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기후공약 중간점검
40% 목표에 윤 “산업 부담, 유지할 이유 없다”
이재명 후보는 “50%로 상향 조정해야” 주장
하향조정은 파리기후협정 위반…국제고립 자초
파리협정 따라 3년마다 진전된 감축안 내놔야
에너지 전환엔 이재명 “과감히” vs 윤 “질서있게”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을 놓고 ‘계승’과 ‘폐기’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두고도 정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로 확정했다. 이러한 목표는 지난 1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에 공표됐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도 내놓았다. 2030년 목표 이행이나 2050년으로 가는 길목에서 차기 정부의 역할은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정당의 두 대선후보가 내놓고 있는 기후공약은 현저히 다르다. 이재명 후보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낮으니 50%로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윤석열 후보는 기존 목표치를 재검토해 햐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8일 오전 SBS D 포럼 ‘5천만의 소리, 지휘자를 찾습니다\'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로 들어가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행사에서 ‘선도적이고 과감한 에너지전환\'을 강조한 뒤 “박정희 시대 산업화 고속도로, 김대중 시대 정보화 고속도로처럼 에너지 대전환 탈탄소 시대에 걸맞은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 후보의 상향 조정안은 40%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산업계의 반발을 고려할 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윤 후보의 햐향 조정안은 현재의 기후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기후변화에 대한 후보의 이해 부족이나 정부비판을 위한 정쟁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지난 7월에는 한 행사장에 ‘탄소중립’을 “탄소중심”으로 잘못 인쇄한 마스크를 쓰고 참석해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지난 8일 <조선일보>는 전날 윤석열 후보와 인터뷰한 뒤 “윤 후보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가장 중요한 산업계와의 논의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산업계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산업계·환경 단체·학계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재설계에 나서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윤 후보는 지난 16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도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고려 없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고 발표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윤 후보가 주장하는 하향 조정은 한국이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거나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감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2015년 타결된 파리기후협정은 당사국들에게 3년마다 엔디시를 다시 제출할 것과 새로 제출하는 엔디시는 진전된 내용을 담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 엔디시의 감축 목표를 직전 엔디시의 감축 목표보다 낮추는 것은 협정을 어기는 것이 된다. 이재명 후보는 반대로 감축목표를 50%로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들과 한 간담회에서 “우리 사회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선 탄소세를 도입해야 하며,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50%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40% 감축 목표에 대해서도 “현재 속도로 가면 수행 못 한다. 그러려면 (개별 기업들에게) 엄청난 국가의 지원과 투자가 있어야 된다”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나아가 강화되고 있는 국제 탄소규제 환경을 설명하며 “2030년까지 그 정도로 하면 국제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상향 조정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 동향을 보면 실제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상향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 되고 있다. 지난 13일 COP26에서 국제사회는 각국에 2022년 말까지 2030년 엔디시를 상향하도록 요청한다는 데 합의했다. 여기에 이미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모든 당사국이 매 3년마다 엔디시를 전향적으로 갱신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이 2030년까지 기존 40% 감축목표에 머물 수 있을지 상당히 미지수다. 원전 문제도 두 후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현 정부의 원전 정책 계승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지난 8월26일 전환성장공약 발표 뒤 기자들 질문에 “추가 원전 건설은 안 하는 게 맞다”고 전제하고 “이미 가동하거나 건설한 원전은 사용기간 범위에서 충분히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차이가 없다. 2017년 10월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정부의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은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기존 원전을 설계수명까지만 사용해 2080년대 중반까지 ‘탈원전’에 도달하는 경로를 담고 있다. 이 후보가 지난 16일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들과 만나 “원자력이 옳으나 그르냐 문제를 떠나서 이미 하나의 경제 구조가 됐다. 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해관계를 가진 하나의 아주 고착된 구조가 됐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원자력 발전 축소에 유보적 입장을 보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발언의 전후 맥락을 보면, 여기서 원자력은 많은 이해관계가 맞물린 기존의 화석에너지 기반 경제활동 양식을 통째로 바꿔야 기후위기 대응이 가능한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언급에 가깝다. 원전에 대한 입장 변화라는 해석은 앞선 것으로, 향후 집대성될 공약집을 통해 정확한 방향이 소개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8일 오전 SBS D 포럼 \'5천만의 소리, 지휘자를 찾습니다\'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로 들어가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행사에서 ‘질서 있는 에너지대전환’을 강조하며 “탈원전 포퓰리즘 정책을 폐기하고 탈석탄을 에너지 전환의 기본 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 후보는 18일 <에스비에스> 주최 포럼에서 “탈원전 포퓰리즘 정책을 폐기하고 탈석탄을 에너지 전환의 기본축으로 삼겠다”며 탈원전 정책 폐기를 분명히 했다. 그는 “산업적 전환에 대비하면서도 저탄소를 지향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원자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보다 안전하고 스마트한 미래형 원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당선될 경우 탈원전 정책 폐기는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중단된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지난 16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를 한다고 해서 원전을 신규로 막 계획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설계 비용도 다 들어갔고, 건설도 시작됐다가 중단된 원자력발전소는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백지화 방침을 정했으나 법적으로 사업 종결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두 후보 똑같이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탄소중립’에 반드시 도달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에너지 전환에 대해선 이 후보는 ‘선도적이고 과감한 전환’에, 윤 후보는 ‘질서 있는 전환’에 강조점을 두며 큰 결의 차이를 내비치고 있다. 그 밖의 주요 기후·에너지 분야 공약으로 이 후보는 △국가 주도의 대대적 투자로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탄소 배출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탄소세’ 도입 △탄소 감축과 에너지 업무를 통합하는 기후에너지부 설치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송배전망을 말한다. 윤 후보는 현재까지는 구체적인 공약보다 △대한민국의 청정에너지 산업 허브화 △한국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한 재생에너지 특구를 지정해 재생에너지의 다양한 가능성 실증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대한민국을 클린 모빌리티·스마트 교통 선도 국가로 건설 △청정 에너지산업 발전 위한 규제개혁과 시장 확대 등의 포괄적인 방향을 밝힌 상태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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