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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장혜영이 던진 묵직한 질문 : 국회·정당 : 정치 : 뉴스 - 한겨레

지난 4일 당 대표단회의에 참석한 김종철 대표와 장혜영 의원. 연합뉴스
지난 4일 당 대표단회의에 참석한 김종철 대표와 장혜영 의원. 연합뉴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당 소속 국회의원을 성추행해 직위 해제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25일, ‘피해자’ 장혜영 의원의 첫 메시지는 “피해자다움도 가해자다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장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려 “어떤 여성이라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제가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결코 제가 피해자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하지 않았다”며 “저는 사건 발생 당시부터 지금까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털어놨다. ‘피해자다움’이란 무엇인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씨를 비롯해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직면했던 “왜 즉시 신고하지 않았나” “피해를 당하고도 어떻게 일상생활이 가능했나” 등의 ‘2차 가해’ 질문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장 의원은 “속으로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고, 토론회에 참석하고, 회의를 주재했다. 사람들은 저의 피해를 눈치채지 못했다”며 “피해자의 정해진 모습은 없다”고 강조했다. ‘가해자다움’이란 무엇인가 장 의원은 ‘가해자다움’의 허상도 지적했다. 장 의원은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누구라도 동료 시민을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데 실패하는 순간, 성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가 아무리 이전까지 훌륭한 삶을 살아오거나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고 말했다. “젠더폭력근절을 외쳐왔던 당 대표”인 김종철도 가해자가 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아울러 앞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에 대해 “그럴 리 없는 사람”이라고 두둔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행태를 상기시키는 말이었다. ‘피해자다움’도, ‘가해자다움’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장 의원은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장 의원은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는가”라며 “우리는 이 질문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2차가해보다 더 두려운 것은 나를 잃어버리는 일” 장 의원은 자신 역시 2차 가해의 공포를 느꼈으며 자신의 증언이 일으킬 파장을 두려워했음을 고백했다. 그는 “피해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저에게 닥쳐올 부당한 2차가해가 참으로 두렵다”며 “그러나 그보다 두려운 것은 저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만일 피해자인 저와 국회의원인 저를 분리해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영원히 피해사실을 감추고 살아간다면, 저는 거꾸로 이 사건에 영원히 갇혀버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많은 피해자들의 소망인 ‘일상으로의 회복’을 강조했다. “저는 제가 겪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문제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고자 한다”며 “그렇게 정치라는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썼다. 정의당이 보여줘야 할 ‘다름’은? 장 의원은 이날 “설령 가해자가 당 대표라 할지라도, 아니 오히려 당 대표이기에 더더욱 정의당이 단호한 무관용의 태도로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사건 공론화의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장 의원이 #미투를 가능하게 한 ‘공동체에 대한 믿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권김현영 여성학 연구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피해자가 미투를 한 건 조직이 자기에게 응답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고 정의당은 다행히도 책임 있게 응답했다”며 “앞서 안희정 사태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김지은씨를 기획미투라고 음해하며 공동체 밖으로 밀어낸 것은 굉장히 큰 패착이었다. 장 의원은 이번 일로 ‘우리 안의 피해자’가 피해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정의당은 자신들의 차별성을 거기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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