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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플랫폼 노동은 노동' 인정해야 보호도 할 수 있다 - 한겨레

지난 2월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연 기자회견에서 ‘쿠팡이츠의 일방적인 배달 수수료 삭감 정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연 기자회견에서 ‘쿠팡이츠의 일방적인 배달 수수료 삭감 정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정부와 여당이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을 추진하고 있으나, 발의된 법안대로라면 사각지대가 여전할 거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새로운 일자리가 특수고용(특고)과 플랫폼 같은 ‘비전통적’ 노동 위주로 양산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자칫 일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보편적인 노동권에서 제도적으로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의 위상과 권리를 기존 노동 관련 법 안으로 최대한 수렴해야 한다는 노동계와 전문가들의 주장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지금 플랫폼 업계에서 ‘사업자’와 ‘용역 제공자’ 사이에 관행처럼 이뤄지는 계약 내용은 공정성과 동떨어져 있다. 사업자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업무 배당부터 평가, 불리한 처분, 일방적 계약 해지까지 자의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플랫폼 노동자가 사업자의 일방적으로 불이익한 처분에 대항할 수단은 스스로 일을 관두는 것 말고는 없다시피 하다. 정부와 여당이 플랫폼종사자보호법 제정과 직업안정법·고용정책기본법 개정 등을 통해 보호장치를 두려는 의도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사업자에게 노무 관련 정보 신고와 서면 계약서 작성 및 계약 내용 준수 의무를 부과한 것은 나름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관련 제·개정 법안에는 기업이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장치를 찾아볼 수 없다. 일례로 기업이 계약을 변경하거나 해지하려면 약관에 정한 사유에 해당해야 하고 최소 15일 전에 통지해야 하지만, 사유를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한 ‘당장 해지’를 ‘15일 뒤 해지’로 늦추는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금도 기업은 형식만 갖춰서 계약을 변경하거나 해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들 법안의 뚜렷한 한계는 무엇보다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최근 유럽연합(EU) 등이 판결과 입법으로 플랫폼 노동자를 기존 노동법 체계로 수용하고 있는 흐름과도 어긋난다. 현재 우리나라의 플랫폼 노동자는 179만명에 이른다. 전체 취업자의 7.4%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플랫폼 경제와 기술 변화 속도를 생각하면, 머잖아 대표적인 노동 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다. 플랫폼 노동을 ‘예외적 노동’이 아닌 ‘온전한 노동’으로 간주하지 않으면 일부 노동자만 예외적으로 노동법을 적용받는 사회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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