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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헌법소원 받아들여졌을 때 해당 사건만 재심 가능 조항, 헌법 위배 안돼” - 한겨레

재판관 4명 “위헌”…반대 의견도 팽팽
헌법재판소 정문. <한겨레> 자료 사진
헌법재판소 정문. 한겨레> 자료 사진
헌법재판소법에 있는 ‘재심사유 조항’과 ‘장래효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법에는 헌법소원이 인정된 경우, 해당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재심사유), 형벌에 관한 법률 조항을 빼고는 위헌결정의 효력이 헌재 결정이 나온 이후부터 영향을 끼칠 수 있다(장래효)고 돼 있다. 헌재는 나주경찰부대 사건 유족들이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나주경찰부대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전남 나주에서 발생한 일로 앞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를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 사건의 시작은 6·25 전쟁이 발발한 뒤인 195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주경찰부대는 후퇴를 위해 전남 나주에서 완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당시 ‘인민군이 올 것’이란 소문에 주민들은 인민군을 환영하지 않으면 피해를 볼 것을 우려했다. 나주경찰부대는 모자 표시나 경찰 버클을 가려 소속을 감췄다. 이에 상당수 주민이 이들을 북한 인민군으로 오인했다. 나주경찰부대는 주민들의 인민군 환영 행위를 ‘내부의 미확인된 잠재적 적’을 색출 제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당시 나주경찰부대는 지역 주민 97명을 사살했다. 모두 비무장, 비전투원이었다. 나주경찰부대 사건 유족들은 과거사정리위원회 진상규명 뒤 2007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당시 주민들이 사망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2009년 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소멸시효는 주어진 권리를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았을 때 그 권리가 소멸한 것으로 보는 제도다. 그런데 헌재는 2018년 8월 국민보도연맹 등 과거사 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소멸시효 기산점과 기간 등을 정한 민법 조항을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 등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서 규정하는 사건에 적용하게 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민법에서 정한 소멸시효 기간인 5년을 과거사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 것이다. 이를 근거로 나주경찰부대 사건 유족들은 이듬해 7월 패소 확정된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헌재법 등을 들어 기각했다. 2009년 패소 확정된 사건이어서 2018년 나온 헌재의 위헌결정 효력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헌법재판소법에는 위헌결정의 효력은 헌재 결정이 나온 뒤부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른바 ‘장래효 조항’이다. 또한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졌을 때 해당 소송사건만 재심을 허용하는 ‘재심사유 조항’도 있다. 이에 나주경찰부대 사건 유족들은 이런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은 “청구인들은 2018년 위헌결정 전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청구 기각 확정판결을 받은 탓에 2018년 위헌결정을 재심사유로 주장할 수 없게 됐다”며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정의의 실현이라는 대립하는 헌법적 가치의 형량 조화가 필요한 사정을 고려할 때, 위 사건 유형에서의 국가배상청구를 위헌결정의 소급효(법적 효력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발생하는 것)와 재심사유를 정하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들은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등에서 재심사유에 관한 특별규정을 두고 있는 것을 들어 “2018년 위헌결정 효력이 미치지 않는 피해자 유족에 대해 특별재심을 허용해 구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입법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한 것이 오히려 청구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대 의견도 팽팽했다. 이선애·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 등 4명은 “‘권리 위에 잠자지 아니하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했던 자(청구인들)’에 대해선 (해당 조항들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 조항들은 국가의 법적 안정성 이익만을 중시한 나머지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청구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재심사유와 위헌결정 효력 범위를 불합리하게 제한했다.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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