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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 10번' 토론 강행군…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토론회가 정한다? - 한겨레

정치BAR_장나래의 국회TMI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공사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6차 방송토론회에서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 후보(왼쪽부터 가나다순)가 토론을 준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공사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6차 방송토론회에서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 후보(왼쪽부터 가나다순)가 토론을 준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의힘이 4명의 대선 경선 후보를 압축하고, 본격적인 4강전에 돌입했습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은 앞으로 3주동안 모두 10번의 토론회를 실시하게 되는데요. 이번 주부터 2주간은 주 3회(월·수·금), 마지막 3주차엔 주 4회(월·수·금·일)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0주 동안 13차례의 토론회를 연 것에 견줘도 잦은 횟수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 정도면 토론회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민의힘 주3∼4회 토론회, 왜?
코로나19로 사라진 권역별 합동연설회 대신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11일 호남 합동토론회를 시작으로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엔 지역을 돌며 6차례의 합동토론회를 엽니다. 또 매주 금요일에는 상대방의 허점과 논란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 일 대 일 맞수토론이 펼쳐집니다. 오는 15일엔 양강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맞수 토론’ 대진표가 짜였습니다. 당원 투표 전날인 오는 31일 열리는 마지막 토론회는 최종 선택을 돕기 위해 종합토론 형식으로 개최됩니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많은 토론회를 열게 된 데는 ‘토론 실력’을 중시하는 이준석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습니다. 이 대표는 당 대변인 선발도 토론 배틀로 이끈 데 이어 대선 경선도 토론을 통해 능력 중심으로 후보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치러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전국 곳곳을 돌며 국민들과 스킨십을 늘려야 하는데, 토론회 횟수가 너무 많다”는 하소연도 나왔지만,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토론회 횟수를 줄이게 되면 또다시 ‘특정 후보 비호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토론회가 너무 많다는 일부의 의견도 있었지만, 횟수는 아예 재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대선 TV토론 흥망사…안철수·이정희·김대중·권영길의 교훈
이 대표의 바람처럼 국민의힘은 10차례의 토론을 거쳐 실력파 후보를 선발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티브이(TV) 토론회는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기의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가공되지 않은 후보자의 생각이나 소통 능력, 순발력, 공감 능력 등을 생생하게 평가할 기회는 티브이 토론이 사실상 유일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특히 정치권에서 ‘토론으로 누군가를 당선시키기는 어렵지만, 떨어뜨릴 수는 있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하는데요. 2017년 4월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토론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제가 엠비(MB) 아바타입니까?”라는 질문을 거듭 반복했습니다.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를 비판하려는 의도였지만, 스스로를 갑철수, 엠비 아바타라는 부정적 프레임에 가둬버린 꼴이 됐습니다. 당시는 안 후보 지지율이 문 후보를 거의 따라잡을 만큼 ‘안풍’이 거셌지만, 네 차례의 토론회를 거친 뒤 안 후보의 지지율은 반 토막 나게 됩니다. 원인을 모두 토론 탓이라고 할 순 없지만, 국민의당도 대선 평가 보고서에서 “안 후보가 티브이 토론에서 대통령감이라는 각인을 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2012년 대선 토론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저는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릴 겁니다”라는 독설은 그의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혔습니다. 토론의 수혜자도 있습니다. 대선 티브이 토론회는 1997년 대선에서 처음 도입됐습니다. 당시 토론 도입을 주장해왔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의 토론에서 논리적인 언변을 과시했습니다. 과거 독재정권의 간첩조작사건 등으로 국민에게 박힌 ‘빨갱이’ 이미지를 쇄신하는 기회로 삼은 것입니다. 이희호 여사는 2016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의 대통령 당선은 티브이 토론 덕분”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또 2002년 대선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라는 말은 지지율 상승세로 이어졌습니다.
4인4색 토론 전략은?
코로나19로 대면 홍보와 유세 등이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니, 이번 대선에선 토론회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각 주자들은 저마다의 토론 승리 전략을 세우고 열공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8강전의 여섯 차례의 토론회에서 ‘집이 없어 청약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 등의 잇단 실언과 손바닥에 쓰인 ‘왕(王)’자 등 ‘무속 논란’ 등이 감점요인이 됐습니다. 윤 전 총장은 앞선 토론회를 복기하는 한편,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막판 공약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주말엔 일요일에 교회 예배를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지역 일정도 전혀 잡지 않고 토론회 준비에만 매달렸다고 합니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한겨레>에 “윤 후보가 지난 6차례 토론에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욱 거센 공격이 쏟아지겠지만, 공방에 휘말리기보다 구체적인 공약으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홍준표 의원은 이미 대선 토론회를 경험한 연륜 덕분에 토론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여전히 버럭하는 모습이나 막말 논란이 재연되면서 의외로 토론에 능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냉정한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홍 의원은 ‘실전같은’ 토론 연습에 나서는 한편, 윤 전 총장의 역량 부족을 만천하에 드러내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홍준표 캠프 관계자는 “윤 후보의 준비 부족을 알리는 데 화력을 집중하면서도, 유승민·원희룡 후보가 준비할 날 선 검증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추격해야 하는 주자들 입장에서 토론회는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유승민·원희룡 두 후보는 개혁 보수 이미지로 중도층을 겨냥하며 반전을 위한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경제·안보 전문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유 전 의원은 탄탄한 정책 역량 등을 기반으로 ‘이재명과 맞설 수 있는 준비된 후보’임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구상입니다. 원 전 지사는 당내 주자들의 난타전에는 거리를 두고, 정책 전문성 등을 앞세우겠다고 강조합니다. “토론 수준이 이제 엉덩이나 손바닥에서 가슴과 머리로 올라와야 한다. 그것을 선도하겠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10차례 토론회에서 자신이 ‘차기 지도자감’이라는 각인을 국민들에게 새길 수 있을까요. 토론회의 최종 승자는 다음달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결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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