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서울퀴어퍼레이드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응답해야”
종교단체 방해집회나 충돌 없이 마무리 돼
제22회 서울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남대문에서 출발해 청계천 광교까지 거리 두기를 지키며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일상생활에서 저와 같은 친구들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올해는 퀴어퍼레이드 규모가 작지만, 혐오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에 온다는 것만으로도 설렜어요.” 27일 ‘제22회 서울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성소수자 김영수(활동명·20)씨가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행진을 보면서 ‘성소수자가 바로 곁에 있는데, 왜 주변에서는 많이 보지 못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운 이유를 고민해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서울 중구 숭례문광장에서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시작해 오후 6시 13분께 청계천한빛광장에서 마무리했다. 일반 참가자 6명, 주최 쪽 안전요원 2명 등 8명으로 1개조가 구성돼 모두 6개조 50여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방역지침에 따라 거리를 두고 무지개 깃발을 내건 전동카트 6대를 따라 차로에서 약 2㎞를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무지개 등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거나 몸에 휘두르고, 무지개색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입은 옷이나 참가자들이 든 펼침막과 손 피켓 등에는 ‘내년에는 차별금지법과 함께 퍼레이드를’,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제22회 서울퀴어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남대문을 출발해 청계천 광교까지 거리두기를 지키며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현주 서울퀴어퍼레이드집행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로 고립된 성소수자들이 많아졌다. 성소수자끼리 만날 기회는 줄어들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일부 성소수자에게 집은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라며 “작은 규모로나마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도로에 무지개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을 중계해 서로에게 힘이 됐으면 해 오프라인으로 퀴어퍼레이드를 진행하게 됐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시작돼 올해로 22회를 맞았다. 퀴어문화축제의 주요 행사인 퀴어퍼레이드는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의미를 지녔다. 지난 2019년에는 주최쪽 추산 15만명이 참석하는 등 많은 시민이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탓에 축제가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다. “차별의 시대를 불태워라”라는 슬로건을 내건 올해 축제도 온라인에 중점을 둬 진행했고, 오프라인 행사는 소규모로만 진행했다. 이날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한성진(28) ‘다양성을 향한 지속 가능한 움직임(다움)’ 운영위원은 “코로나 시대에 성소수자는 성소수자 공동체와 단절되고 고립되는 경험을 한다”라며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시민들을 만나고, 성소수자를 가시화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퍼레이드에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전라북도 성소수자 모임 열린문’의 린다(24) 활동가는 “코로나19 확진시 동선이 밝혀졌을 때 겪을 혐오 등 때문에 성소수자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성소수자가 많다”라며 “그 과정에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가시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싶어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올해 변희수 하사 등 연이은 성소수자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연세대학교 중앙 성소수자 동아리 ‘컴투게더’에서 활동하는 김윤덕(23)씨는 “올해 많은 성소수자가 우리 곁을 떠나 안타깝다.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에 맞서기 위해 퍼레이드에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의 리나(28) 활동가는 “떠난 이들을 잊지 않고, 우리가 어떤 세상을 같이 살아가고 싶었는지를 기억하고 그런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며 “이를 위해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청강문화산업대 성소수자 동아리 ‘청어’의 약과(21) 활동가는 “이제는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퀴어축제가 열리는 날에는 종교단체 등을 중심으로 방해집회가 열리곤 했지만, 이날 퍼레이드는 방해집회나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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