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경험자 통해 부작용 불신 줄자 “이러다 나만 못 맞을라”
‘잔여백신 예약’ 몰리는 분위기 한 몫…인센티브 제공도 기대
4일 서울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5일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100일이 된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김아무개(72)씨는 65~74살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 첫날인 지난달 27일 접종을 예약했다가 아무래도 불안한 생각이 들어 취소했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서 마음을 바꿔 다시 오는 16일로 접종예약을 신청했다. 김씨는 “주변에서 카카오톡이나 유튜브를 통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혈전증 부작용과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맞아도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가 들려서 예약을 취소했었다”며 “예약을 도와준 아들이 ‘왜 가짜뉴스를 믿느냐’고 해서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을 바꾼 건 백신을 맞은 주변 반응 때문이다. 김씨는 “그러다 카톡방에 올라온 친구들의 접종 후기를 보면서 신뢰가 생겼다. 나중에 모임에서 나만 안 맞은 상황이 되면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접종이 나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생각도 점차 하게 돼, 다시 접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김아무개(72)씨는 주변 고령층이 백신 접종 뒤 별다른 면역반응이 없는 걸 보고 두려움을 떨친 경우다. 지난 3일 백신을 맞은 김씨는 “백신을 맞고 난 뒤 두통, 근육통 등 몸살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며 “혹시나 싶어 자기 전 타이레놀도 머리맡에 두었지만, 별 이상이 없어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슷한 연령인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백신을 맞은 뒤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60~74살 고령층과 만성중증호흡기질환자,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1·2학년) 교사·돌봄인력 등 상반기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률이 4일 0시 기준으로 80.7%로 최종 마감됐다. 사전예약이 시작된 지난달만 해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희귀 혈전증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예약률이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최근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정부가 희망하던 목표 예약률인 70~80%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실제 지난달 6일 가장 먼저 예약을 시작한 70~74살에서 첫 사흘 동안 예약자는 25만명가량에 이르다 점점 줄어 지난달 26일엔 평일임에도 2만명대로 예약자가 뚝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대규모 접종이 재개된 직후부터 평일 4~5만명으로 예약자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70~74살 예약률은 최종적으로 82.7%를 나타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같은 변화는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정부가 3~5월 매달 진행한 인식 조사에서도 백신 미접종자 가운데 ‘예방접종을 받을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가 3월17~18일 조사 때 68%에서 4월27~29일 조사 때 61.4%로 감소했다가 5월25~27일 조사 때 69.2%로 증가했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 추진단 단장(질병관리청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예약률이 오르지 않아 애태웠던 속내를 일부 드러냈다. 정 청장은 “5월 중순만 하더라도 어르신들 예약률이 50%대로 상당히 낮아서 우려했었다”며 “사전예약률이 예상보다 좀 높은 상황이다. 정부와 의료계를 믿고 사전예약과 접종에 참여해주신 어르신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목표 달성 이유로 ‘실제 백신 접종 효과 설명’과 ‘접종자 인센티브’, ‘잔여백신 접종 활성화’ 등 세 가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접종 초기에 백신 이상반응과 부작용을 처음 접하면서 불안감이 높아졌지만, 이상반응을 자주 접하면서 오히려 두려움이 줄어드는 심리 변화가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말 시작된 대규모 접종으로 주변 연령대에 접종을 경험한 이들이 늘고, 젊은층과 달리 고령층은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반응도 별달리 나타나지 않으면서 두려움이 점점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잔여 백신과 얀센 100만명분 선착순 예약 접종으로 ‘백신 접종을 원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체감한 것도 접종 의향이 높아지는 데 영향을 끼쳤다. 안도현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은 “접종 초기엔 이상반응이란 처음 접하는 현상에 관심이 쏠렸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우 드물고 백신과 인과성이 거의 없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점점 ‘일탈성’이 사라져 이상반응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졌다”며 “위험 상황에선 직관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하는데, 주변에 접종자가 늘고 선착순 예약에 뛰어드는 걸 보면서 접종해도 안전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백신 접종의 사회 ‘규범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하반기 주접종 대상이 백신 접종 의향이 고령층에 견줘 상대적으로 낮은 청·장년층이기 때문에 ‘전국민 70% 접종으로 집단면역 달성’이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선 더 섬세하고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지난 2월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의 조사에서 접종 의향이 높다는 응답은 60대 이상 67.8%, 50대 63.9%였으나, 30대 42.5%, 20대 32.9%로 연령별 차이가 컸다. 유명순 교수는 “고령층 일반인은 이전부터 접종 의향이 가장 높은 연령대였지만, 하반기 주 접종대상인 청·장년층은 전 세계적으로 접종 의향이 높지 않아 낙관만 할 순 없다”며 “정부는 시민들이 자신을 위해 접종하기로 선택하는 데 필요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접종률 수치를 강조하기보다 집단면역으로 얻을 효과를 계속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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