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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체성 논란으로 번진 ‘MB-朴 대국민사과’ - 동아일보

유승민 “탄핵의 강 건너 정권교체로”… 원희룡, 前정권 과오 사과에 공감대
홍준표 “김종인의 사과, 상식 안맞아”… 대선 전략 주도권 싸움 확전 조심
金 “국회 상황 등 고려해 사과 연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8/뉴스1 © News1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예고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관련한 논란이 보수 전반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차기 야권 대선주자들도 잇달아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 논란이 보수야당 집권 9년 역사에 대한 평가와 보수 정체성의 문제로 부각되면서 대선을 염두에 둔 각 세력의 주도권 싸움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때문에 보수가 분열하면 과연 누가 좋아할까.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도 정권 연장을 자신하는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라며 “탄핵의 강을 건너 정권 교체로 나아가자”라고 썼다. 김 위원장의 사과 방침을 지지한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국민에 의해 판단 받은 잘못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최악의 정권을 탄생시킨 가장 큰 잘못도 함께 사죄해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대선 행보에 들어간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곧 전 정부의 과오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탄핵의 공동 가해자가 피해자를 대리해 사과한다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고 정치 도리에도 맞지 않다”고 썼다.

야권 대선주자들이 영어의 몸이 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 문제에 잇따라 ‘참전’하는 이유는 이 시기를 어떻게 정리하고 규정할 것인지가 차기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의 정체성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 동시에 영남권을 비롯한 보수 핵심 지지층의 표를 어떤 방식으로 수렴할 것인지 선거전략의 문제와도 관련돼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둘러싼 싸움에서 시작한 논란이 이젠 전직 대통령의 유산에 대한 승계와 거부, 발전적 소화 방식에 대한 각 주자의 과제로 남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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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야권에선 논쟁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전날 김 위원장이 “(이렇게 반대만 하면) 비대위를 이끌어 갈 수 없다”고 발언한 것을 놓고 “위원장이 수시로 ‘직’을 던지겠다고 하시는데 그것은 어른의 자세가 아니다. ‘난 언제든 떠날 사람’이라는 무책임한 뜨내기의 변으로 들려 무수한 비아냥을 불러올 뿐”이라고 공격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의 마음을 우리 편으로 돌려 이 나라를 정상화시킬 기회를 잡는 데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다 같이 협력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노선’ 변경이 없음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3선 의원들과의 회동에선 “국회 상황 등을 고려해 사과 일정을 연기하고, 전직 대통령의 잘못뿐 아니라 당 혁신 부족 등 야당의 과오로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초래했다는 점 등을 포괄적으로 사과하겠다”며 의원들의 이해를 구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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