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이슈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
다양한 채널 확산이 한겨레 강점
가치 있는 언론에 힘 보태고 싶어
사진 송혜원씨 제공
“한겨레가 창간할 때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는데 어렴풋이 기억나요. 주위 어른들이 무척 들떴고, 주주가 되신 분도 많았죠.” 한겨레 창간을 기뻐하며 국민주주가 된 어른들을 지켜보던 송혜원(41·사진)씨는 33년이 지난 오늘 서포터즈 벗이 되어 한겨레 곁에 섰다. 송씨는 33년 전 어른들과 달리 들떠보이지 않는다. “언론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못하니 포털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클릭수 장사로 돈을 벌고 있어 안타까워요”라며 송씨는 말했다. 여러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해 온 그는 미디어가 최근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는 유심히 지켜본 터다. 송씨는 미디어가 처한 현실 직시를 촉구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한겨레의 생존을 위해 따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겨레는 그가 말한대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실행하려 후원회원제를 시작했지만, 송씨에게 첫 인상은 좋지만은 않았다. “후원은 구독·멤버십 제도와 달라요. 후원은 아동보호단체 등이 받는 게 후원 아닌가요?” 그는 “후원은 ‘리워드’와 연관되는데, 한겨레가 어떤 저널리즘을 만들기 위해 후원이 필요하다는 걸 명확하게 밝혀줬으면 좋겠어요. 스타트업도 투자설명회를 할 때 비즈니스 모델과 계획을 뚜렷하게 밝히잖아요”라고 짚었다. “돈을 안 내면 못 보는 기사에 어떤 것이 있는지, 후원으로 한겨레가 새로운 실험을 해볼 것인데 여기에 투자를 해달라든지, 한겨레의 버티컬미디어인 애니멀피플이나 슬랩의 국민주주가 되어달라고 하든지요.” 차분하게 한겨레의 후원회원제가 어떤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는지 설명하는 데서 진한 애정이 느껴진다. 쓴소리를 좌고우면하지 않고 툭 털어놓는다. 아쉬움이 있는데도 그는 한겨레 서포터즈 벗에 참여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에게 한겨레는 “마지막으로 믿어볼 언론 그리고 싹이 보이는 언론”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이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신문사가 어떻게 기울어가는지 모두 알고, 그 끝도 보이는 듯해요.” 그렇지만 그는 ‘신문’이 한국 근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시민’ 가운데 하나라고 여긴다. “그래도 신문, 언론에 대한 애정이 있어요”라고 말하는 이유다. 송씨는 한겨레가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는 “다양한 시민이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건 중요하니까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 언론을 살리는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저에겐 그런 언론이 ‘한겨레’에요”라고 말했다. 그가 한겨레에서 자라나고 있는 “싹”으로 꼽은 건 젠더 관련 콘텐츠들이다. 송씨에게 ‘한겨레 콘텐츠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걸 하나 꼽아달라’고 요청하자 망설임없이 한겨레21이 지난해 9월 선보인 “텔레그램 엔(N)번방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꼽았다. “한겨레의 강점은 젠더 이슈에 대해 가장 발 빠르고 심층적인 기사를 내놓고, 온라인에서 이를 다양한 채널에 확산하는데 있다”고 송씨는 평가한다.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살아가며 젠더 분야의 콘텐츠에 관심을 갖지 않기란 어렵다. 그런 그에게 한겨레의 젠더 관련 콘텐츠는 미디어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자라나는 싹’이다. “유튜브 채널 슬랩에 아주 큰 기대를 걸고 있어요. 한겨레도 작지 않은 조직이고, 빠른 변화가 쉽지 않잖아요. 그럴수록 작은 조직의 싹을 잘 틔워줘야 한다고 봐요. 저는 그 싹에 물을 주고 싶고, 벗으로 참여하기로 했어요.” 냉철했던 그가 설렘과 기대를 꺼내어놓자 덩달아 가슴이 뛴다. 33살인 한겨레, 66살이 되어 어떤 모습이길 바라냐는 말에 그는 답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마다 가장 정확하고 풍성한 기사를 낸 언론. 한겨레가 그런 언론이 되어 주길 바랍니다.”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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