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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왜 '양철'아니라 유영민을 비서실장에 낙점했을까? - 한겨레

물러나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신임 유영민 비서실장이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서로 어깨를 껴안으며 인사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물러나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신임 유영민 비서실장이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서로 어깨를 껴안으며 인사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끝내 2020년을 넘기지 않고 참모진 개편을 단행했다. 하루 전 사의를 표명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종호 민정수석, 김상조 정책실장 가운데 노 실장과 김 수석의 후임을 서둘러 임명하고, 1월 교체가 점쳐졌던 김 실장은 ‘유임’ 소식을 알렸다. 코로나 19 백신 논란,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 등 잇단 악재로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잡고, 일신하여 새해를 맞으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1일 청와대 인사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탁이다. 정치 역경을 함께 했던 최측근 가신이나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정무형 인사를 고를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었다. 그동안 언론에선 이른바 ‘양철’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이호철 전 민정수석을 비롯해 우윤근 전 러시아대사, 최재성 정무수석 등이 신임 비서실장 후보로 꾸준히 오르내렸다. 그러나 여권 얘기를 종합해보면 문 대통령은 이미 일찌감치 ‘제3의 후보’로 유 실장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측근이 기용되면 청와대가 내년 대선을 위한 정무적 조직처럼 보일 우려가 있었다. 반대로 관리형 비서실장을 등용하면 정치와 거리를 두고 대통령이 열심히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도 “양정철 원장이나 최재성 정무수석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하게 되면 임기를 일년여 남겨놓고 더 강력하게 국정과제를 밀어붙이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보다는 집권 5년차를 맞아 통합과 소통, 안정적 관리에 방점을 찍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런 의미에서 유영민 실장의 장점인 ‘소통’과 ‘안정’이 문 대통령의 눈에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유영민 실장은 집안의 큰 형님 같은 스타일로 조정하는 역할을 잘한다. 청와대 내 불협화음 같은 것은 많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 실장은 문재인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낼 당시 내각의 ‘간사’ 역할을 맡아 국무위원들의 모임을 주도하며 화합을 도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영민 실장도 평소 유 실장의 이런 능력을 높게 평가하며 “난 노(NO) 영민인데 유 장관은 유(有)영민”이라는 우스개소리를 했다고 한다. 유 실장이 기업인 출신이라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최대 관심사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난 극복을 위해선 실물경제에 감각이 있는 인사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 실장도 이날 기자들과 상견례를 하면서 “생산성 있고 효율 있는 청와대 비서실이 되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정무’보다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김상조 정책실장은 유임시키기로 했다.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은 ‘김상조 실장에 대해서는 3차 재난지원금 지급, 코로나19 방역 등의 현안이 많아서 정책실장을 교체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의) 반려라고 보면 된다. 다음달 초에 (바꾼다)든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진행 중인 사업들이 차질이 생기거나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봐달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사의를 밝혔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도 재신임을 하는 등 현재 경제·재정정책 라인에 계속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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