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본부, 지난 26일 사고 현장 CCTV 공개
산안법 “중대재해 발생 때 즉시 작업 중지시켜야”
화물차 기사 업무 아닌 하차·청소 업무 지시도 일상
화물차 기사 장아무개씨가 300㎏ 파지 더미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하고 28분 뒤인 지난 26일 오전 9시43분 지게차가 사고 현장 바로 옆에서 파지 더미를 이동시키며 작업을 재개하고 있다. 이 화면 직후 응급차가 현장을 떠난다. (윗 사진) 같은날 오전 10시15분 지게차가 장씨가 깔렸던 파지 더미를 들어 옮기며 현장을 치우고 있다. (아래 사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제공
지난 26일 화장지 생산업체 운송지에서 화물을 내리다 쏟아진
300㎏ 파지 더미에 깔려 끝내 숨진 화물차 기사의 깔림 사고가 발생한 뒤, 별다른 안전 조처 없이 28분 만에 현장 작업이 재개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쪽은 사고 현장을 보존하지 않은 것은 물론 화물차 기사의 책임이 아닌 하차·청소 등 업무 지시도 일상적으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세종시 조치원읍의 화장지 생산업체 쌍용씨앤비(C&B)의 공장 안 도크(깊게 판 구조물)에서 화물차 기사 장아무개(52)씨가 당한 지난 26일 사고 전후 현장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30일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장씨가 오전 9시15분께 컨테이너 문을 열었다가 300㎏ 무게의 파지 두 뭉치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그 밑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기 직전인 오전 9시43분 지게차가 파지 더미를 이동시키며 작업을 재개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26조를 보면,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 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처를 한 뒤 작업을 재개해야 한다. 서동훈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국장은 “사고의 원인을 확인하고 이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업무가 이어진 것”이라며 “같은 사고가 또 발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이 훼손된 장면도 확인됐다. 영상을 보면, 회사는 사고 발생 약 한 시간 뒤인 오전 10시15분 지게차로 장씨를 덮친 폐지 더미를 치웠다. 또한 오전 11시께에는 장씨가 몰았던 화물차도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산업안전보건법 56조를 보면, 누구든지 중대재해 발생 현장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다. 훼손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화물연대본부는 “화물 노동자는 원청, 하청, 운송사 등의 압력에 의해 화물 노동자의 업무가 아닌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쌍용씨앤비는 곧장 작업을 재개해 사고 현장을 은폐하는 것도 모자라 사고 상황과 동일한 위험한 작업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화물 노동자의 고유 업무가 아닌 업무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작업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상에는 오전 10시26분 장씨가 사고를 당한 곳 바로 옆으로 다른 화물차가 진입했고, 이 화물차 기사도 장씨처럼 직접 컨테이너 문을 여는 모습도 담겼다. 화물운송사업법에 따른 화물차 기사(운송사업자)의 업무는 ‘화물차를 이용해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일’로, 운송을 마친 뒤에 컨테이너를 여닫는 건 고유한 업무가 아니다. 영상에서는 화물차 기사가 하차뿐만 아니라 빗자루를 들고 컨테이너 내부를 청소하는 모습도 담겨 있고, 지난 13일 작업현장을 담은 또 다른 영상에는 화물차 기사가 장씨나 또 다른 화물차 기사처럼 컨테이너 화물을 하차하는 모습도 추가로 담겼다. 화물운송사업법 위반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쌍용씨앤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찰이 사고 현장 조사를 완료해 사고 현장을 정리해도 된다고 확인을 받았다”며 사고 현장에서 같은 작업을 이어간 것을 두고도 “하차 담당 하청회사가 따로 있는데, 우리 회사에서는 작업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화물연대본부 쪽은 “경찰에 문의한 결과 사고 현장을 정리해도 된다고 확인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반박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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