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기자회견 취소' 해프닝···김진애와 단일화 도중 야권과 3자토론? - 경향신문

서울시장 후보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사진 오른쪽)와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가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단일화 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0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3자 토론’을 제안하려고 계획했다가 취소했다. 최근 과열되는 네거티브 공방 속에서 ‘정책 선거’로 초점을 돌리려는 취지로 제안을 검토했으나, 전날 단일화 일정을 합의한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를 배제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박 후보 측은 이날 오전 7시쯤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오늘 오전 9시 기자회견은 일단 연기한다”고 밝혔다. 전날 밤 “오 후보와 안 후보에게 3자 TV토론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가 회견 시작 2시간 전 취소 결정을 밝힌 것이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일정상 문제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 측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 취소는 김 후보와의 관계를 고려한 선택이었다. 3자 토론 추진은 단일화 상대인 김 후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의견이 캠프 내부에서 다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전날 김 후보와 단일화 일정을 합의했음에도 김 후보를 배제하는 듯한 ‘엇박자’로 비춰질 우려도 작용했다. 열린민주당 측은 전날 박 후보 측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3자 토론 구상은 이번 선거가 정책 논의를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박 후보의 ‘순수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캠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최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사과와 관련한 ‘여성 인권’ 공방,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조사 국면에서 불거진 투기 의혹 공방 등 후보들 간 일련의 네거티브 흐름을 끊어야 한다는 의지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미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나중에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소상공인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를 바라보는 박 후보의 초조함이 3자 토론 제안 취소 ‘해프닝’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LH 땅 투기 의혹 사건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맞물리며 여권의 최대 선거 악재로 떠오른 상황이다. 특히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안 후보·오 후보와 양자대결시 지지율이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예전과 비교하면 지지율에 큰 변동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출마가 늦었기도 한 점을 감안하면 크게 봤을 때 안 후보 지지율을 따라가게 돼있다”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박 후보도 이날 오전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선거가 아직 많이 남았고 여론조사 흐름은 늘 왔다갔다하는 상황이기에 지금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선거를 지양하겠다던 박 후보 측에서 최근 야권 후보들에 대한 공세에 본격 나선 것도 ‘위기감’의 발로로 해석된다. 박 후보는 지난 2일 후보 수락연설에서 “정쟁은 파괴와 후퇴를 가져온다. 서울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전날 박 후보 비서실장을 맡은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오 후보의 과거 서울시장 시절 ‘토지 특혜’ 의혹을 다시 꺼내들었고, 박 후보 대변인인 고민정 의원은 “심각한 이해충돌에 해당한다.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으라”며 논평을 통해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이날부터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을 본격 시작한 이낙연 전 대표도 첫 일성으로 ‘긴박함’을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모든 선거는 긴박하다”며 “민주당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포함한 모든 당원 동지들께서 긴박해 지시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인들께 전화도 걸고 메시지도 보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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