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벨트 기념관 깜짝 방문…'제2의 뉴딜' 내건 바이든 맞춤형 - 한겨레

3박5일 외교전 돌입
문, 알링턴 무명용사의 묘 앞에서
“한미동맹 더 강력하게 발전시킬 것”
바이든은 오늘 문 대통령 초청
한국전 참전 군인에 명예훈장 수여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에이설 로버츠(오른쪽에서 둘째) 의전장 대행의 안내를 받으며 숙소로 이동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에 체류하는 사흘간의 일정 곳곳에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행사를 채워 넣었다. 문 대통령의 방미 일정은 이날 오전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된 무명용사의 묘소 참배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무명용사의 묘에서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운 미군들에 대해 재차 경의를 표한다. 이렇게 피로 맺어지고 오랜 세월에 걸쳐 다져진 한-미 동맹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더욱 강력하고 포괄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립묘지 참배 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기념관을 깜짝 방문했다. 출국 전엔 알리지 않고 현지에서 추가한 ‘바이든 맞춤형’ 일정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0년대 세계 경제를 덮친 대공황 당시 대규모 토목공사로 실업자를 구제하고, 노동권 존중과 사회보장제도 도입 등 ‘뉴딜 정책’을 펼쳤다. 문 대통령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손자 델 루스벨트 미-사우디 비즈니스 협회장의 안내를 받은 뒤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으로 국가적 위기를 겪어 분열하기 쉬운 상황에서 통합을 이룬 대통령이다. (나도) 대선때 루스벨트 대통령을 롤모델로 제시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뒤 2조2500억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투자, 교육·복지 지원 등을 담은 1조8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계획’, 최저임금 인상 등 ‘제2의 뉴딜 정책’으로 제2의 루스벨트라는 평가를 받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 행사를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복지 시스템과 기준을 도입하고 통합적 리더십으로 국내 경제 회복을 이끈 루스벨트 대통령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도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 참전용사 랠프 퍼킷 주니어 퇴역 대령에게 미국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수여한다. 명예훈장을 수여할때 다른 나라 정상을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견고한 한미동맹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내셔널몰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에 세워지는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도 참석한다. 추모의 벽에는 한국전에서 희생된 미군 3만6574명, 미군 배속 한국군 카투사 전사자 7000여명의 이름이 새겨진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22일 오전 윌턴 그레고리 추기경을 만나 ‘한반도 평화’에 대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방미 일정 가운데 미국 천주교의 고위 인사를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데, 경색된 북-미 관계를 풀기 위해 가톨릭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이 많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노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완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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