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주산 ‘채석 잔혹사’
전북 부안 주산이 수직으로 깍여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부안/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칼로 도려낸 듯, 초록 나무로 뒤덮였던 전북 부안군 주산(배메산)이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 산 바로 앞까지 밀물이 들이쳐 배를 매어두었다 해서 ‘배메산’이라 불리기도 하는 주산은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채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산의 채석 잔혹사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부터 시작된 새만금 간척사업은 전라북도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앞바다를 연결하는 방조제 33.9㎞를 쌓아 291㎢ 규모의 간척토지와 118㎢ 넓이의 새만금호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방조제를 만들고 간척된 토지에 필요한 방수제를 채워 넣으려면 토석이 필요한데, 새만금 인근 야산들이 표적이 됐다. 주산 역시 이런 산 중 하나였다. 주산의 속살인 돌들이 새만금을 메우는 골재로 사용된 셈이다.
주산 일대 석산개발 업체의 모습. 박종식 기자
새만금 간척사업이 마무리된 뒤에도 주산 일대의 채석은 멈추지 않았다. 개발업체들은 계속해서 석산 개발 연장을 했고 부안군은 이를 허가했다. 최근 석산 개발 업체가 산을 계단식이 아닌 수직으로 깎아버려 논란이 됐고, 부안군은 석산 개발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군의 결정에 안심할 수 없다. 지난 수년간 몇차례 채석 중단 명령이 내려졌지만, 새로운 업체가 등장해 석산 개발이 이어졌다. 전북지역에 등록된 골재 채취 업체는 100여개로 이들 업체 중 일부는 규제를 피해 불법적인 석산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전북 부안군 주산면 시내에 석산 개발에 반대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박종식 기자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처장은 “농촌은 주민이 적고, 상대적으로 인허가를 받기 쉽다 보니 개발업체들이 규제의 틈새를 파고들어 환경훼손을 이어가고 있다”며 “정부가 오염시설 및 기피시설이 농촌에 몰리는 상황을 방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부안/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21년 5월 7일자<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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