스에서도 났다. 남성 인공지능 목소리를 연기하는 계정 ‘시리(siri)’가 대표적이다. 시리는 애플 인공지능 비서의 이름이다. 시리의 음성과 말투를 흉내내는 해당 계정은 4일 기준 팔로어 수가 2만6000명을 넘어섰다. 시리는 현재 ‘고민상담방’과 ‘시리를 웃겨라’ 등 콘텐츠를 직접 기획·운영하고 있다.

시리를 연기하는 이는 대학생 정영한씨(25)다. 정씨는 군 제대 후 2년간 여행 플랫폼 영상 제작자,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했지만 큰 성과는 얻지 못했다. 복학을 앞두고 한동안 ‘백수’로 지냈다는 그는 2월 초 지인의 초대로 클럽하우스에 가입했다. 클럽하우스에 대한 첫인상은 “장벽이 높다”였다. 정씨는 “트렌디한 직장인들이 콘퍼런스를 하는 곳 같았다”며 “소속된 회사와 자신의 직급을 밝힌 사람들 사이에서 내세울 이력이 없어 주눅이 들었다. 떠오르는 스타트업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취업 장벽이 높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씨의 삶이 바뀐 건, 설연휴 우연히 성대모사방에서 인공지능 비서의 목소리를 흉내내면서다. “군대에서 선임들이 장기자랑시킬 때 했던” 시리를 부캐릭터로 내세운 그는 유명인사가 됐다. “성대모사방 청취자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었어요. 300명에서 시작해 5000명까지 늘었죠. 성대모사방 고정 멤버가 된 것만으로 팔로어가 수천씩 올라갔어요. 유튜브도, 인스타그램도 열심히 했지만, 하루아침에 명성을 얻은 건 처음이었어요.”

정씨는 현재 하루 평균 5시간 이상을 클럽하우스 방송에 쏟고 있다. 오후 8~9시 무렵 시작한 방송은 새벽 2시쯤 끝난다. 이후 1시간 동안 서로 팔로를 한 이용자들끼리만 만날 수 있는 비공개 ‘소셜방’에서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하루를 마친다. 낮 시간은 대부분 클럽하우스 콘텐츠를 기획하고 청취자와 SNS 소통을 하는 데 쓴다. 그가 초등학교 때부터 꿈꿨던 아나운서라는 직업과 유사한 일을 하게 된 셈이다.

정씨는 이를 “시간 낭비가 아닌 스펙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활동”이라고 했다. “아나운서가 되고자 했던 것도 사람들에게 말로써 도움을 주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이유였거든요. 어떻게 보면 지금 클럽하우스에서 그 꿈을 실현하고 있어요. 고민을 들어주고 소통하고요. 동경했던 아나운서들과 이제는 직접 소통도 하고 맞팔로도 하고 있어요.”

시리의 이름값은 현실 인지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도 덩달아 3000명 정도 늘었어요. 유튜브 채널도 클럽하우스 시리와는 성격이 많이 다른데도 500명 넘게 찾아와 구독을 해주시더라고요. 다음주에 클럽하우스로 친해진 아나운서분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얼떨떨해요. 이 기회를 통해 제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많이 여쭤보려고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마음으로 당분간은 클럽하우스 활동에 매진할 것 같아요.”

■말기: 너도나도 인생역전을 노린다

클럽하우스 앱은 아이오에스(iOS) 운영체제인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이용자만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이런 폐쇄성이 오히려 화제를 모았고, 지난달 말 국내 다운로드 수 32만건을 돌파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클럽하우스 앱은 아이오에스(iOS) 운영체제인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이용자만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이런 폐쇄성이 오히려 화제를 모았고, 지난달 말 국내 다운로드 수 32만건을 돌파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클럽하우스 운영진이 플랫폼 유료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클럽하우스가 돈이 될까’에 관심이 쏠린다. ‘클생’(클럽하우스에 빠져 사는 인생)을 사는 이들과 마케팅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돈이 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만명 이상 팔로어를 가진 한 이용자는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협업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며 “의류, 화장품 등 품목도 다양하다. 방제(방이름)에 간접적으로 제품을 노출한다거나, 대화 도중 브랜드명이나 제품명을 언급해주는 대가로 협찬비를 주겠다는 업체도 있다”고 전했다.

정영한씨도 “협업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뒷광고 논란도 있었고, 계정의 순수성을 깨면서까지 협찬을 받고 싶지 않아 협업 방식을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배달플랫폼 요기요는 정씨를 비롯해 성대모사로 유명한 클럽하우스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한 ‘천하제일 빡침(화남)대회’방을 개설했다. 청취자가 일상에서 화가 났던 경험을 공유하면, 요기요가 배달쿠폰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요기요 관계자는 “4시간 동안 청취자 600명과 함께했고,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며 “향후에도 클럽하우스를 마케팅 툴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관심 시장을 초기에 선점하기 위한 이용자들의 경쟁은 예상치 못한 현상을 낳기도 했다. 일부 이용자들이 ‘맞팔방’(맞팔로방)을 만들고 오직 팔로어 수만을 늘리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클럽하우스 계정을 서로 팔로해주는 건 기본이고 프로필에 명시한 인스타그램 등 다른 SNS 팔로어도 서로 늘려준다. 이런 맞팔방은 한 번 개설될 때마다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1000명 단위로 입장한다.

클럽하우스 일부 이용자들은 ‘맞팔방’(맞팔로방)에서 소통 없이 서로 팔로어 수를 늘려준다. 한편에선 이런 맞팔방에 대한 비판 의견을 나누는 대화방이 생겨난다. 클럽하우스 캡쳐

클럽하우스 일부 이용자들은 ‘맞팔방’(맞팔로방)에서 소통 없이 서로 팔로어 수를 늘려준다. 한편에선 이런 맞팔방에 대한 비판 의견을 나누는 대화방이 생겨난다. 클럽하우스 캡쳐

맞팔방 참여자들은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다. 소통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 순간 강제퇴장 조치가 이뤄진다. 이 때문에 한편에선 ‘규정 위반이다’ ‘물을 흐린다’며 맞팔방을 견제하는 방들이 생겨났다. 이 안에서 사람들은 맞팔방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신고해 ‘폭파’시킬지 함께 논한다.

맞팔방 참여 연령대는 대부분 20대 초중반이다. 맞팔방 운영 경험이 있는 A씨는 “내세울 이력이 없는 저희 같은 사람들은 팔로어 수라도 많아야 한다”며 맞팔방 개설 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 A씨는 “SNS에선 팔로어 수가 곧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클럽하우스에선 팔로어가 적으면 모더레이터들이 발언권도 잘 안 준다. 또 대화방도 많이 보이지 않고, 개설한 방의 영향력도 적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B씨는 “클럽하우스 유료화 얘기가 나오는데 팔로어를 최대한 늘려놓는 건 투자라고 본다”며 “다른 SNS에선 돈을 주고 팔로어를 사기도 한다. 없는 사람들끼리 도와서 서로 팔로어 수 늘려주는 게 왜 나쁘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맞팔방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 C씨는 “우선적으론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그는 “인스타그램에서 작업물을 홍보하는 ‘포트폴리오 계정’을 운영 중”이라며 “포트폴리오 계정은 팔로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회사들이 실력이 좋다고 인정해주기 때문에 많은 팔로어 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꼼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동원할 방법을 다 동원해 팔로어를 늘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이 몰려들기 전에 최대한 많은 인맥을 확보해 클럽하우스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고 싶다”고 했다.

학력이나 이력을 부풀려 환심을 사는 ‘꾼’들도 눈에 띈다. 금융투자 컨설팅업체에서 일하는 D씨는 “자신을 헤지펀드 매니저라고 소개한 인물이 운영하는 대화방을 2시간 정도 지켜본 적이 있다. 프로필에 연동한 오픈카톡방으로 오라며 자꾸만 사람들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 사람이 요구한 건 고수익을 보장해줄 테니 투자금을 보내란 거였다. 기록이 남지 않고 대화가 휘발된다는 점에서 범죄에 악용되기 쉬운 플랫폼이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초대장을 받고 입장하거나 기존 가입자 ‘동의’ 얻어야
[커버스토리]‘무한 가능성의 공간’ 클럽하우스…누가 먼저 깃발을 꽂을 것인가

클럽하우스 입문 방법은


클럽하우스에 ‘입문’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우선 초대장을 받고 앱을 설치한 뒤 입장하는 방법이다. 초대장이 없는 경우엔 앱을 먼저 설치한 뒤 기존 가입자의 ‘동의’를 받으면 된다.

가입 방법은 간단하다.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받은 코드번호를 공란에 넣은 뒤 안내에 따라 프로필을 채워넣으면 된다. 가입 과정에서 여행, 정치, 음악, 책, 영화, 종교 등 관심 있는 주제를 고르면 알고리즘이 대화방을 추천한다. 정체성(Identity) 카테고리 아래에는 LGBTQ, 흑인, 장애인, 라틴아메리카계, 동아시아계 등 여러 소수자 정체성이 포함돼 있다.

방의 구조는 피라미드와 흡사하다. 방장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자(Moderator)와 소수 운영진 등 연사(Speaker)들이 대화방 최상단에 위치한다. 사회자는 대화를 중재하기도 하고, 청중에게 발언권을 부여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한다. 연사 아래는 이들이 팔로하는 청중(Followed by the speakers)이 있다. 연사가 팔로하지 않는 나머지 이용자(Others)는 방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다.

청중은 화면 하단 우측의 ‘손바닥’ 버튼을 눌러 발언 권한을 요청할 수 있다. 사회자의 허락이 있으면 연사의 위치로 올라와 발언 기회를 얻는다. 방을 떠나고 싶으면 화면 하단 좌측의 ‘손가락 브이(Leave quietly)’ 버튼을 누르고 나온다. 대화방을 개설하고 사회자로 활동하는 등 적극 이용자에게는 새로운 사용자를 불러올 수 있는 초대장이 추가로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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