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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박범계에 물었다 "집권여당 위해 장관직 이용하나요" - 중앙일보 -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수석대변인(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수석대변인(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10년 전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 수사팀을 겨냥한 수사지휘권 발동에 검사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사기 전과자의 일방적 '위증' 폭로에 근거한 ‘정치인’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라는 취지의 비판 글과 댓글 수십 개가 18일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게시판에 올라오면서다.

'한명숙 수사지휘'에 봇물 터진 檢 이프로스

 

평검사의 질문 “정치인 입장에서 말씀하셨나”

신헌섭(사법연수원 40기)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 검사는 18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관련 법안을 놓고 “저는 법무부 장관이기에 앞서 여당 국회의원이다”라고 발언한 점을 지적했다.
 
신 검사는 “저의 상급자로서 장관님의 본모습을 ‘정치인’으로 봐야 할지 ‘국가공무원’으로 봐야 할지 큰 고민에 빠져있다”며 “장관님의 말씀과 지시가 정치인의 입장에서 나오신 것인지, 공무원의 입장에서 나온 것인지 계속 혼란스럽다”고 적었다.
 
한명숙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연합뉴스

한명숙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그는 지난 2015년 한 전 총리가 불법 정치자금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되자 박 장관이 새정치민주연합(옛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서 “대법원이 권력에 굴종한 자기 모순적 판결을 내놓은 것”이라고 사법부 최종 판단을 문제 삼는 발언을 한 것도 언급했다.  
 
신 검사는 “공교롭게 6년 뒤 사법부 최종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수사지휘권을 이례적으로 발동하시니 혼란스럽다”며 “‘정치인’의 입장에서 지휘인지 ‘국가공무원’ 입장에서 지휘하신 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또 “장관님이 수사지휘의 주된 이유로 ‘공정성 확보’를 언급하시면서 수사지휘 문구에 임모 검사(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이름을 10여 차례 정도 언급했다”며 “대검 주무 연구관들과 감찰과장들의 집단지성보다 임 검사의 의견이 더 공정하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政治)가 법치(法治)를 망친다”

한 전 총리 수사팀 소속이었던 현직 검사도 과거 지방자치단체장 구속 사건과 무관한 다른 재소자의 허위 위증 폭로를 직접 겪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재소자 조사를 담당했던 후배에게 미안하다는 글을 적었다.
 
양석조(29기) 대전고검 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재소자 조사의 추억과 참회록’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과거 별개 사기 사건 재소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자체장 뇌물 전달 사진을 주겠다'고 제안해 뿌리쳤더니 이후 '검사가 단체장 뇌물을 털어놓으라고 회유·협박하더라’라고 주장해 오해를 산 경험을 회고했다. “그 후에는 재소자분들을 멀리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때도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됐다고 글을 이어갔다. 그는 “(불법 정치자금 공여자인) 한만호씨가 재판에서 말을 바꾸기 전 구치소에서 ‘말을 바꾼다더라’는 소문이 무성했고, 수사팀은 ‘이렇게 객관적인 증거가 많은데 그게 가능하냐’고 소문을 무시했으나 진짜로 말을 바꿨다”며 “수사팀은 소문의 근원지인 재소자 조사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전 재소자 조사의 추억 때문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래서 후배 검사가 조사를 담당하게 됐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 자금을 건낸 혐의로 형의 확정된 고(故) 한만호씨의 이른바 '비망록' 내용을 보도했다. [뉴스타파 보도 캡처]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 자금을 건낸 혐의로 형의 확정된 고(故) 한만호씨의 이른바 '비망록' 내용을 보도했다. [뉴스타파 보도 캡처]

 
양 검사의 글에는 삽시간에 20여개의 공감 댓글이 달렸다. 검사들 다수는 “말석 검사가 안쓰럽다”고 했다. 
 
수사팀에 몸담았던 한 검사는 “도대체 어떤 말석 검사가 직접증거도 아닌 전문 증거를 얻기 위해 재소자에게 위증을 교사하겠나?”고 반문했다. 또 다른 당시 수사팀 검사도 “객관적 물적 증거가 차고 넘치는 사건에서 증언을 통해 증거를 보탠 상황이 아니었고, 증거로 채택되지도 않았다”며 “무려 10년이 지난 일에 대해 이런 식으로 트집을 잡으면 어느 검사가 법과 양심에 따라 일을 할 수 있을지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또 다른 검사는 “정치가 법치를 망치고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한 검사는 “집권 여당을 위해 장관 지위를 이용하고 계신 게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다”고 적었다.
 
김수민‧정유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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