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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테이저건 있어도 쏠 줄 모르는 경찰… 올해 사격훈련 10명당 1명꼴 - 한국일보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경찰 교육훈련 혁신 비전'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이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해 테이저건(발사형 전기충격기)을 도입했지만 사용 훈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인천 흉기난동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소지하고도 가해자를 제압하지 못한 배경에도 고질적인 훈련 부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현장 경찰 6만7,000여 명 중 테이저건 사격 훈련을 받은 사람은 7,31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적인 실사격 훈련이 필요한 외근직 경찰 가운데 훈련을 받은 인원이 10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경찰은 2019년부터 외근을 담당하는 현장 경찰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씩 테이저건 훈련을 받도록 정례화했다. 이들은 연 4회, 회당 2시간씩 물리력 대응 교육 및 훈련을 받는데 이 중 한 번은 테이저건 사격 훈련을 받도록 한 것이다. 테이저건은 카트리지에 연결된 두 개의 전극침을 발사해 상대를 무력화하는 비살상 무기다. 현장 경찰관 입장에선 해당 훈련이 테이저건 작동법을 정식으로 익히는 유일한 기회다.

테이저건 훈련이 부진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영향이 크다. 감염 우려 때문에 현장 대응 훈련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4만8,184회였던 훈련 횟수는 2020년 7,146회, 올해 7,314회로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훈련은 각 지방경찰청 주관으로 대강당이나 체력단련장에 대상자를 한데 모아 실시하는 방식이라 감염 위험이 높다"면서 "경찰 한 명이 감염되면 지구대 업무 전체가 마비되기 때문에 (훈련 중단은)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일선에선 실사격 훈련 경험이 없는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들고 현장에 출동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인천 사건에서 테이저건과 3단봉을 소지하고도 흉기난동 현장을 이탈해 논란을 부른 A순경 역시 사격 경험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A순경은 지난해 12월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해 6개월 교육을 이수했지만 교육과정에 테이저건 사격 훈련은 없었고, 현장 배치 후에도 테이저건을 포함한 물리력 대응 훈련에 참가한 적이 없었다.

"1년에 단 한 발… 조작 미숙은 예견된 일"

테이저건. 한국일보 자료사진

막상 테이저건 훈련이 이뤄져도 비용 문제로 사격 기회가 1인당 1회로 제한돼 현장 대응력 강화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현장 불만도 크다. 한 번 발사할 때마다 교체해야 하는 카트리지 가격이 개당 4만 원가량에 이르다 보니 훈련 기회를 충분히 주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이 올해 테이저건 훈련용 카트리지 구매 예산으로 확보한 금액은 23억 원으로, 현장 경찰 6만7,000여 명의 1회 사격분에도 못 미친다.

서울 시내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20년차 경찰은 "테이저건 훈련장에 가보면 (움직이는 표적이 아니라) 고정 표적을 세워놓고 쏘거나, 조작이 쉽다는 이유로 그마저 생략하고 시범 사격을 지켜보게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명중률이 떨어지는 데다 조작 경험도 없다 보니 베테랑 형사여도 급박한 상황에선 테이저건을 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현장 경찰이 유사시 테이저건과 같은 진압 무기를 주저 없이 사용할 수 있으려면 현실에 맞는 훈련 방식 도입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물리력을 적재적소에 쓰려면 실제 상황처럼 훈련하는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기본적인 작동법은 물론이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처하는 훈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행 훈련 방식으로는 무기 사용을 망설이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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