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1년째 청문회의 풍경은 판박이다. 야당은 도덕적 결함을 까발리고, 여당은 막무가내로 감싸기에 급급하다. 후보자는 하루 종일 사과만 하면서 피해간다. 정책 검증은 뒷전이고, 정치 공방만 무한 반복된다. 이번 청문회 시즌도 도자기 밀반입 의혹, 가족 동반 외유성 출장, 논문 표절, 관사테크, 위장전입 등 몰염치의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장관은커녕 공직자의 기본 자세와 인식이 결여된 후보자들이다. 국민의 분노지수만 높아졌다. 이런 청문회를 왜 하느냐며 어김없이 무용론이 나온다.
청문회는 국회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다. 문재인정부 들어 29차례나 야당이 반대해도 대통령이 임명을 밀어붙였다. 청문회는 하나 마나 한 통과의례로 전락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역대 정부 중 국회가 공직 후보자 임명에 동의하지 않거나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비율은 문재인정부가 28.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이명박정부(23.0%), 박근혜정부(14.9%), 김대중정부(12.5%), 노무현정부(6.2%) 순이었다.
청문회가 유명무실하니 공직 후보자도 '존버(끝까지 버티기의 속어)' 전략으로 대응한다. 민감자료는 제출하지 않고 뭉갠다. 청문회장에선 "사려 깊지 못했다" "죄송하다" "송구하다"며 말만 바꾸면서 영혼 없는 사과만 되풀이한다. 아니면 모르쇠로 일관한다. 영혼이 탈탈 털려도 맷집 좋게 하루만 버티면 된다. 청문회는 과거 허물을 덮어주는 면죄부 역할도 한다.
게다가 문재인정부는 재산,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등 7대 인사 검증 기준을 호기롭게 세웠다. 의욕 과잉이었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5명의 장관 후보자 중 3명이 야당에서 부적격 후보로 판단을 받았다. 관행과 편법으로 개인적 이득을 취한 후보자들은 국민 눈높이로는 용납이 안 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결정적인 하자가 없다"며 불법 행위만 아니면 임명을 강행해왔다. 오히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며 볼멘소리만 한다.
소모적이고 허울뿐인 청문회를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정치권에서 의견 수렴이 진행된 상태다. 여당은 도덕성을 검증하는 공직윤리청문회와 정책능력을 검증하는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하자고 주장한다. 야당은 부실 검증을 비판하며 되레 청문기간 연장 등을 요구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야의 이런 입장도 뒤바뀐다. 제도를 개선하려면 올해가 적기다. 내년 새 정부가 출범하면 타협안을 만들 수 없다.
흠집내기식 청문회에 공직을 마다하는 인재들도 많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9년 "문재인정부 들어 27명이 고사했다"고 털어놓을 만큼 장관 기피증은 현실이다. 후보자 신상 털기와 가족 비리 캐기에 일류 인재들이 외면해 이류, 삼류를 쓰면 국가적 손해다.
인사청문제도는 사전에 독하게 검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두루뭉술한 사전질문서부터 전면 개편해야 한다. 자산 관리, 상속, 세금 등 경제 생활 패턴과 양성평등 인식 등 시대 환경에 맞게 기준을 세워야 한다. 미국처럼 국세청, 경찰, 인사혁신처 등이 참여해 탐문조사까지 진행할 정도로 까다롭게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비공개로 바꿔도 뒤탈이 없다. 도덕성 검증은 외부 전문가들이 포함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전담하는 것도 대안이다.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거짓말은 임명 후에라도 책임을 지도록 법제화하는 사후 장치도 필요하다.
인사청문회의 목적은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새 대통령은 새로운 청문 제도 아래서 대한민국 특급 인재를 발탁하길 기대한다.
[윤상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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