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가 폐막한 13일 영국 글래스고 대성당에서 이번 회의의 합의 내용에 실망한 운동가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글래스고/AFP 연합뉴스
개막 전 “지구를 구할 마지막, 최선의 희망”으로 기대를 모았던 ‘26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실망 속에 막을 내렸다. 공식 폐회일인 12일을 넘겨 13일까지 진통을 거듭한 끝에 나온 ‘글래스고 협약’에선 석탄화력발전을 단계적으로 퇴출하려던 애초의 목표에서 훨씬 후퇴한 ‘단계적 감축’ 목표가 담겼다. 개발도상국들의 기후위기 피해를 돕기 위해 부자 나라들이 1000억달러(약 118조원)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또다시 미뤄졌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재난에 대한 전세계적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세계 각국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이상은 결국 각국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각자도생’의 벽을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2030년대에 선진국들이, 2040년까지는 전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 시대를 완전히 끝내려 했던 목표에 인도와 중국 등이 끝까지 반대하면서 내용이 대폭 후퇴했다. “개도국에는 화석연료를 책임 있게 사용할 자격이 있다”며 강하게 버틴 인도의 요구로 석탄발전 ‘중단’은 ‘감축’ 목표로 바뀌었다. 기후위기 피해의 최전선에 있는 섬나라들이 기후 대책의 후퇴에 분노하자, 알록 샤르마 총회 의장은 “절차가 이렇게 전개된 데 대해 모든 대표에게 사과”해야 했다. 부자 나라들도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이들은 “2025년까지 개도국에 대한 지원을 두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2009년부터 민간과 공공기금을 합쳐 조성하기로 한 1000억달러 기금 마련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 결국 ‘글래스고 협약’은 “10년 동안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선다”는 원론적 수준에서 나아가지 못했다. ‘산업혁명 이전을 기준으로 지구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는 간신히 살아남았고, 각국은 이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강화해 내년에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파리기후협정 이행 규칙도 6년 만에 합의해, 선진국의 국외 탄소 감축분을 국제적으로 인정해 ‘국제 탄소시장 거래’의 길을 마련했다. 정부 대표들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했고, 그 결과 지구를 대재앙에서 구할 시간은 더 촉박해졌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은 생존의 문제로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이번 총회가 열리는 동안 글래스고로 모여 지구를 구할 진정한 해법을 촉구한 전세계 미래세대의 목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각국은 더욱 책임 있는 자세로 대책을 마련해 이행하고, 우리 각자도 삶의 방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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