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환자를 옮기는 구급차엔 반드시 의료진이나 응급구조사가 타야 합니다.
환자 이송 중에 생길 수 있는 응급 상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사설 구급차 업체가 무자격자를 응급구조사로 둔갑시켜 구급차에서 응급의료행위를 해온 사실이 YTN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환자 목숨을 담보로 한 사설 구급차의 위태로운 운행 실태를 정현우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이름과 얼굴 사진 아래 응급구조사라고 쓰여있는 명찰.
박 모 씨는 이 명찰을 가슴에 차고 사설 구급 업체에서 일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문의한 결과, 박 씨는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없는 무자격자였습니다.
아래 빨간 띠가 그려진 응급 출동용 사설 구급차는 출동 때마다 응급구조사 1명이 타야 합니다.
하지만 이곳 업체에선 무자격자 직원이 대신 탑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응급의료법은 의료인을 제외하곤 대학이나 양성 기관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받고 응급구조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경우에 응급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 씨가 근무하는 사설 구급 업체에선 무시되기 일쑤였습니다.
같은 업체 동료 이 모 씨도 아무런 자격증 없이 환자 이송 응급차량에 탑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무면허 사설 구급업체' 제보자 : 산소마스크 쓴 환자, 15L를 넣는 응급 환자를 임의대로 산소도 작동하고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어떻게 무자격자가 응급구조사 행세를 할 수 있었을까?
업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휴직 중인 응급구조사들의 자격증을 빌려 와 무자격자들에게 제공해왔다고 폭로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업체가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보낸 응급구조 일지를 YTN 취재진이 확인해봤더니, 박 씨와 이 씨의 이름 대신 다른 1·2급 응급구조사들 이름만 나와 있었습니다.
['무면허 사설 구급업체' 제보자 : 서로 일 안 하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응급구조사 번호 좀 빌려줄 수 있겠느냐 (하고) 면허증을 사서 빌리고…. 이름과 구조사 번호만 알면 본인 확인은 안 하기 때문에….]
해당 업체 대표에게 사실인지 물어보자 무자격자가 구급차에 탑승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하며 취재를 강하게 거부했습니다.
['무면허 사설 구급업체' 대표 : 나가세요, 좀. 당신들 저희한테 이거 인권(침해) 아니에요?]
다른 업체 관계자는 무자격자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응급 이송차량에 타게 한 적은 없다고 잡아뗍니다.
['무면허 사설 구급업체' 관계자 : (자격증이 있다는 말씀이세요?) 아니요. 일반 (이송) 차는 탈 수 있잖아요. (응급 차량에도 탔던 걸로 나오는데요?) 그건 모르겠어요. 전화하지 마세요.]
경기도는 해당 업체가 작성한 응급구조 일지에서 잘못된 부분을 발견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무자격자의 의료행위가 파악되면 업체에 업무 정지 등 처분을 내릴 계획입니다.
[경기도청 관계자 ; 탑승 여부에 대해 그분이 탔는지 정확히 확인하려 하죠. 의심쩍은 부분이 있어서 추가로 확인하려 합니다.]
경기도는 매년 초 도내 사설 구급차 업체에 무자격자가 있는지 서류 등을 점검해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 가짜 응급구조사를 동원해 의료행위를 해온 구체적 정황이 확인된 만큼 사설 구급 업체 전반에 대해 제대로 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YTN 정현우입니다.
YTN 정현우 (junghw504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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