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관련자’ 자격 입학자가
지난 5년 동안 100여명인 건 ‘사실’
대교협과 대학별 특별전형으로 가능해
특별전형은 소방공무원 자녀, 보훈자녀 등 해당
지원자격만 줄뿐 경쟁 필요해 ‘특혜’라 볼 수 없어
지난 국정감사 기간을 계기로 일부 야당 국회의원과 언론이 일부 대학들에서 민주화운동 경력이 있는 인사의 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민주화운동 전형’을 운영해왔다며, “불공정” 딱지를 붙이기에 바쁘다. 지난 8월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방안을 두고 “시·도지사나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아 (공공의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잘못된 주장이 돈 바 있다. 그러자 이른바 ‘맘카페’ 등에서 “연세대학교가 민주화운동 전형을 신설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정치권과 언론이 이를 이어받아 “특혜성 입시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민주화운동 출신 인사들의 자녀 수가 확인된 것만 119명에 달한다”고 부풀리는 모양새다. 여기엔 이른바 ‘586 세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배경처럼 깔려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28일 “운동권 아빠가 무슨 벼슬이냐…청춘들 분통”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 대부분이 이른바 586세대여서 이들의 자녀가 대학 입시에서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지원하는 기회균형 전형이 블랙박스처럼 깜깜이라 그들만의 리그와 다름없다”는 한 교육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대교협과 대학, 교육계의 이야기 등을 종합해보면, 연세대를 비롯한 대여섯개 대학에 ‘민주화운동 관련자’ 자격으로 입학한 사람이 지난 5년 동안 100여명가량 된다는 사실 자체는 맞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입에서 특혜를 줬다”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입 전형은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으로 구분되는데, 특별전형은 “특별한 경력이나 소질 등 대학이 제시하는 기준 또는 차등적인 교육적 보상기준에 의한 전형이 필요한 자를 대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고등교육법 시행령)으로, “사회통념적 가치기준에 적합한 합리적인 입학전형의 기준 및 방법에 따라 공정한 경쟁에 의하여 공개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대입의 큰 틀을 결정하는 대교협은 해마다 발표하는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기본사항)에서 특별전형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 제시하고 있다. 먼저 비교적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적 배려’ 대상은 ‘대입전형기본사항에 의한 특별전형’(정원 내·외)으로 제시한다. 국가보훈대상자, 만학도, 지역인재, 농어촌학생, 특성화고졸업자,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지원 대상자, 특성화고 졸업한 재직자, 장애인 등 대상자, 서해 5도 학생 등 9가지 유형이다. 이밖에도 대학은 독자적인 기준으로 특별전형 대상을 설정할 수 있다. 대교협은 검정고시 출신자, 대안학교 출신자, 다문화가정 자녀, 제3국 출생 북한이탈주민 자녀, 난민 자녀, 특기자(예체능·어학 등) 등 다양한 예시를 들고 있다. 대학에 따라 환경미화원 자녀, 소방공무원 자녀를 비롯해, 벽·오지 근무경력이 있는 선교사·교역자 자녀 등이 특별전형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중요한 것은 특별전형은 특정 유형의 지원자들에게 ‘지원자격’을 주는 것으로, 일반전형과 마찬가지로 지원자들이 서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각 유형별 정원을 정해두는 게 아니라서, ‘민주화운동 관련자는 몇 명 뽑는다’는 식으로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위한 별도의 전형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서류평가를 기본으로 하고 면접평가를 실시하는 등 대학이 나름대로 정한 평가 절차도 거쳐야 한다. 대학 나름의 기준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특별전형 대상의 한 유형으로 설정한 것 자체를 “특혜”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연세대의 경우 2022학년도 대입에서 다문화가정, 벽·오지 근무경력이 있는 선교사·교역자 자녀, 민주화운동 관련자 자녀 등이 ‘기회균형Ⅱ’ 전형에 지원해 경쟁을 해야 한다. 이화여대는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포함된 ‘사회기여자’ 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 내에서 모집단위가 큰 미래인재전형과 동일한 평가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두고 있어서 예외적인 전형은 아니”라고 밝혔다. 대교협 쪽은 “대학이 나름의 기준에 따라 만든 특별전형 유형이 사회통념적 가치 기준에 적합하기만 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민주화운동 관련자’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심의를 거친 사람만 해당하는 등 지원자격도 뚜렷하다. 일각에선 이번 정부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 전형이 확산된 것처럼 주장하지만, 논란의 대상이 된 연세대는 이미 2012학년도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 유형을 특별전형에 포함시킨 바 있다. 입시 전문가인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소장은 “그동안 대학들에 기회균등전형을 확대하라는 정치사회적 압력이 컸는데, 그 과정에서 대학들이 다문화가정 자녀, 민주화운동 관련자 자녀 등 그 대상을 다양하게 확대해온 맥락이 있다”고 짚었다. 형식과 운영 과정에 별 문제가 없다면, 결국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대학이 나름대로 설정하는 특별전형 유형으로서 적절하냐는 논란만이 남는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태도를 보면, 다문화가정 자녀, 대안학교 출신자, 벽·오지 근무경력이 있는 선교사·교역자 자녀 등 다양한 특별전형 유형 가운데 유독 민주화운동 관련자만을 문제삼고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민주화운동은 ‘사회통념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과 다름이 없다.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최근 칼럼에서 “30~40년 전에 돌 좀 던졌다고 대체 왜 그 자녀까지 대입에서 배려를 받아야 하냐”고 했는데, 이는 민주화운동을 “30~40년 전에 돌 좀 던진 행위”로 폄훼하는 태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유성룡 소장은 “대학이 자율로 설정한 기준에 대해선 되도록 포용적으로 받아주는 것이 당연한데,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이를 넘어 아예 민주화운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부정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원형 이유진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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