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죽음교육’ 하는 임경희씨
20년간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 출간
죽음 겪는 아이들 위한 매뉴얼 필요
공적 돌봄 네트워크 구축 논의해야

교직 생활 동안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 임경희 작가는 아이들이 친구나 가족의 죽음을 겪을 때 공적인 돌봄이 바로 개입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임경희 작가 제공

“아이들은 보통 조부모의 죽음으로 처음 가까운 죽음을 경험하게 되고, 요즘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많이 경험한다. 또 매일매일 뉴스에서 죽음을 목격한다. 그런데 아무도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좋고 따뜻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만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런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교육이기에 필요한 거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불편해한다.
“부모들은 아이가 ‘죽음’에 대해 알게 되면 두려워할까 봐 이야기를 못 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인터넷 기사나 영화, 뉴스까지 너무나 많은 죽음에 노출돼 있다. 세월호 참사 때 아이들은 눈앞에서 학생들이 죽어가는 장면을 방송으로 지켜보기만 했을 뿐 어른들에게는 어떤 말도 듣지 못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죽음에 대한 질문을 피했다. 부모가 평소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사생관(死生觀)이 정립되어 있을 때 자녀에게도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다. 부모 자신이 죽음이 무섭고 두려우면 자녀와 이야기하기 어렵다. 자신의 삶과 죽음부터 시작해, 가족과 지인들의 죽음, 세월호나 홀로코스트 같은 역사적·사회적 죽음까지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이 있어야 자녀에게도 좋은 교육을 시킬 수가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친구나 가족을 잃는 등 죽음을 겪었을 때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우리나라는 학교에 학교폭력, 왕따, 성폭력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 학생을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단계별 매뉴얼이 있다. 우리 삶에서 가장 힘든 일은 부모의 죽음, 친구의 죽음, 가족의 죽음, 사회적인 죽음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우리 사회는 아무런 돌봄 시스템이 없다. 외국에는 그런 시스템을 갖춘 나라들이 많다. 영국에선 학생의 부모가 죽었을 때, 아이가 홀로 얼어붙은 상태로 방치되지 않게 바로 공적인 돌봄이 개입된다. 돌봄센터와 연결이 되고 아이가 고인에게 편지도 쓰고 메모리얼 상자(추모 상자)에 고인과 공유하는 추억의 물건을 넣는 등의 다양한 과정을 통해 자기 슬픔을 표현하도록 돕고 추모와 애도도 하게 된다. 우리 부모들은 죽음을 입 밖으로 꺼내길 두려워한다. 가족들과 지인들은 경황이 없기 때문에 학교와 사회, 국가가 나서서 매뉴얼화하고, 공적인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을 펴낸 이유가 한편으로는 우리가 그림책으로 삶과 죽음을 무겁지 않게 이야기해보자는 취지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공적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이슈를 던지기 위해서다. 이런 사회를 만드는 게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이다.” ―그럼 지금 하고 있는 관련된 활동이 있을까?
“최근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그De함’(그데함)이라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림책으로 죽음(Death)을 함께 이야기 나누기’라는 뜻의 이름이다. 인류는 역사적 재난들을 ‘함께 이야기’ 하면서 이겨내왔고, 좋은 배움은 함께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일어난다. 관심있는 개인과 기업, 공공기관들이 ‘그De함’ 프로젝트에 동참하길 바란다. 사회는 물론 일상에서 부부끼리, 친구끼리, 부모-자녀 사이에 그림책으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며 죽음을 사유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죽음을 겪는 학생들을 돌보는 공적 네트워크 구축도 논의하고 싶다.”

교직 생활 동안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 임경희 작가는 아이들 말고도 교사, 의사,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도 그림책으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은 임 작가가 노숙인 인문대학에서 강의하는 모습. 임경희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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