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난'의 이유 : 국제일반 : 국제 : 뉴스 - 한겨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난’의 이유
값싸고 운송·보관 쉬운 ‘게임 체인저’에서
고령층 효과·혈전 논란 ‘트러블 메이커’로

주사바늘 끝에 매달린 물방울에 아스트라제네카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의약품청(EMA)이 18일(현지시각)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이 안전하다는 평가를 내리고,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도 접종을 재개하기로 하는 등 ‘아스트라제네카 혈전 논란’이 일단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 대학이 함께 만든 이 백신은 혈전 논란에 앞서 한 차례 고령층 효과 논란에 휩싸였고, 미국에서는 늑장 보고 논란으로 아직 승인조차 받지 못하는 등 줄곧 ‘백신 논란’의 한 가운데 있었다. 아스트라제네카 쪽이 자초한 측면이 있지만, 미국과 영국의 백신 경쟁, 유럽연합(EU)과 영국의 백신 공급 줄다리기 등 정치적 이유도 작용했다.
‘게임 체인저’에서 ‘트러블 메이커’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보관·운송 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개발 단계부터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게임 체인저’가 될 거라는 기대를 받았다.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 15~20달러 가격에 영하 20~90도의 저온 보관을 요구하는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5달러에 일반 냉장 온도에 보관할 수 있다. 게다가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백신 판매로 이윤을 내지 않는 ‘착한 백신’이 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백신 개발 선두 주자였던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7~9월 미국 임상시험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을 미 식품의약국(FDA)에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 뒤늦게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 보건당국과 아스트라제네카 사이의 신뢰가 흔들렸고, 이후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 내 임상이 지체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12월 말과 1월 말 각각 영국과 유럽연합(EU)에서 백신 승인을 받았지만, 미국에서는 임상이 늦어져 다음달에야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수난은 유럽에서 승인을 받은 뒤에도 이어졌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 일부 국가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65살 이상 임상 참가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고령층에 대한 접종을 제한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경우 65살 이상 임상 참가자 비율이 전체의 20%를 넘는데,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7%에 불과했다. 표본 수가 적어 임상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에, 스웨덴·헝가리·벨기에·오스트리아·스위스 등이 고령층 접종 제한에 동참했다. 한국도 상당 기간 고령층 접종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올 초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대규모로 시작한 영국이었다. 영국 보건당국은 이달 초 실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고령층의 접종 결과를 분석해, 고령층에게 나타나는 백신 효과도 화이자 백신 등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임상이 아닌 실제 접종 결과를 받아본 국가들은 고령층 접종 제한을 풀기 시작했다. 한국도 지난 10일 고령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기로 결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로이터 연합뉴스
‘혈전 부작용 우려’ 불가피한 논란이긴 한…
고령층 효과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혈전 논란’이 시작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이가 피가 굳는 혈전 현상으로 숨졌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지난 7일 오스트리아에서 혈전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처음 보고됐고, 이후 유럽 여러나라에서 비슷한 사례가 보고되면서 프랑스·독일·스웨덴 등 유럽 20여개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을 일시 중단했다. 이번에도 ‘엄호’에 나선 것은 영국이었다. 고령층 효과 논란 때와 비슷하게 영국 정부, 전문가, 언론 등이 모두 나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혈전 위험성을 반박했다. 이들은 영국과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1700만명 중 혈전 발생 보고 건수가 37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일반적인 상황에서 혈전 발생 가능성보다 낮다고 반박한다. 존 기빈스 영국 레딩대 심장·신진대사 연구소장은 <시엔엔>(CNN)방송에 “정맥혈전증은 통상 1000명당 1~2명이 앓는다. 비교적 흔하다”고 말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18일 “아스트라제카 백신과 혈액이 굳는 ‘혈전 현상’ 위험성 증가와 전반적으로 연계성이 없다”고 결론내면서, 일단은 논란의 종지부가 찍힌 상황이다.
갈등 배경엔 국가간 경쟁과 갈등
유난히 요란스러웠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논란의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일부는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는데, 미 보건 당국에 임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보고하지 않거나 임상 시험에서 화이자·모더나와 달리 고령층 비중을 낮게 잡아 스스로 신뢰를 낮춘 측면이 있다. 이와 달리 혈전 부작용 논란은 팬데믹에 전례 없이 빠르게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통과의례로 보는 시선이 많다. 다른 배경으로, 미국·영국 간 백신 개발 경쟁 및 영국·유럽연합 간 갈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신뢰도를 문제 삼지만, 실제로 승인을 늦추는 배경엔 백신 개발을 놓고 경쟁했던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혈전 논란의 배경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과 유럽연합 간의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영국의약품규제청(MHRA)이 2월까지 혈전 반응 사례를 조사한 결과, 화이자 백신의 혈전 발생이 38회로 아스트라제네카의 30회보다 더 많았지만, 비판은 아스트라제네카에 집중됐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EU 국가들의 결정에는) 면역학적 문제보다 백신을 둘러싼 정치적 문제가 더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올 1월초 브렉시트를 강행했는데, 이후 영국 백신을 유럽에 공급하는 문제를 두고 유럽연합과 상당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한겨레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newsletter
매일 아침, 매주 목요일 낮 뉴스의 홍수에서 당신을 구할 친절한 뉴스레터를 만나보세요

Let's block ads! (Why?)

소스 뉴스 및 더 읽기 (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난'의 이유 : 국제일반 : 국제 : 뉴스 - 한겨레 )
https://ift.tt/2OEhpBT
대한민국

Bagikan Berita Ini

Related Posts :

0 Response to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난'의 이유 : 국제일반 : 국제 : 뉴스 - 한겨레"

Post a Comment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