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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없던 일로 덮자” 석달간 압박, 성폭력 피해 부사관 죽음 내몰았다 - 한겨레

선임의 강제추행 신고했지만…
상관은 가해자 탄원서 써줘
즉각분리도 없어 피해자가 전출

“옮긴 부대서도 최고 지휘관부터
말단 간부까지 엄청난 압박 가해”
군, 파장 일자 뒤늦게 “철저수사”

선임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이아무개 중사가 안치된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티셔츠와 과자 등이 놓여 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선임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이아무개 중사가 안치된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티셔츠와 과자 등이 놓여 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공군 부사관이 자신의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이어진 무마 시도와 괴롭힘 등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의혹 사건에 대해 군 당국이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군·검·경 합동 수사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조사에 들어갔다”며 “서욱 장관이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성폭력 사건뿐 아니라 관련된 상관의 합의 종용이나 회유, 사건 은폐 등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이날 “성폭력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 문화와 관련된 문제다. 전우애와 군 기강 확립이 중요한 군 조직에서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서욱 장관을 강하게 질타했다. 여성가족부도 국방부와 협의해 이번 성폭력 사망 사건의 군대 내 처리 과정 및 전반적 조직 문화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1일 <문화방송>(MBC) 보도와 고인의 부친으로 추정되는 이가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내용 등을 종합하면, 충남 서산의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중사로 근무하던 피해자는 지난 3월2일 선임 장아무개 중사로부터 “저녁 회식 참석” 지시를 받았다. 업무와 관련 없는 다른 상사 지인의 개업 축하 자리였다. 회식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피해자는 차 뒷자리에서 선임 장 중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피해자는 차 문을 박차고 내려 곧바로 상관에게 신고했다.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장 중사는 숙소까지 따라와 ‘신고할 테면 해보라’는 태도를 보였고, 회식을 주도했던 상사 역시 합의를 종용했다고 한다. 이후 사태가 확산되자 가해자는 오히려 “죽어버리겠다”며 피해자를 윽박질렀고, 가해자 가족들도 “명예로운 전역을 하게 해달라”고 피해자를 압박했다는 게 가족들의 주장이다.
‘불안장애’, ‘불면증’ 등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사건 발생 이틀 뒤 두달여간 청원 휴가를 냈다. 이후 15전투비행단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그런데 전출 부대에서도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이뤄졌으며, 같은 군인이던 피해자의 남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해 설득해달라고 했다고 가족들은 주장하고 있다. 결국 피해자는 출근 나흘째인 5월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는 숨지기 전날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친 상태였다. 가족들은 “세상이 자신의 억울함을 기억해주기 원했는지 휴대전화를 통해 숨져가는 과정을 녹화했다”고 증언했다. 피해자 부친으로 보이는 이는 청와대 게시판에 “공군 부대 내 지속적인 괴롭힘과 성폭력 사건 무마, 은폐 압박, 합의 종용, 묵살, 피해자 보호 미조치 등으로 인해 우리 딸이 숨졌다”며 “전출된 부대에서도 최고 지휘관과 말단 간부까지 성폭력 피해자인 제 딸에게 정식 절차라는 핑계로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가했다. 책임자 모두를 조사해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게시 하루 만인 이날 오전 11시 현재 16만5천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성명을 내어 “피해자 가족의 항의가 있기 전까지 수사가 시작되지 않았다. 가해자는 자해 협박을 일삼고 가해자 가족들도 피해자를 압박했다. 군 수사기관은 가해자가 부대에 버젓이 활보하게 뒀고, 회식을 함께 한 상급자는 가해자 탄원서도 제출했다”며 “피해자가 낯선 부대로 쫓겨가듯 떠난 건 소속 부대의 총체적 피해자 보호 실패다. 살 수 있는 사람을 죽게 만든 건 군”이라고 지적했다. 길윤형 김윤주 임재우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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