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의 을지대병원 기숙사에서 젊은 간호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 전해드렸죠.
YTN이 확보해 보도한 SNS 대화 기록엔 이른바 '태움'이라 불리는 병원 내 괴롭힘과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해온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요.
병원 측은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해명만 늘어놓다가 파장이 커지자 뒤늦게 경찰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김혜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기도 의정부시의 을지대병원 관계자가 YTN 취재진에 보낸 문자입니다.
병원 내 집단 괴롭힘, 이른바 '태움' 피해와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간호사 24살 A 씨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병원 측이 해명에 나선 겁니다.
병원 측은 먼저 간호사는 이직률이 높다며, 언제든지 사직 후 다른 병원에 취직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만에 하나 태움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사직하고 직장을 옮기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지 않았겠냐고 반문합니다.
다른 선택지가 있는데 극단적 선택을 한 게 안타깝다면서도 의문이 든다는 겁니다.
[병원 관계자 : 그러니까 그게요, 병원에서는 병원 간호사들 이직률이 높아요. 왜냐하면, 갈 데가 많으니까. 그래서 '이 병원은 마음에 안 드네.' 이러면 금방금방 그만두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이렇게 막 하거든요.]
병원 측은 뒤늦게 해당 발언이 개인 의견이었을 뿐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유족들에게도 책임 회피성 해명으로 상처를 줬습니다.
유족들을 찾은 병원 관계자가 A 씨 사망 당시 영상통화를 하고 있던 남자친구를 탓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간 겁니다.
[병원·유족 측 면담 : 남자친구가 영상통화를 하고서 그 간격이 한 50분 정도 돼요. 저희 입장에서 그 상황이 (아쉬운 거죠). 네, 하여튼 그런 간격이 있는데. 쿵 소리가 났을 때 어떻게든 119를 좀 불렀으면 결과가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부분이….]
병원 측은 취재진에게도 A 씨가 남자친구 문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는 취지의 해명을 반복했습니다.
[병원 관계자 : (남자친구랑) 통화 과정에서 뭔가 좀 심적인 자극을 줄 뭔가가 있지 않았을까 그런 게 조금 의혹이 드는 거죠.]
A 씨의 동료들은 이 같은 해명을 반박하며 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인증평가를 목전에 둔 상황이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병원 입장에선 레지던트나 의사를 확충하기 위해 인증평가 통과가 간절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간호사 개인 문제로 치부하려 한다는 겁니다.
인증평가를 준비하려면 그만큼 신경 써야 할 곳도 많았기 때문에 인력 유출도 필사적으로 막았다고 말했습니다.
[A 씨 동료 : 인증 넘기려고 그러니까 어떻게든 막 사직하는 사람들을 붙잡고 막 이렇게 하거든요. 그런 것 때문에 더….]
YTN 보도 이후 병원 측은 A 씨 죽음에 대해 다시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경찰에도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정식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개인사를 언급하며 숨진 간호사가 호소한 병원 내부 문제를 외면하려 한 데 대해선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YTN 김혜린입니다.
YTN 김혜린 (khr08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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