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8일 임기 6개월을 남기고 감사원을 떠났다. 그의 행선지는 차기 대선이다. 국민의힘은 최 전 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쌍끌이로 보수 진영 대선후보 경쟁을 달굴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최 전 원장의 등장만으로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다. '판사 31년·정치 0년' 경력의 최 전 원장이 '유의미한'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꽤 가파르다.
‘정치인 최재형’의 최대 약점은 낮은 인지도다. ‘미담 제조기’로 불릴 만큼 정치권의 평가는 후하지만, 유권자들에겐 생소한 이름이다.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은 3, 4%에 그친다. 대선 본선에 진출하려면 보수 진영 내 '대세론'을 만들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올해 11월 9일)부터 통과해야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현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것, 여의도 정치 생리에 미숙하다는 것 역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최 전 원장도 고민이 깊다고 한다. 그의 한 측근은 “지금 지지율 정도면 안 되는 숫자라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은 28일 태극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기자들 앞에 섰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나왔다'는 것이 그가 앞세울 대선 출마 명분이라고 한다. 최 전 원장의 메시지가 '현직 감사원장의 대선행'을 놓고 쏟아지는 비판을 상쇄할 수 있을지에도 그의 성패가 달렸다. 제대로 방어 논리를 세우지 못하면 최 전 원장의 ‘대쪽’ 이미지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판사는 판결로, 감사원장은 감사 결과로 말하면 되지만, 대선후보는 리더십과 능력을 구체적으로 보여 줘야 한다. 최 전 원장이 '준비된 지도자'인지는 입증되지 않았다. 최 전 원장의 준비는 아직 진행 중이다. 그는 당분간 자연인으로 잠행하면서 여러 분야 전문가와 정치권 인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대선 조직을 꾸릴 예정이다.
최 전 원장은 이 같은 현실적 악재들을 국민의힘 입당으로 돌파하는 것을 고심하고 있다. '시간'과 '세력' 모두 부족한 만큼, 제1 야당의 조직적 도움을 받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정병국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은 “국민의힘 이외의 다른 선택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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