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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MB측 "이낙연 사면건의 미리 들었다"…김종인은 불쾌 - 중앙일보 - 중앙일보

신축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공개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신축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공개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야권 지도부는 공식 반응을 자제한 채 진의 파악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취재진과 만나 “(사면 건의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오후 여야 지도부가 18분간 비공개 회동을 할 당시 이 대표가 사면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해당 인터뷰는 같은 날 김 위원장과의 회동 이후 진행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사면 관련 내용을 사전에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靑ㆍ이낙연 교감 여부 중요”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김 비대위원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됐는데도 당이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 채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지 못해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며 "10년 동안 권력 운용을 잘못한 것에 대해 국정을 책임졌던 세력으로서 사과한다"고 밝혔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김 비대위원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됐는데도 당이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 채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지 못해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며 "10년 동안 권력 운용을 잘못한 것에 대해 국정을 책임졌던 세력으로서 사과한다"고 밝혔다. 뉴스1

국민의힘 내부에선 청와대와 이 대표의 사전 교감 여부에 주목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여권 내에서 서로 조율돼 나온 이야기라면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도 “단순히 희망 고문에 그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자 가장 강력한 권한 중 하나”라며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이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사면 카드를 꺼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늦어지면 집권 5년 차인 문 대통령이 임기 내에 사실상 사면 카드를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건의’라는 형식을 빌려 문 대통령의 사면 결정에 대한 친문 지지층의 반발이란 부담을 좀 덜어냄과 동시에 통합이란 명분의 국면전환용 카드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환영한다” “정치적 노림수 경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전 대통령은 사면 요건을 갖췄다. 박 전 대통령도 오는 14일 대법원 선고로 확정판결이 내려지면 사면 요건을 갖추게 된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전 대통령은 사면 요건을 갖췄다. 박 전 대통령도 오는 14일 대법원 선고로 확정판결이 내려지면 사면 요건을 갖추게 된다. [연합뉴스]

야권에선 “환영한다”면서도 “여권의 정치적 노림수가 무엇인지 경계해야 한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코로나 백신 문제와 부동산 이슈, 추미애-윤석열 갈등 등으로 코너에 몰린 여권이 사면 문제를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의 중도층 표심 잡기와 정권 위기 탈출에 활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고령의 대통령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빠른 사면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서도 “여권이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위기에 몰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면 전환용 카드로 사면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더 큰 정치적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당 박대출 의원은 “협치를 하겠다면 당연히 해야 할 수순”이라면서도 “정치적 계산으로 민심을 살 순 없다”고 꼬집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MB)진영의 좌장격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인사는 “환영한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최종 선고가 오는 14일로 예고돼 곧 사면 요건을 갖추게 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전직 대통령 사면 제안에 적극 동의하며 환영한다”며 “문 대통령의 조속한 사면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측의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언론 인터뷰가 공개되기 전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우리 측 인사와 통화하면서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이란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가 이 전 대통령측에 미리 전달이 됐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이 대표 발언의 진의를 놓고 내부회의도 열렸다고 전했다. 이 대표와 통화한 것으로 지목된 인사는 중앙일보의 확인 요청에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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